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47. [관람 주의하세요. 추워요🥶]




"나 예뻐해 주세요_" _47화



어느덧 해가 저물고,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에 들어온 두 사람은 뭘 더 하기도 전에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다.


백여주
…아 맞다, 치워야 하는데.

뒤늦게서야 바닥을 포함해서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보고는 이마를 짚는 여주.


김태형
쉬었다가 나중에 같이 하자.


백여주
오- 그럴까요?

나란히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댄 두 사람은 서로를 눈에 담기 바빴다. 종일 붙어 있었으면서도- 그렇게 좋을까.


백여주
우리 저녁은 뭐 먹을까요-

귀찮은데 시켜 먹는 거 어때요? 눈 반짝이며 질문하는 여주에, 좋다며 고개 끄덕이는 태형이었다.

뭐 먹고 싶어요? 여주가 물어보면, 태형은 망설이지도 않고 너 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핸드폰 건넨다.

그리고서 정작 자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 방으로 향하는데…


백여주
어디 가요?


김태형
여주 방 청소하러-


백여주
나중에 한다면서요-

의미 모를 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여주 방 안에 들어가 방문을 닫는 태형이었다.

한편 여주는 그냥 그런가 보다… 배달 어플로 뭐 시킬지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에 얼음.


백여주
…….

이내 표정이 굳더니, 탄식을 내뱉고서는 곧장 방으로 달려갔다. 마치 태형이 봐서는 안 될 거라도 있는 것처럼.



벌컥, 다급하게 방문을 열어젖힌 여주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방안을 살폈다.

태형은 갑자기 나타난 여주로 인해, 무슨 일 있나 싶고.

이내 제 책상 앞으로 다가가 서랍을 하나씩 열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는 여주.

찾는 물건이 없던 모양인지, 한숨 내쉬며 제 머리를 부여잡는 여주였다. 아윽... 늦었다.


그 후에는, 자연스레 태형에게로 향한 여주의 시선.

예상했다시피, 여주가 찾던 물건은 이미 그의 손에 있었다.




김태형
이거 찾아?

다름 아닌, 조그마한 다이어리를 흔들어 보이며 웃는 태형. 그 사실을 알고선 아아... 안 돼......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떨구는 여주였다.


백여주
읽었…어요?


김태형
읽으려다가 못 읽었어.

네가 어찌나 빨리 오던지. 여주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피식, 웃은 태형. 급기야 여주가 다이어리를 뺏으려 하길래, 팔을 높이 들어 올리는 그였다.


백여주
헐... 이건 반칙!

다이어리에 닿기는 턱 없이 작은 키의 여주. 체념했다는 듯이 어깨 축 처져 있으면 그런 여주 반응 본 태형은 급기야 내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김태형
잘 지내나요, 김태형 씨. 나는 오늘…


백여주
아 진짜!!! 하지 마요!!!ㅋㅋㅋㅋ….

그런 태형이에, 태형이 입 막으려 팔 쭉 뻗어보는 여주였고. 여주를 피해 자꾸만 내용을 읽는 태형이에, 여주는 그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했다.


김태형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ㅎ


백여주
…이봐요...!


김태형
나 내일도 잘 이겨내볼게요, 우주만큼 사랑해ㅇ…


백여주
아아!!! 안 돼…!!!!

내용을 읽는 태형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 태형이에, 속만 타들어가는 여주였지.

그러다가… 결국에는 무게 중심이 뒤쪽으로 쏠려버린 두 사람. 다이어리를 놓쳐서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둘은 피할 틈도 없이 나란히 침대 위로 쓰러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란히가 아니라 태형이 위에 여주가.



백여주
…….

여주가 당황한 건 맞지만, 태형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건 마찬가지.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여주가 먼저 침대에서 내려오면 자연스레 상체를 일으켜 앉는 태형이었다.


백여주
……아, 참. 저녁… 시켜야죠!

하하. 청소는 이따가 하는 걸로 해요. 세상 어색하게 웃어 보인 여주는 다이어리를 줍고선 빠른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태형은,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리며 연이어 웃음 지었고.







다이어리를 가지고 나와, 조심스레 소파에 앉은 여주.

아직 태형이가 나오지 않은 걸 보고선, 자기도 내심 궁금했는지 몇 장 넘겨본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적어놓은, 하루 일기 겸 태형에게 보내는 편지들. 힘들면 힘들었다, 행복하면 행복했다. 감정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일기장은 읽기만 해도 사람을 미소 짓게 하기 충분했다.

읽어보니 꽤 재미있긴 한데… 그래도 보여주는 건 아직, 안 돼.(。ì_í。)


그때 들려오는 발소리에, 다이어리를 다시금 덮은 여주가 태형의 핸드폰을 들었다.



김태형
저녁은, 골랐어?

자연스레 여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태형이 여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백여주
…아직이요,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주와 가까이 자리 잡은 태형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서 같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중.


백여주
태형 씨 먹고 싶은 건 없…

태형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그 가까운 거리에서 바로 제게 입맞춤을 건네는 그에 여주 토끼 눈 되고.


백여주
……아무거나 고를…

쪽, 말하려 할 때마다 제게 입술을 맞춰오는 태형이에- 여주는 무슨 상황이지 싶어 동공 지진 일어났다.


최대한 상체를 뒤로 기울여 보지만, 거리가 멀어질 생각을 안 하길래 여주가 다시금 입을 열려 하면 먼저 말을 걸어오는 태형.


김태형
…마음 상했어?

생각지 못한 말에, 여주 속으로 당황했다. 마음이 상하다니…?


백여주
……안 상했어요. 갑자기 그건 왜…….

눈짓으로 다이어리를 가리키는 태형이에, 여주는 아- 하며 웃었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자기가 했다고 생각한 건가 보다.


백여주
나 마음 상했을까 봐?ㅎ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보는 태형이에, 여주가 그의 양볼 감싸 안았다. 나 기분 풀어주려고 뽀뽀했구나?


김태형
응-.

여주가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자, 그대로 여주에게 가까이 다가간 태형이 그녀를 안았다.


백여주
…우리 저녁 안 시켜요?ㅎ


김태형
나 배 안 고파.

너는?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는 유지하던 두 사람인데, 태형이 더 가까이 가는 바람에 두 사람의 이마와 코 끝이 서로에게 닿았다.


백여주
…너무 가까운데, 이거….

서로의 시야를 가득 채운 서로의 모습에, 두 사람의 입꼬리는 귀에 걸리기 일보 직전.


백여주
나 아까… 뭘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나도 배가 안 고프네-. 피식, 웃은 여주가 먼저 태형에게 입술 맞췄다. 태형이는 마냥 여주의 당돌한 태도에 좋아 죽고.


그렇게 몇 분을 더 서로를 눈에 담은 두 사람은, 한동안 농도 진한 애정 표현을 나눴다고들… 하지.

뒷일의 상상은 각자에게 맡기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