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The Last Episode. 운명이 존재한다면




"나 예뻐해 주세요_" _마지막 화



신미진
우리 딸- 오랜만이야.

여주는 오랜만에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방문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여주를 반긴 미진은 곧바로 그녀를 안으로 들였지.

어언 몇 년 만에 와보는 곳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바뀐 인테리어가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런 집안을 둘러보던 여주가 말했다.


백여주
아빠는?

신미진
네 아빠는- 출근하셨지.


백여주
아, 그렇겠다.

제 손목시계를 확인한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진이 말한다. 너는 회사 출근 왜 안 해?


백여주
아-.

살풋, 웃음 지은 여주가 미진이 차려놓은 밥이 있는 탁자 앞으로 가 앉았다. 아빠한테 허락 받았어. 받았는데~

너 마음대로 회사 안 나가고 있는 거 아니야?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우지 못하는 미진이에, 여주는 무섭다며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보챈다.

그제서야 못 미덥다는 듯이 수저를 드는 미진이었고. 잘 먹겠습니다- 한 번 외친 여주는 밥 한 숟갈 먼저 떴다.

신미진
그래서- 마저 말해 봐.


백여주
……나 이거 말하면, 엄마 뒤로 넘어갈지도 몰라.

신미진
…좋은 의미에서? 아니면 나쁜 의미에서?

글쎄, 반반일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천장에 둔 여주가 말했다.

여주가 뜸을 너무 오래 들이니까, 답답했던 미진이 그냥 지나가듯이 툭 뱉은 말.


신미진
왜, 애인이라도 생겼어?


백여주
……커흡.

눈을 동그랗게 뜬 여주가 가만히 미진을 응시한다. 급기야 사레들린 여주에, 덩달아 놀란 미진은 다급하게 휴지 건네고.


백여주
……어떻게 알았어?

휴지로 제 입가를 닦던 여주가 말하자, 이번에는 되려 미진의 눈이 커졌다.

신미진
…뭐야, 정말? 언제부터!

엄마 몰래 연애하고 있었다 이거지? 서운한 어조의 미진이 장난스레 여주를 노려봤다.


백여주
…조금 됐어.


백여주
실은 이게 정확히 말하기 좀 그런 게…

몇 주 만나다가 1년간 헤어졌…었나. 그리고 다시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어. 뒷목 언저리를 긁적이며 여주가 말하자, 미진이 표정은 (」゚ロ゚)」

신미진
다 합치면 두 달도 채 안 됐네…?


백여주
…그렇지?

신미진
1년 동안은 대체 왜 헤어졌었는데.

이제 미진의 안중에는 밥 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급기야 그릇까지 옆으로 밀어낸 미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백여주
일이 좀 있었어-.

신미진
그러니까 무슨 일.


백여주
…어쩔 수 없는 일?

차마 그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서, 인간으로 환생하느라 그랬다고 어떻게 말하겠어. 미진이 여주를 이상한… 애로 볼 게 뻔하다.

신미진
…그래, 무튼.

신미진
지금 두 사람은 잘 만나고 있는 거고?


백여주
응. 완전.

신미진
시간 될 때 데려와. 얼굴 좀 봐야겠네.


백여주
알았어, 그 사람 편할 때-.


여주가 태형을 생각하기만 해도 좋다는 듯이 피식, 웃자 그런 여주 바라보던 미진이도 웃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누군진 몰라도 좋은 사람인 모양이네.

신미진
이름은 뭐야?


백여주
김태형. 이름 예쁘지?

신미진
예쁘네-.


백여주
…놀라지 마, 엄마. 생긴 건 더 이뻐.

신미진
어이구-ㅎ 아주 남자친구 자랑하기 바쁘네?


신미진
…잠깐만. 그러면, 지금 네가 연애하느라 출근을 안 한다- 이거야?


백여주
…어? 응!

신미진
…그걸 너네 아빠가 허락해 줬어?


백여주
…응! 아빠가 나더러 좀 쉬랬어. 잘 됐다고.

신미진
뭐야, 네 아빠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네?


백여주
……그렇지?

신미진
헐 뭐야~ 그럼 나만 몰랐네.

네 아빠는 무슨 그런 것도 혼자만 알고 있어, 치사하게. 미진이 또 한 번 삐지면 여주는 풀어주려 애쓰고.

큼큼, 이내 목소리 가다듬더니 오늘 온 용건이 이게 아니라며 조심스레 입을 여는 여주였으니.



백여주
나 있잖아….


백여주
당분간 한국에 없을 것 같아.



백여주
남자 친구랑 여행… 다녀오려고.



···


태형도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주와 만나서 같이 여주 집으로 온 두 사람.

물론 태형도 환생하면서 제 집이 생겼지만, 한 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두 사람은 거의 여주 집에서 동거하기나 마찬가지.


김태형
어머님은 진짜 보내기 싫으셨겠다.


백여주
그러니까요. 5박 6일이라는 말 듣고 뒤로 넘어가셨어.

어느 날과 다름없이 어색할 틈이 없는 둘의 사이. 대화가 끊어질 틈이 없이 집에 도착한 두 사람이다.


백여주
출국이 바로 내일이니까… 우리 오늘 일찍 잡시다.


김태형
그래, 그러자.


김태형
우리 짐은, 다 챙겼었나?


백여주
이따 저녁 먹고 확인해봐야죠.

현관 옆에 아직 덜 닫혀있는 캐리어를 본 두 사람. 둘 다 워낙 저런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냅다 소파에 눕기만 했다.

여주는 소파에, 태형이는 바닥에. 외투도 다 안 벗은 채로 둘 다 멍하니 천장만을 응시하고 있었을까.


백여주
나 어른 되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여행인 것 같아요.


김태형
난 가본 적이 없어.


백여주
…거긴 많이 더우려나?

바닥에 누워있는 태형이를 향해 돌아 누운 여주가 말했다. 그런 여주 눈 마주치는 태형이고.


김태형
많이 덥대.


백여주
그래서 일단 얇은 옷만 챙기긴 했는데…


백여주
혹시나 밤에 쌀쌀할까 봐.


백여주
카디건은 하나 챙겨볼까요?


김태형
응, 혹시 모르니까.


백여주
그러면 태형 씨는요-.


김태형
나는… 집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그건 너무 귀찮을 것 같아서 곰곰이 생각하던 태형. 그럴 필요가 없겠다며 말을 이었다.




김태형
추우면 그냥 너 안고 있지, 뭐.



···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낸 어제 하루. 이른 아침부터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환전부터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잠을 아직 덜 깬 두 사람이라, 태형에게 환전을 맡길 동안 여주는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와 빨대를 그의 입에 물렸다.


김태형
…아, 이거 쓴데.


백여주
비행기 타기 전까지 정신 차리려면 마셔야 해요-.

급기야 한 모금 마시고 얼굴 인상 구기는 태형이에, 웃겼던 여주가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곤 자기가 마시기 시작했지. 씁쓸하고 좋기만 한데. 쫍쫍.


백여주
돈은, 다 환전했어요?


김태형
응, 여기.

태형이 건넨 봉투를 채로 제 가방 안에 넣은 여주. 그 김에, 두 사람 여권도 잘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백여주
우리 이제… 출국 수속하러 갑시다!

자, 손. 손잡아 주라는 듯이 손을 펴서 내밀면, 그런 여주 보고 웃으며 깍지 끼는 태형.


백여주
나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요-.


백여주
손 꼭 잡아야 돼요, 알죠?




김태형
너나 놓치지 마-. 난 너 절대로 안 잃어.


그의 말은, 지금 당장 여주를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여주와 함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니, 네가 먼저 내 손을 놓지 말아달라는.


···


이 세상에 정말 운명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시간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고, 모습이 달라져도 두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겠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들은 서로를 알아볼 테고,

세상이 바뀌어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바랄 것이며,

모습이 달라져도 그들은 서로를 기억할 테니까.


이 믿기지 않는 일들이, 운명_ 단 두 글자 하나로 설명이 된다는 자체만으로 이 단어가 아름다운 말이 아닐 리 없다.


세상이 인간들에게 준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겠다. 내게 운명적인 상대가 있다는 게.

내게도 운명이 있다는 게. 그리고,


운명적인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이,

우리를 설렘과 기대에 젖게 해주겠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던 두 사람조차도 결국 운명으로 이어진 연이니, 앞으로도 행복하기를.

또한,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정해진 운명이 행복_ 그 뿐이기를.




_이야기의 끝자락에서, 글쓴이.



"태현아, 이번에 네가 맡게 될 새로운 사람."

태현은 제 옆에 서있는 선배로부터 검은 가죽으로 된 서류철을 하나 받아들었다.

"늘 하던 것처럼, 알지? 이 사람 행복만 빌어주면 돼."


건네준 그와 마주 선 채로, 적막이 가라앉은 분위기 속 조심스레 덮개를 열면 바로 보이는 사람의 신상이 있었으니.


김태현
당장 오늘부터 이 사람 집으로 가면…

"응, 바로 오늘 거기 적힌 주소로 가면 돼."


그 사람의 성명란에 적힌 이름을 읽기도 전에, 그 옆에 붙어있는 증명사진을 보고서 태현의 표정이 굳는 건 한순간이었다.




성명:

성명: 한유인



김태현
…….


김태현
……오랜만이네, 한유인.

명부 속 증명사진의 유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태현이었다.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서 가만히.


'세상이 바뀌어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바랄 것이며,'

'모습이 달라져도 그들은 서로를 기억할 테니까.'



지금 또한, 이야기의 주인공과는 또 다른 두 사람의 운명이 이루어지게 될 순간이기를.



"나 예뻐해 주세요_" The End




안녕하세요:) 망개망개씌입니다:)

완결이 👃 앞이라는 선전포고 그 후에, 정말 수없이도 많은 제지의 댓글들을 달아들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완결이 늦어지면… 읽는 입장에서 너무 지루해질 것 같았어요...🙄

원래 예상해뒀던 건 50부작인데, 그마저도 앞당겨서 48화만에 파란 요정이 막을 내리게 되었네요...😶

((곧 달릴 독자님들 댓글 무서워 하는 거 아님. 무튼 아님.... 정말 아ㄴ…

😨😢

휴... 일단 외전 관련해서는 아직 잘 생각을 못 해봤어요🙄 후기로 돌아올 건데, 그때까지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원래 예정에는 외전이 없었던...🤫


지금까지 파란 머리 요정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파란 머리 요정에만 사용하려고 다운로드한 사진이 몇 장인데,,, 다 못 보여드린 게 너무 아쉽고...

앞으로도 파란 머리, 할 때 이 작품이 잠깐이나마 생각날 수 있다면 제 소원이 더는 없을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파란 머리 요정과 함께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만한 작품 관련 큐엔에이나, 외전 출판 여부 등등은 후기로 돌아오도록 할게요🌼

++아직 완전히 파란 머리 요정님이랑 빠빠이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슬퍼하지 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