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해주세요
Episode. 고통밖에 될 수 없는 내가 미워서


나를 미워해주세요_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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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하아 하아-

겨우 잠에 든 원우가 혼자 끔찍한 악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꿈에서는 언제나 싸늘한 얼굴로 자신을 유괴했던 여주의 부친 그가 저를 잡아 죽이겠다며 쫓아왔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붙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쳤고 발버둥 쳤다


전원우
" 허억-!! "

째깍- 째깍-

가위라도 눌린 사람처럼 식은땀으로 범벅된 몸을 벌떡 일으킨 원우가 귀를 파고드는 시계 초침 소리에 귀를 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집에서 나간 건지 여주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침대 앞 카펫에 깨지고 흐른 밥상이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전원우
" ..피 설마, "

원우가 표정을 굳혔다 유리 조각들 사이로 카펫 귀퉁이에 묻은 핏자국 때문이었다 저는 다친 곳이 없으니 분명 여주의 피일 텐데 다친 채로 저 때문에 나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휴대폰을 찾은 원우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


전원우
" 하 전화는 왜 꺼져있어 또-! 하아.. "

아무리 걸어도 꺼져있는 여주의 휴대폰에 결국, 원우가 절대로 피하고 싶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툭-


김민규
" 무슨 일이십니까. "


전원우
" 저 혹시, 제 아내랑 같이 있으십니까 "


김민규
" ..또 무슨 짓을 했길래 당신 아내를 저한테 찾습니까. "

전화기 넘어로 민규의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다

처참하게 흩어진 여주의 흔적에 원우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해도 이건 명백한 제 잘못이기에.

쏴아아-

텅 비어버린 눈으로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걷던 여주가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섰다 겨우 온다는 곳이 민규네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상황에 실없이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 이런 걸까 너무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고통에 제 심장을 내리치며 여주가 눈물을 흘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빗물과 빗소리가 여주를 감춰주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어느새 바뀐 초록불이 다시 빨간 불로 바뀌려 깜빡이던 차에 누군가 숨을 몰아쉬며 여주를 적시던 비를 막아섰다


지여주
" ...민규야. "


김민규
"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건데 꼴은 또 왜 이러고 "



지여주
" 민규야..흐윽..나 여기가 너무 아파.. "


김민규
" 왜 이러고 있냐고 대체!!! "

심장께를 내려치는 여주의 손을 붙잡은 민규가 우산을 놓아버리고 그 자리에 같이 주저앉아버렸다



지여주
" 아흑..허엉..흐읍..흐엉.. "


김민규
"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너... "

여주와 같이 비에 흠뻑 젖어버린 민규가 아직도 애처롭게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여주를 끌어다 안았다 그러자 빗속에 묻혀있던 울음소리가 귓가를 타고 들려왔다


지여주
" 원우 씨한테 고통밖에 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파... "


지여주
" 내가 너무 끔찍해서 미치겠어...나 어떡해 민규야... "


김민규
" ....그냥, 그냥 나한테 오면 안 되냐 "

민규의 눈에서도 빗물 사이에 숨어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괴로워하는 여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민규의 마음도 어느새 무너져 가고 있다는 걸 여주만 몰랐다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민규도 여주와 같이 빗속에 감춰 터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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