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해주세요

Episode. 벌과 같은 사랑

나를 미워해주세요_단하루

무단 배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

전원우 image

전원우

"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내가..내가 버틸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내가 어떻게 당신 옆에 있겠어요 "

고통이었다

당신 곁에서 당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늘 내 자신이 살아있는 것조차 죄스러워 숨이 막히고 그러면서도 당신 옆에 있고 싶어하는 내가 토악질이 나올 만큼 징그러워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래요 내 아버지가 당신한테 어떤 죄를 지었는데,

전원우 image

전원우

" 그래서 지금 날 위해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하고 이혼서류 뽑았다는 거야?!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날 볼 때마다 내 아버지가 떠오를 거고 당신은 또 많은 시간을 아니 어쩌면 평생을 괴로워해야 해요 내가 그걸 어떻게 봐요 "

전원우 image

전원우

" .....지여주. "

이 와중에도 슬퍼 보이는 그의 얼굴에 아프게 뛰는 심장이 미치도록 힘들다

지여주 image

지여주

" 날 놔줘요... "

전원우 image

전원우

" ...그렇게 힘든 거니 여주야. "

그의 입술에서 처음 흘러 나온 성이 없는 부드러운 톤의 내 이름에 심장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세차게 뛰어댔다 그런데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 고통스럽다

지여주 image

지여주

" ...미안..해요 "

나는...정말이지...

딩동-

김민규 image

김민규

" 지여주? 무슨 일이야, 그 캐리어는 다 뭐고? "

지여주 image

지여주

" 푸스- 나 좀 재워줄래? "

나도 참,

이혼하자고 캐리어까지 싸 들고 나오긴 했는데 본가로는 가기 싫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온 데가 민규네라니

김민규 image

김민규

" ..그 자식이 또 쫓아냈냐? "

지여주 image

지여주

" 그런 거 아니야 이번엔 내 발로 나온 거야. "

김민규 image

김민규

" 뭐?...일단 들어와. "

지독히도 착한 놈.

내가 밉지도 않은지 나라는 이유로 하나 망설임도 없이 집에 들여주는 너는 바보인 건지 아님 미련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두 사람이 너무 아프다.

김민규 image

김민규

" 무슨 일인데 집을 나온 건데? "

지여주 image

지여주

" ..이혼하자고 했어 "

김민규 image

김민규

" .......결국 하는 거냐 "

마냥 좋아 보이지 않는 네 얼굴이 내 시야를 채웠다

수십 번도 더 네게 안기고 싶었다 차라리 날 사랑해 주는 네게 가버릴까 수백 번도 더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 뿐이었다 네가 이렇게 날 소중히 대해 주는데 내가 어떻게 그럴까.

지여주 image

지여주

" 해야지, 진작 해야 했어. "

김민규 image

김민규

" 알았다 이층 제일 끝에 방 쓰면 돼 "

지여주 image

지여주

" 응 고마워. "

03:30 PM

딩동- 딩동- 쾅쾅쾅-

김민규 image

김민규

" 누구세, 뭡니까? "

전원우 image

전원우

" 비켜요 그쪽 보러 온 거 아니니까, 지여주!! "

그날 오후 집안을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연 민규가 들이닥치듯 들어와 여주를 찾는 원우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원우를 막아섰다

김민규 image

김민규

" 여기 제 집입니다 여주랑 이혼하신다면서요, 괜히 애 마음 흔들지 말고 그냥 가세요 "

전원우 image

전원우

" 비키라고 했을 텐데.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둘 다 그만해. "

서로 무섭게 으르렁대던 둘 사이를 여주가 가로막았다 그리곤 눈짓으로 민규를 방으로 보내고 원우의 앞에 섰다

지여주 image

지여주

" 무슨 일이에요 원우 씨. "

전원우 image

전원우

" 지여주..나 이혼 못 해줘 아니 안 할거야. "

지여주 image

지여주

" 제발..나 좀 놔줘요....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당신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

모든 게 다 지쳐버린 것 같은 눈물어린 여주의 목소리에 원우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여주를 붙잡은 손을 내리며 허탈하게 물었다

전원우 image

전원우

" 넌..날 사랑하는 게 벌이야..?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맞아요, 벌이에요 "

지여주 image

지여주

" 벌이 아니고서야 당신한테만 이렇게 미친 것처럼 심장이 뛸리가 없으니까요. "

그녀에게 자신과 사랑이란 것은 그저 신의 벌일 뿐임을.

원우가 깨달아버렸다.

1620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