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해주세요
Episode. 나를 미워해요



지여주
" 나를, 미워해요. "

나가려는 원우를 뒤에서 껴안은 작은 품과 허리를 감아 오는 얇은 팔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러나 자기를 미워하라는 목소리만큼은 너무나 또렷해서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지여주
" 나를 미워하고 원망해요 그게 당신이 내게 주는 벌이라면, "


지여주
" 나 달게 받을 거예요 그 벌. "


전원우
" ......... "


지여주
" 그러니까 날 미워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 "

사랑이란 말이 이렇게 지독하게 아픈 말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주가 곧 원우를 안은 팔을 풀고 멀리 떨어졌다 그러자 헛웃음을 친 원우가 여주를 벽에 세게 밀어붙였다

아윽-!

거의 넘어지듯 벽과 부딪힌 여주가 욱신거리는 등에 아픈 소리를 내자 여주를 노려본 차갑다 못해 시린 두 눈이 경고한다


전원우
" 불쌍한 척 역겨우니까 그만해. "


전원우
" 특히 네 눈, 날 사랑한다는 그 눈이 역겨워 토가 나올 지경이야 이혼 서류 내일 안에 갈거야 도장 찍어. "

한 줌 미련도 없이 돌아선 원우의 눈엔 왜인지 모를 눈물 한 방울이 맺혀있었고 그런 원우를 지켜보던 여주의 눈에선 이미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여주
" 정말...단 한 순간도 날 사랑하지 않았어요...? "


전원우
" 사랑한 적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고 됐나? "

끝까지 잔인한 현실에 숨이 막혀왔다


김민규
" 지여주!!! 너 꼴이 왜 이래 정신 좀 차려 봐!!! "


지여주
" 흐으...흐윽...아흐.. "

하늘에도 구멍이 뚫렸는지 아니면 여주의 마음을 아는 건지 비가 세차게 내렸다 눈물을 가려주는 비 속에 저를 가려주는 어둠 속에 몸을 맡기고 신호등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여주 앞에 선 민규는 화가 났다

고작 널 원수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겠다고 자신을 밀어낸 여주가 야속해서 여주를 울러 놓고도 잘 먹고 잘 잘 그놈이 너무 미워서


김민규
" 왜 이러고 있냐고 바보야!!!! "


지여주
" 민규야....흐.. "


김민규
" 내가 그냥 나한테 오랬잖아!!! "


김민규
" 왜..왜 이런 모습으로 날 찾는 건데.... "

방금까지 민규 손에 들려있던 검은 우산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똑같이 비에 젖기 시작한 민규가 천천히 여주를 일으켜 세웠다 민규의 손길에 의지해 일어선 여주는 괴로운 표정을 하고 저를 보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주가 조심히 비에 젖은 민규의 뺨을 어루만졌다


지여주
" ..전부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


김민규
" ....지여주 너, "


지여주
" 나 같은 거 때문에 아프지 마 민규야. "

너까지 아파하면 나 정말 못 살 거 같아

이것도 욕심일까?


지여주
지여주 24 사진작가 ( 설화 갤러리 외동딸 )


전원우
전원우 24 WJ그룹 사장


김민규
김민규 24 MK 투자그룹 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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