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해주세요
Episode. 너의 세상


나를 미워해주세요_단하루

무단 배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

집으로 돌아온 원우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많이 지쳐보이는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인정해야 했다 우리가 끝을 향해 왔음을.


전원우
" ...하아. "

차라리,

차라리 그때 결혼을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카톡-!!



전원우
" 이게 뭐...사진전? "

어이없게도 그제야 어렴풋이 네가 사진작가 라고 직업을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났다 한 번도 관심 없었던 아니 보지 않으려고 했던 당신의 마음, 당신의 세상은 어떨까.

사진 전..가볼까.

끝이 와서야 궁금해졌다 지여주라는 여자가.

진짜...미치겠다. 전원우 너 제정신이냐?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땐 이미 사진 전이 열리는 샬롯호텔 앞에 서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호텔 문을 넘을 용기가 생기질 않아 입구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안으로 들어섰다

갤러리 앞까지 가자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그녀의 어머니 은태리 대표님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은태리
" 어서와요 구경하다 가요 전서방. "

아직, 너와 내 얘기를 모르시는 걸까 전서방이라고 나를 부르는 대표님의 호칭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전원우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표님께 짧은 인사를 드리고 드림 갤러리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녀의 필름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늘해 보이는 빈 방으로 시작한 사진은


빛줄기가 내려오는 사진을 지나서


분홍빛 거리를 찍은 사진으로 이어져 있었다

텅 빈 방과 같이 공허하고 시렸던 마음이 사랑이라는 빛줄기를 만나 환한 거리로 변한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담은 사진들이었다

참 따뜻하고 부드럽다


지여주
" ........원우 씨. "



전원우
" ....... "

이런 사람이었구나

지여주라는 여자는.

당신에게 나란 존재가, 사랑이라는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였던 걸까

그로 인해 받는 상처 같은 건 상관없을 만큼.

맞물린 시선 속에서 수많은 질문이 우리 아니, 나를 감싸고 지나갔다.

맞물린 시선을 먼저 피한 건 나였다

도망치듯 전시장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이제는 끝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만 인정하면 끝나는 이 관계를 이젠 당신을 위해서라도 끝내야 했다

그래.

뚜르르르- 뚜르르르-

툭.


전지원
" 여보세요 웬일이야? "


전원우
" 누나. 오랜만이야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줘 "

끝까지 쓰레기로 남아 끝을 맺는 게,


전지원
" 응? 갑자기 무슨 부탁? "

너를 위한 마지막 일 일지도 모르겠다

1149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