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봐, 잘못했다고
EP_3



탁- 탁-

탁-

탁- 탁-


한적하고 어두운 부엌에서 무언가를 써는 듯한 칼과 도마의 마찰 소리가 천천히 퍼졌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무심히 칼질을 반복하는 그녀.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인 그녀에게서 연준은 감당하기 힘든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최연준
이제 슬슬 얘기할 때 되지않았어요?

적막을 깬 연준의 한마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는 눈쌀을 찌푸렸다.


서여주
...


서여주
니가 궁금한 게 1년 동안의 내 행적이야?


서여주
그것 뿐이야?


최연준
하, 그럴리가


서여주
하나만 물어. 대답해줄테니까


최연준
...

그때 머리 속을 스쳐가는 수많은 질문들이 연준을 혼란스럽게 했다.


최연준
하...




탁-

연준이 고민하는 새에 여주는 요리가 끝난 접시를 그의 앞에 두었다.


최연준
......


서여주
고민 계속해봐


서여주
근데 빨리 해야할 거야.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최연준
글쎄 너무 많아서 짜증날 정도니까 보채지 마요.



서여주
ㅎ..보채지말라


서여주
니가 나한테 자주하던 말이었는데


그녀는 수저를 들고 와 그의 앞에 앉았다.


서여주
지루하니까 내 식사 끝나기 전까지 질문해


서여주
그 뒤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마


그녀는 카레향이 약간 풍기는 음식을 연준을 놀리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발목이 골절된 연준은 여주의 부축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기에 부엌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접시가 반쯤 비워졌을 때 연준은 질문했다.



최연준
...1년 동안 어디있었어요?


최연준
나 진짜 많이 찾았어요, 누나.


서여주
......


서여주
생각해낸게 겨우 그거야?


최연준
......


서여주
그게 아니지,


서여주
나한테 왜 이러냐


서여주
왜 갑자기 변했냐


서여주
이렇게 물어봐야지


최연준
내가 궁금한 건


최연준
그것보다 누나가 1년동안 어디있었는지가 더 궁금한데


최연준
적당히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 아닌가?


서여주
...그래


서여주
니가 궁금하다고 해서 알려주는 건데 그 이상 질문엔 대답없어


서여주
병원, 병원에 있었어.




최연준
네..?


순간 연준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또다른 질문으로 생각이 많아졌다.



최연준
병원...? 뭐, 죽을 병이라도 걸렸어요?

그때 여주의 기분은 더 얹짢아진 듯 했고 수저를 식기에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여주
식사 끝났어 질문시간도 끝이야.

여주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부엌을 떠났다.



최연준
...뭐 나는 알아서 방으로 가라는 건가 (짜증)



1년 전,



심각한 두통과 함께 눈을 뜬 여주는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눈앞에 보이는 산소호흡기로 자신이 병원에 누워있음을 빠르게 눈치챘다.


서여주
...이게...무슨

필요한 역
(의사) 서여주씨, 본인 맞으십니까.


서여주
...그런데요...?

필요한 역
(의사) 여기는 TX병원입니다. 환자분 응급수술이 끝난지 이틀 지났고 보호자분 연락이 어려운 상태여서 본인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요.


서여주
응급 수술이요..?

필요한 역
(의사) 네. 환자분 어디까지 기억나세요?


서여주
저...


서여주
남자친구랑 헤어지고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거 같은데..


서여주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는데...

필요한 역
(의사) 그 날 이전에는 그런 통증이 없었습니까?


서여주
네.. 딱히 없었던 거 같은데요

필요한 역
(의사) 지금 서여주씨 심장쪽에는 악성종양이 퍼저있습니다.

필요한 역
(의사) 이런 말, 믿기 힘드실 수 있겠지만 지금 현 상황으로는 치료가 어렵습니다.



서여주
죽는다는 겁니까..?

필요한 역
(의사)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씩 제거해나가며 치료하려고 했으나 너무 많은 조직이 이미 파괴된 상태였고, 그래도 발견했을 때보다 30%정도 떼어내긴 했지만...

필요한 역
(의사) 사실 언제 다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 입니다.


서여주
지금,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서여주
(울먹이며) 제가 진짜 어리거든요..? 아직 할 일도 많고...


서여주
되게 잘 먹고요... 잠도 잘 자고 크게 아파본 적이 없는데


서여주
왜...

여주는 충격에 여운이 가시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의사는 다른 말을 덧붙이지도 못했고 위로하지도 못했다.


서여주
저.. 돈도, 많은데... 진짜 치료법이 없을까요..?


서여주
제발...

필요한 역
(의사) 아무리 해외에 나가보신다 하셔도, 저보다 배는 유능한 의사를 만나셔도 하나같이 어렵다고 할 겁니다.

필요한 역
(의사) 어떤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희귀한 케이스라 아마...


서여주
흐흑....

필요한 역
(의사) 주기를 두면서 심각한 종양만 조금씩 제거해나가면 당장 위급한 상태는 벗어날 수 있어요.

필요한 역
(의사)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더 퍼질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역
(의사) 환자분이 1초라도 더 오래 버틸실 수 있게, 포기하지 않는 게 저희의 몫이니까요.


서여주
......

필요한 역
(의사) 힘내보시죠...




서여주
......네...






연희작가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