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봐, 잘못했다고
EP_4




최연준
...보지만 말고 좀 도와주죠


최연준
사람도 어느 정도껏 변해야 무서운 거지. 이건 1년 전의 누나랑은 너무 다르잖아요.


서여주
......


최연준
그냥 불쌍해보여요



최연준
지금 누난 그냥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아.


서여주
ㅎ너 설마 아까 내가 병원에 있었다는 말 때문에


서여주
1시간 전 그 좆같던 태도는 집어 치워 준거니?



서여주
연준아. 근데 지금 니 꼴을 봐. 존나 불쌍한 건 너지.


최연준
시발, 무슨 말이 안 통하네 (중얼거리며)

연준의 표정이 한껏 차갑게 식고, 살벌하게 오간 이 대화가 끝을 맺은 듯했다.

.

.

이제는 그의 다리가 빨갛다 못해 어둡게 그을려지고 있었다. 그는 퉁퉁 부은 다리를 바닥에 딛지도, 들지도 못한 채 위태롭게 벽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적막만이 그 커다란 집을 가득 매웠다.


.


.


.


(6일 전, 1년의 이별 이후의 둘의 첫 만남)


(연준시점)

유난히 추운 날이다. '여주 누나가 사라진 날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오늘이 딱 1년 째 되는 날이기라도 한 건지 그날따라 유난히 누나 생각이 자주 났다.

누나가 연락두절이 되고 집을 비웠던 날. 처음엔 분노, 그 다음은 자책과 슬픔, 우울감을 지나 이젠 공허해졌다.




최연준
눈 참 많이 내리네.


.


.


하늘을 보던 중, 저 멀리서 뛰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다닥-


나는 자연스레 소리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시선이 이동했다.


시선이 닿은 곳에선 어떤 여자가 휘청거리며 눈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왠지 그녀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질 것만 같아 보였다.


최연준
'이 날씨에 뛰면 다칠텐데'


점점 다가오는 실루엣. 작은 얼굴의 이목구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자 나는 순간 시간이 멈춰졌다.


최연준
...여주...누나?


굉장히 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지만, 그 상황은 마치 나에게 그녀를 놓치지 말라고 일러주는 것 같았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타악-!!!


휘청거리며 땅만 보고 앞으로 질주하는 그녀가 나의 곁을 지나가는 찰나에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서여주
하아....하아.....



최연준
......여주 누나, 맞아..?


서여주
최..연준?


누나의 표정은 나와 달랐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눈썹을 찌푸렸다.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경계했다.



최연준
나, 나 계속 기다렸는데.


최연준
1년 전 겨울부터 지금까지 계속...


최연준
유학도... 일부러 안 갔는데


최연준
누나 더 기다리고 싶어서...


숨이 제대로 돌아오지도 않은 사람을 도망 못가게 꽉 붙잡아 세워놓고는 그저 말을 늘여놨다.

내가 뱉는 말의 앞 뒤 맥락이 정상적이지 못했다. 나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어색한 상황, 그런 공기임을.


하지만 내가 그런 이상한 말을 늘여놓고 얼버무려도 누나의 표정은 여전히 보면 안 될 사람을 본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깨를 잡고 있는 두 손을 놓으면 누나가 금방이라도 자리를 피할 것 같아서. 누나를 놓칠까봐서

더이상 할 말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떠오르는 것도 없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여주
하아...하아......


스르륵-,..

.


.



최연준
누나!!!


어쩐지 안색이 좋지 않던 그녀가 숨을 다 고르지 못한 채로 눈커풀이 감기더니 그대로 몸에 힘이 빠졌다.

내가 어깨를 세게 붙잡고 있던 덕에 바닥에 쓰러지기 전, 빠르게 품으로 당겨와 안았다.


아무 힘 없이 내 품 안에서 축 늘어진 그녀의 숨소리가 아주 옅었다.








연희작가
@컴백해서 돌아왔쥬


연희작가
: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