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 50화

오후 12시 04분.

일찍이 점심 식사를 마친 여주와 지민이는 채현우 기자에 이어, 한지훈 기자를 만나러 그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지훈 image

한지훈

박여주 팀장님?

박여주 image

박여주

아, 안녕하세요.

한지훈 기자분 되세요? 조심스레 질문한 여주는 지훈이 이끄는 자리로 가 앉았다. 물론 지민이도 같이.

한지훈 image

한지훈

김한진 관련해서 여쭤볼 게 있으시다고….

박여주 image

박여주

아, 네.

한지훈 image

한지훈

뭐라도 마시면서 할까요? 커피 좋아하세요?

박여주 image

박여주

아뇨. 괜찮아요. 아까 마시고 와서…

알겠다며 여주의 옆자리에 앉은 지훈. 창밖 너머로는, 땅에서 보면 높아 보이던 빌딩들도 여기 47층에 있으니 다 작아 보이기 일쑤였다.

여주가 창밖 너머 풍경에 시선을 두고 있었을까, 여주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여는 지훈이었다.

한지훈 image

한지훈

…전정국이 살아있다는 걸 아시는 분인가 봐요.

자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질문을 해오는 지훈이에 여주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한지훈 image

한지훈

모를 수가 없죠.

한지훈 image

한지훈

김한진 실체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 안 되는데.

박여주 image

박여주

…그렇죠.

한지훈 image

한지훈

그래서 용건이, 김한진에 대해 아는 걸 묻고 싶은 거죠.

제가 원하는 걸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듯한 지훈의 태도에, 속으로 당황한 여주였다. 이렇게 쉽게…?

박여주 image

박여주

…네, 그렇기는 한데.

박여주 image

박여주

…이렇게 순순히 제 의견을 받아들이실 줄은.

여주의 말에 바람 빠지듯 픽, 웃은 지훈이 말했다. 나도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하는 건 양심에 찔리긴 해요.

한지훈 image

한지훈

그래도… 요즈음 제가 정신 차렸거든요.

김한진이 선을 넘는 짓을 계속하길래,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팀장님이 절 보러 와주셨고.

박여주 image

박여주

…….

여주 입장에서는 의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한진의 편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내 편에 서준다니.

박여주 image

박여주

어제 보도하신,

비비드 패션 기업이 김한진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는 기사 말이에요. 그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한지훈 image

한지훈

김한진이 알려줬죠.

한지훈 image

한지훈

이걸 이런 식으로… 기사를 좀 써라.

최대한, 피해를 보는 입장처럼 보일 수 있도록.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의도를 나타내면서.

박여주 image

박여주

아… 그래서….

어제 읽었던 기사를 떠올린 여주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유지된 정적. 지훈의 눈치를 살피던 여주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박여주 image

박여주

절 도와주실 생각은… 있으신 건가요?

그런 여주를 가만, 바라보던 지훈이 꺼내는 말 한 마디.

한지훈 image

한지훈

…얼마든지요.

박지민 image

박지민

다행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아서.

박여주 image

박여주

그러니까….

지훈으로부터 건네받은 명함을 만지작거리던 여주. 지이잉- 들고 있던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바로 알림을 확인했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왜, 누군데?

박여주 image

박여주

…채현우 기자.

박지민 image

박지민

채현우 기자… 아까 카페에서 만났던 사람?

박여주 image

박여주

……도와주겠대, 우리를.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집에서 기자 둘과 모여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퇴근하자마자 기자들 사무실 찾아가느라 바쁜 여주는 체력이 바닥나기 일보 직전.

전정국 image

전정국

…걱정 되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오늘도 마찬가지로 회사 출근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회의 비슷한… 일정도 마친 여주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에 서있던 정국의 품에 안겼다.

박여주 image

박여주

…피곤하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저녁 차렸는데, 안 먹을래요?

박여주 image

박여주

…밥은 먹을래.

그런 여주 반응 보고서, 귀엽다는 듯이 웃은 정국은 거실로 여주를 데려갔다.

수저도 앞에 놔주고, 맞은편에 앉은 정국은 음식을 보고 세상 행복해하는 여주 표정 보며 웃는 중.

박여주 image

박여주

진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정할 수가 있어요. 계란말이 입에 머금은 채로 웅얼거리는 여주에, 정국이는 귀여워 죽고.

전정국 image

전정국

여주 씨 한정으로 다정한 건데.

박여주 image

박여주

…우웅ㅎ 기분 좋네요.

박여주 image

박여주

정국 씨는 먹었어요?

전정국 image

전정국

응. 난 이미 먹었죠.

와하. 징짜 마싯다. 볼에 식량 가득 담아둔 다람쥐 마냥, 감탄사를 연이어 남발하는 여주에 정국이는 계속 웃고.

전정국 image

전정국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주 씨는 보는 사람 기분 좋게 해주는 것 같아요. 헝클어진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며 나긋하게 말해주는 정국이다.

박여주 image

박여주

아 정말? 내가 그래요?

전정국 image

전정국

네. 완전.

정국의 말에 기분 좋아진 여주는 또 헤실헤실 웃고.

어느 다른 연인들과 다를 바 없이, 서로를 한없이 예뻐해 주며 서로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오늘이었다.

곧 그들에게 다가올 일은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