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 51화



다음 날.


_간만에 늦잠을 잔 두 사람. 잠이 없는 정국이보다 일찍 깬 여주가 방 밖으로 나와 정국을 깨웠다. 정국 씨, 일어나요.


전정국
…지금, 몇 시에요?


박여주
10시… 가까이 다 되어 가요.


전정국
…여주 씨 출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_출근이요? 오늘 토요일인데? 비몽사몽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웅얼거리는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여주.


전정국
아……. 토요일.


박여주
아, 맞아. 오늘 채현우 씨 만나기로 했었네….

_제 품에 안겨 잠꼬대가 섞인 말들을 하는 정국. 여주는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곧바로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_이어지는 통화 연결음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정국이를 바라보는 중. 눈곱 있네요, 정국 씨.


전정국
…아ㅎ 이런 건 좀 부끄러운데.

_괜히 쑥스러워서 여주 품 파고드는 정국. 한편, 길어지기만 하는 연결음에 여주가 통화를 끊었다.


전정국
전화… 안 받아요?


박여주
네…. 바쁘신가 보다.

_근데 왜 이렇게 춥지. 여름용 반팔 파자마를 입었던 여주가 제 팔을 쓸며 춥다는 동작을 취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_마침 창문 밖으로 내리고 있는 비. 빗방울이 어찌나 거센지 창문을 가격하는 수준이었다.


박여주
……이게 얼마 만의 비야.

_창문 밖의 빗방울들에 관심이 쏠리기도 잠시, 춥다는 여주의 말이 신경 쓰였던 정국이가 여주를 제 옆에 눕혔다.

_그 비좁고 좁은 소파에 굳이 단둘이 붙어 있다 이 말이야. 이불까지 덮어쓴 채로.


박여주
따뜻하네요, 여기.


박여주
정국 씨가 따뜻한 건가?

_정국의 볼, 목, 어깨에 순서대로 손 얹은 여주가 따뜻하다면서 되게 좋아하는 반면에 여주 손은 차가우니까 정국이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중.


박여주
…내 손 차갑죠?ㅋㅋㅋ

_얼어버린 정국의 반응이 웃겼던 여주가 웃기 시작하니까 정국이도 웃고.


박여주
차가우면 차갑다고 말을 해요-.


전정국
…아니에요. 하나도 안 그래.

_그냥 대고 있어요. 나도 이게 좋아. 헤실헤실 웃음 지은 정국이는 그대로 여주를 껴안았다.

_고작 얼마 지났다고 스킨십에 거리낌 없는 두 사람. 꽤나 많이 성장한 편이다. 전에는 손만 닿아도 서로 쑥스러워했던 걸 생각하면.



박여주
이제 거의 잠 다 깬 것 같은데?


전정국
…나도 그런 것 같아요.


박여주
요즘 잠은 어때, 잘 자요?


전정국
덕분에. 잘 자고 있어요.

_수면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자고 있어요, 나. 정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행이라며 정국이 손을 잡는 여주.



박여주
……그거 알죠?

_여주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정국이가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박여주
…우리 이제 곧 끝나요.

_모든 준비가 다 되어가요. 김한진이 이 세상에서 벌 받을 준비. 후련함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나지막이 말하는 여주였다.

_그들이 사실을 터뜨리려고 정한 디데이를 세아리며, 새삼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실감한 두 사람.



전정국
…그러네. 진짜 끝나네.


박여주
…예전으로 돌아가면 정국 씨는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_조금의 뜸을 들이던 정국은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전정국
많은 게 달라져 있을 것 같아요.

_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조금 성숙해진 면도 있을 것 같고.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 피하며 미소 짓는 정국이에, 여주도 덩달아 웃는다.


박여주
왜- 성숙해진 거 맞는데.


전정국
…아니에요, 아직 멀었어.

_큼큼, 목을 가다듬은 정국이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거.


_정국이 여주의 눈을 마주치며 말하자, 순간 울컥했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른 여주가 말했다. 그러네요, 예전과는 다른 점이네.


전정국
…울어요?


박여주
아뇨, 절대요. 내가 왜 울어….

_반면에 이미 눈은 눈물에 젖은 상태.


전정국
…우는 것 같은데?


박여주
아, 아니라고요….

_여주가 시선 피하려 하지만, 이미 정국이 품에서 꼼짝도 못 하는 상태라 이도 저도 못 한다.

_그렇게 한창 달달한 분위기의 지속이었을까… 도중에 이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이가 있었으니.



으르르르르르르.


_때 아닌 여주의 폰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정국이 망설임 없이 탁자 위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_대체 어떤 자식인데 지금. 발신자를 누군지 알아내면 당장이라도 찾아갈 기세였던 정국이는… 단번에 표정이 굳었다.


박여주
……왜요? 누군데?


_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한 정국이 통화를 받았다. 요즘 잠잠해지나 했더니 또 시작이네.

_핸드폰 너머의 음성에 모든 신경을 귀 기울이고 있던 여주. 급기야 정국에게 완전히 밀착해버린다.



박여주
…….

_이번에는 누군지 알겠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문 여주. 한숨 한 번 내쉬더니 머리도 쓸어넘겼다.


박여주
……김한진.

_전화를 받고 있던 정국의 표정을 살피는데… 어째, 쎄한 것이 좋은 얘기일 리가 없다.

_그렇게 몇 분이 더 지났을까. 여전히 여주를 안은 채로 통화를 끝마친 정국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핸드폰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박여주
…왜, 또 걔가 뭐래요?


전정국
…….



전정국
…나더러 잠깐 만나자고 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