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 56화





차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병원. 구급차로 이송된 정국은 마지막까지 눈을 뜨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과다출혈로 인해 구급차 이송 중에 심정지가 왔던 정국은,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까지도 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붉은 선혈의 범벅이 되어버린 정국의 손을 오는 내내 꼭 잡고 있던 여주의 상태도 정국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초점이 사라진 눈빛을 하고서 수술실 앞 바닥에 주저앉아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에, 고개를 떨궜다.

그런 여주가 한동안을 그렇게 있으면, 몇 분 뒤에 어디선가 나타난 하얀 가운 차림의 누군가가 여주의 팔을 툭툭 쳤다.


"환자분, 상태가 많이 안 좋으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치료 받으시죠."



···



혈색은 찾아볼 수조차 없고, 핼쑥해진 얼굴의 여주. 아무 말 없이 베드에 걸터앉아 옷을 팔까지 내려 다친 곳을 보이게 했다.

"칼에… 찔린 상처네요?"

의사의 말에 피투성이가 된 제 어깨 한 번 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둔 여주. 입을 열기는 커녕,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여주에게로 다가오는 또 다른 의료진. 차트를 들고 오더니, 여주에게 물을 게 있는 모양이었다.


"방금 들어간 환자 전정국 보호자분 되시…죠?"

여주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의 그녀는, 곧 울 듯한 기세였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병원에 실려왔으니.

그건 둘째 치고… 그녀의 가슴팍에 달려있는 배지가 눈에 띄는 여주였다. 아기자기한 모양의 정국의 이니셜 배지.

전에 정국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제 팬카페에 가입하는 팬들에게는 모두 주어진다는, 저 배지의 관해.


박여주
…….

머지않아 그녀가 정국의 팬이었음을 알게 된 여주는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왔다.

긴 시간 동안 세상에 없던, 죽은 줄로만 알려진 그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서 그를 기억해 주며 삶을 살아가는 이가 있음에.


박여주
……법적 보호자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에요. 간결하게 대답하는 여주에, 간호사의 표정은 더욱 더 울상이 됐다.

"…그러니까, 지금 수술실 들어간 사람이…"

할 말이 있어보이던 그녀가 제 눈물을 닦아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박여주
…….

"……그, 미리 받았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수술 동의 서명이 필요해서요…."

여주에게 펜과 종이를 내민 간호사. 한쪽 어깨는 쓰질 못해서 한 손으로 받아든 여주는 떨리는 손으로 제 이름 석 자를 적었다.


그러다 문득, 옥상에 혼자 남아있을 지민이가 떠오른 여주가 뒤돌아 가려는 간호사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박여주
…저기, 간호사님.


···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옥상. 홀로 남은 지민이는, 한진이 정신 못 차린 틈을 타 기자들을 깨우기 바빴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는 그들을 흔들어, 어떻게든 깨워보려다 뜻대로 안 되니까… 초조한 마음에 입술만 잘근잘근 물어뜯던 지민.

그때 마침, 기자 둘 중에서도 지훈이 먼저 서서히 눈을 뜨자 지민이 곧바로 그를 일으켰다.


박지민
이봐요. 정신이 좀 들어?!


한지훈
……박지민 씨?



박지민
맞아요. 박여주 팀장 동생.

설명은 나중에 자세하게 할 테니까, 지금은 우선 여기부터 빠져 나가죠. 지민의 말을 들은 지훈은 겨우 제 몸을 일으켜 두 발을 딛고 일어섰다.


박지민
채현우 씨 데리고 나가야,


김한진
…어디서 쥐새끼 같은 게 굴러 들어왔나 했더니.

그때 지민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민이 뒤돌았다.



김한진
…너도 박여주랑 같은 핏줄이었네?

다름 아닌, 한진은 천천히 제 몸을 일으키더니 지민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완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