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요 원우씨!

13_혼란 속 낯선 내남편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된 채로 망부석처럼 서서 원우씨 손에 멱살이 붙들린 엉망인 얼굴의 남자만 바라봤다

' 평생을 함께한 부부도 어느날 갑자기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있대 '

왜 지금 그 말이 떠오르는 걸까

???

" 어때요 당신이 모르는 전원우는. "

지금 내 눈앞의 이 상황을, 이 모든 걸 다 알고있다는 듯 말하는 수화기 넘어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손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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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당신 정체가 뭐야 "

???

" 음 수호천사라고 해 두죠 지금은 "

당신을 전원우란 괴물한테서 구해 줄 수호천사-

나에게는 한없이 따뜻하다가도 일을 할 때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는 원우씨의 모습이라면 수도없이 봐 왔다

하지만 이렇게나 살기어린 얼굴은 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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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 차,라리..내가,대,신,죽게,뒀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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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입 닥쳐. "

이렇게나 애처로운 얼굴은 본 적이 없어서,

지금 눈앞의 원우씨가 너무 낯설기만 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졌을 때 쯤 무섭도록 시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 아직도 전원우를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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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당신이 나보다 내남편을 더 잘 아네요 "

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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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슬아....슬아!!! "

딱 한걸음 그거면 충분했다 이 공간에 나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구두 소리에 뒤돌아 본 원우씨의 얼굴이 내가 알던 따뜻함으로 다시 물들었고

나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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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오지말고 거기서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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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설마 본 거야 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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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나한테 또 숨기는 거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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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없어, 정말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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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난 왜 그 말이 안 믿길까요 "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프고 자꾸 눈물이 날까요 나는 왜 이렇게, 당신에게 화가 날까요 원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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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 "

나를 지배하는 이 감정이 뭔지 알아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원우씨에게 잡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간단하게 짐을 챙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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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슬아 이러지 마 내가 다 설명할게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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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당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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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그런데 당신 주변 사람들 보다도 당신에 대해 아는 게 없었네요 나는 "

내가 알아온 당신이 그저 겉면일 뿐이었다는 걸 당신도 아닌 남을 통해 알았을 때 그 심정을 당신은 알까요

갑자기 내 발밑이 무너졌는데 떨어지는 것 말곤 뭘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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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슬아 제발 내 얘기 좀 들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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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6년을 들어왔어요 부족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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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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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슬

" 당신한테 그만 실망하고 싶어요 "

시간을 좀 가져요 우리-

태어나 처음 당신에게 내가 먼저 등을 보였다 한번도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던 탓이었을까 뒤를 도는 순간까지 원우 씨의 표정은 당황스러움뿐이었다

진작, 진작 내가 당신에게 화를 내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진작 당신에게 당신의 얘기를 물었다면 그랬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서로를 상처주는 일은 없었을까

내가 이렇게 뒤를 돌지 않아도 됐을까요

똑똑-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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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히야~ 너무 센 거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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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와이프 쪽을 건드렸으니 전원우 가만 안 있을텐데 "

???

" 피식-) 바라던 바야 "

남자와 얘기하며 사무실로 들어오던 순영이 손에 들고있던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하곤 로또라도 맞은 사람처럼 잔뜩 신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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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목적 달성하셨네 우리 본부장님~ 지금 전원우네 풍비박산 났다는데 "

???

"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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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어ㅋㅋ 그 여자는 집 나가고 전원우는 멘탈나가고 "

이슬이 집을 나갔다는 소리에 서류에서 눈을 뗀 남자가 책상서랍에서 두꺼운 돈봉투와 녹음기 하나를 꺼내와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

" 일 하나만 더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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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나야 고용주가 시키면 해야지~ 이번엔 뭔데? "

???

" 녹음, 스토리는 남편이 오해할만한 아내의 비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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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아 미친 존나 재밌겠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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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근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야 둘이 지지든 볶든 뭘하든 관심도 없었잖아 "

???

" 가져야겠어, 그 여자. "

남자가 천천히 몸을 소파에 기댔다

그 상황 속에서도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사실에 속상해하던 사람, 올곧은 그 사랑과 가치가 아니 그 모든 걸 가진 한이슬이라는 여자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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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 아 이번 장르는 사랑과 전쟁이야? "

???

" 뭐 이번 기회에 한번 뺏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전원우란 세상의 전부를.

소유욕인지 아님 그냥 지독한 욕심인지 모를 것들이 남자의 눈동자 안에서 맹수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네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 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