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과외하기

16 : 싸가지 과외하기

이렇게 아침부터 좆됐음을 느끼는게 얼마만인지.

김여주

"주현아, 내가 왜 너희집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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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보면 모르냐, 어제 술쳐먹었으니까 그렇지."

거울을 보니 처참한 몰골의 내가 있었다. 원래 처참했지만 화장까지 다 번져있으니 정말 못봐주겠네. 그나저나 어제 일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김여주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그러는데, 나 여기 어떻게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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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어떤 존잘남이 너 업어다 줬잖아. 너 진짜 하나도 기억 안나는구나?"

김여주

"웬 존잘남? 내 근처에 존잘인 사람이 있긴 했나..?"

그때 번개처럼 스치는 누군가. 제발 걔는 아닐거야, 아니여야돼. 거의 빌면서 휴대폰 전화기록부를 켰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박지훈'

김여주

"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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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왜?"

김여주

"걔 내가 과외하는 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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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와우, 부럽다 야."

주현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란다. 정리하자면 내가 어제 무슨 생각이였는지 술을 먹고 박지훈한테 전화를 했고 그 이후로 박지훈이 주현이네 집까지 날 업어다줬다는 것인데, 진짜 문제는 그 과정이 단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 하나도!

김여주

"난 망했어..이제 과외도 짤리고 학교도 짤리고..인생도 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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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확실히 인생 흑역사긴 하네."

까-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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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_"해장 했냐? 어젠 진짜 죽일뻔"

김여주

"올 것이 왔다! 주현아 이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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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헐 까톡왔어? 빨리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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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_"힘들면 술먹지 말고 다른거해. 그렇게 들이붓다가 사람 여럿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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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별말 없는데?"

김여주

"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부터 해고야!' 라고 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적지근한 반응이였다. 앞으로 박지훈을 무슨 면목으로 볼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어쨌든 큰 고비는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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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자, 그래서"

김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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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그렇게 술먹고 정신을 잃을정도로 힘든 일이 뭔데 나한테 얘기도 안해주셨을까? 진짜 싸울래?"

들켰다. 왜 내 주변에는 눈치백단들만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더이상 이 일을 숨길 수는 없었고 나는 주현이한테 김민수의 문자에 대해서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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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뭐? 그 미친새끼가 다시 문자가 왔다고? 무슨 낯짝으로??"

김여주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마음이 복잡해."

'띠-링'

여우연

_"오랜만이야 여주야. 나 우연이야 ㅎㅎ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세연고 57회 졸업생 동창회를 하게 됐는데 우리가 보통 사이는 아니잖아. 그래서 이렇게 직접 문자로 보내게 됐어."

여우연

_"아 맞다, 민수도 온다고 하니까 참고해. 날짜랑 시간 보낼테니까 올 수 있으면 와주라~ 얼굴 보고싶다."

김여주

"주현아 우리 동창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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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아 너도 문자 왔구나. 근데 난 안갈거야. 일단 여우연이 보낸 문자라는 것 부터가 싫어."

아 맞다, 주현이는 여우연 싫어했지. 여우연은 고등학교 때 나랑 주현이와 같은 반이였던 애인데, 워낙 자랑하길 좋아하는 아이여서 털털한 성격의 주현이랑은 상극이였다.

어쨌든 나도 주현이와 같이 동창회같은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 편이라 평소같으면 적당히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김민수가 동창회에 온다고 한다. 솔직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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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여주야, 너 동창회 갈 생각이면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여우연 걔 분명 자기자랑이나 하려고 모임 만든걸거야."

김여주

"어? 알지..주현아 나 일어나야겠다, 너무 너희집에 오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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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벌써 가게? 왔으면 해장하고 가"

김여주

"아니야, 너무 폐만 끼친다. 그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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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현

"어..그래? 잘가 여주야."

* * *

마음이 무거웠다. 이 동창회를 가야될 것인가? 이 동창회에 간다고 나에게 이득이 될 것은 분명 없었다. 불편할 것이 뻔했다.

김여주

"김민수가 있다잖아..."

하지만 김민수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김민수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마음과 정말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