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과외하기

18 : 싸가지 과외하기

여우연

"여주야 듣고있어?"

김여주

"..응? 듣고있지. 우연이는 더 예뻐졌네?"

여우연

"어우 얘도 참, 나 요즘 피부과 다니는데 효과가 있나보다."

예의상 한 말이다 이새끼야. 마음으로는 가면 안된다 몇번을 다짐했는데 결국 와버린 내가 미웠다. 거의 왕따를 당했던 고등학생 시절 이였는데 뭐하러 여기서 이런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나도 참 이해가 안된다.

김민수

"내 여친이 좀 이쁘긴 하지."

또 불편한 것 한가지. 주현이의 말이 맞았다. 역시 여우연은 자랑하려고 동창회를 주최한거였다. 이번에는 김민수와 사귀는 것이 자랑거리 인가보다. 너무도 잘살고 있는 김민수에 씁쓸해졌다.

여우연

"나 민수가 사온 가방도 메고 왔다? 이거 엄청 비싼건데, 역시 내남친"

김민수

"이게 뭐가 비싸다 그래? 더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사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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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야 민수 상남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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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요 민수 멋있어!"

여우연

"얘들아 아무리 민수가 멋져도 넘보면 안된다?"

고등학생 때와 똑같았다. 여전히 여우연은 사치를 좋아했고, 여전히 김민수는 허세가 가득했고, 여전히 아이들은 김민수를 좋아했다.

김여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 * *

친척

"우진이 많이 컸네~ 요즘 어떻게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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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네? 저는 공부하면서 지내죠. 이제 고3이니까요."

말 못해, 며칠 전까지 친구들과 광란의 술파티를 했다곤 절대 말 못해. 고기 몇점 좀 얻어 먹겠다고 이 어색한 자리에 끼다니. 내가 봐도 거지같은 선택이였다.

박우진 부모님

"풉, 너가 공부? 성적표도 안가져왔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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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아하하.. 저는 밖에 좀 다녀올게요."

김여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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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어..? 저 여자 박지훈네 과외쌤 아니야?"

왜 저 사람이 저기에 ?

* * *

김여주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지네. 그래, 김여주. 뭘 기대한거야? 그냥 지난 일일 뿐인거야."

밖이 묘하게 시끌시끌했다. 난 직감적으로 내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김민수

"여우연, 김여주 표정봤냐? 완전 부러워서 안달이더라"

여우연

"봤지~ 고소해죽겠어. 맨날 자기는 깨끗한척 하더니, 결국 널 아직 못잊은 거라니까? 구질구질하게"

김민수

"그러게 그때 날 차지 말았어야지..."

김여주

"...하"

아직까지 내가 찬 것 하나만으로 날 이렇게 가십거리로 삼고 괴롭히는구나. 진짜 지독하게 찌질한 새끼다.

김여주

"하긴 더 찌질한건 나였어..아직도 저런 새끼 못잊어서 이런데나 와있고."

하지만 이젠 괜찮아. 몇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던 김민수의 얼굴을 보고나니 있는 정이 다 떨어져서인지 놀랍게도 가슴 깊숙히 남아있었던 설렘이 사라졌다.

김여주

"짜증나서 안되겠다. 나도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줘야지."

여우연

"여주야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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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왜이렇게 늦었어."

김여주

"아 바람 좀 쐬고 오느라.."

여우연

"그렇구나, 근데 여주야. 넌 요즘 남친 없니?"

김여주

"어?"

여우연

"난 너가 남자친구 있을 줄 알았거든. 너 고등학생때부터 남자애들이랑 엄청 친했잖아"

내가 돌아오기가 무섭게 여우연은 고등학생 때의 소문을 다른 아이들에게 상기시키려는 듯했다. 명백한 공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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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효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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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아아.."

그거 아니였어, 김민수가 퍼뜨린거였다고. 반박을 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의 싸늘하게 식은 반응을 보니 마음과는 다르게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

김여주

"그게 사실..!"

여우연

"얘들아, 생각해보니까 정말 고등학생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않니? 대학 와서 좋은사람 만나는게 훨씬 좋더라고. 여주도 고등학생 때는 그러다가 지금은..하하"

여우연이 의도적으로 내 말을 끊는게 느껴졌다. 이젠 그냥 대놓고 날 까겠다 이건가.

남자친구 하나 없다고 인생을 헛사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그런지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이러면 안되는데.. 난 잘 살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데..

김민수

"다들 이제 그만 가자. 시간이 좀 늦었네"

여우연

"맞아.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하잖아~"

김민수와 여우연이 웃고 있는 것 처럼 보였던게 내 기분탓만은 아니였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 * *

여우연

"여주야, 그러니까 이제 착하게 살아~"

김민수

"맞아. 다 지나서 하는 얘기지만 너 그때 나랑 사귀면서 다른 남자애들한테도 대시했잖아"

김여주

"뭐..? 그건 그때 너가..!!"

여우연

"그러니까 너가 남자친구가 없는거야. 성격 좀 죽여야겠다, 아까도 우리 민수 얘기 하니까 표정 안좋아지더니"

김민수

"이제 성인 됐으니까 정신 차려라~"

재수 없어. 화나는 건 이 재수없는 둘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내세울게 없었으니까. 분한 나머지 눈물이 나오려 했다. 여기서 울면 진짜 지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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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