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토끼 전정국 키우기
01. 여주, 정구기를 만나다



정여주
누구세요~?

꽉 닫힌 현관문 사이로 단조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올게 없는데... 여주는 주말이 시작된 아침 열시부터 온 이상한 택배, 아니 바구니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바구니에 달린 쪽지 하나를 봤다.

'아기 토끼입니다. 제가 사정으로 인해 키우지 못하게 되어 돌다가 여기에 놓고 가게 되었네요. 이걸 받으시는 분께서 남자일지 여자일지 모르지만, 부디 정국이 잘 키워주시길 바래요. 이름은 전정국이고요, 애교가 상당히 많습니다. 반인반수라 하여 사람말도

곧잘 합니다. 물론.. 그 말투가.. 남자인 저도 귀엽다할 정도니 만약 집주인께서 여자라면 한참 아래인 막내동생 키운다 생각하시면 편하실것같고 귀여워 죽으실겁니다. 죄송하고, 부디 잘 돌봐주세요.'

남자치고는 꽤 깔끔한 글씨체였다. 여주는 쪽지에 적힌것을 읽고나서 고개를 살짝 밑으로 내려 검지손가락으로 들췄는데 저 작은 것 안에는 남자가 적어놓은대로 토끼가 한 마리 있었다. 딱 봐도 귀엽다 할 정도로 작고 아기같았다. 여주는 한참을 그러고 보다가

문을 열어놓고 본 것을 그제서야 알고 바구니를 들고 조심스레 후다닥 안으로 들어와 거실탁자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정여주
아, 귀엽다.. 흐...

금방이라도 눈을 딱 뜨고 누나아~ 거릴것같이 귀엽게 생긴 정국을 보며 여주는 엄마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시 한번 의문의 남자가 쓴 쪽지를 보던 여주는 꼼꼼히 써놓은 리스트를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가아가하게 생긴데다, 털색은 예쁘게 핑크핑크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기분 좋은 촉감을 느끼게하는 귀도 가졌다.


정여주
태어나서 내가 토끼를 키울줄이야..그것도 반인반수...

반인반수.. 토끼니까 반인반묘..인가.. 여주는 소파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는 정국을 정말 막내동생 보듯이 보고, 정국은 세상 모르게 아주 잘 자고 있다. 자신의 주인이 바뀐지도 모른채. 뭐.. 그 전주인이 말은 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깨어나자마자 전주인을 찾는게 아닐지 모르겠다...


정여주
아, 어떡해. 아무리 봐도 귀엽...

들어서 어디에 놔도 아주 잘 잘것만같이 자고 있다. 아무런 느낌도 못 느끼고 아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이.. 아무리 봐도 아가같은 정국을 보는 여주는 아주 귀엽고, 아기같아서 속으로 아주 환장해하고 있다. 겉으로는 티를 안 내도 아주 좋은 모양인

지 입가에 묻은 미소를 지우려하지않는다.


정여주
아니 어떻게 이렇게 귀엽게 생겼어...


정여주
..와.. 자는것도 예뻐...


정여주
어제 뭐가 하루종일 안 되더니.. 정국이를 만나려고 이렇게 안 좋았던건가..?

말이 되지도않는 말들을 입으로 내뱉으며 여주는 차차 정국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어떨까, 얼굴하고 상반되는 목소리일까, 하는 짓은 어떨까 등등...

온갖 생각을 다 하면서 망상에 빠졌다. 첫 사랑이 시작되어버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두근두근대는 사춘기 소녀처럼...


정여주
흐... 얼른 일어나서 말도 해주고 애교도 해주고 그랬으면 좋겠다.. 귀여워서 나 죽을것같은데...

하나뿐인 동생이 남자애지만 그냥 상남자라서 누나따위.. 누나인 여주를 외면 할 정도로 차가운 동생이라 여주는 동생 소개를 안 한다. 워낙 싸가지...라서...

어렸을때부터 애교있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만 몇천번, 아니 매일매일 할 정도로 서로서로 피한다.

동생 안 보려고 나온거였기때문에 귀여운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런 여주에게도 행운이 온 것이다.


정여주
...언제 일어나려나아아아...

정국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애교를 쓰게 되는지, 여주는 자기가 말해놓고 큭큭 웃어버렸다. 원래 성격이 워낙 털털하고 입도 좀 거친 편이라 애교하고는 거리가 아주아주아주 먼데... 이 무슨.. 후.. 정신 차려, 정여주. 뭐 하니...


전정국
...끼잉...

다시 기다리기를 몇 분... 바구니안에서 끼잉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들썩들썩거렸다. 그 특이한 들썩거림에 여주는 한참을 바구니에 집중하고 있다가 들썩거리던 바구니에서 정국이의 귀가 나오자 입을 틀어막고 침까지 꼴깍 삼키며 집중을 더했다.


전정국
우웅....

제 눈쪽으로 보이는 햇빛이 불편했는지 눈을 살짝 찡그리고 고개를 빼꼼 내미는 정국. 여주는 정국의 움직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생물체를 본적이 없으니까...

정국은 바구니에서 폴짝 뛰어 나와 눈을 꼭 감은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여주의 앞에 떡하니 앉았다.


전정국
...움... 새 주잉 앙녕! 나눈 정정구기라고 해! 방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