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주오
에피소드 1



경성(지금의 서울)과 멀리 떨어진 한 시골마을

한복을 입고 15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무위를 오르고 있고 여자아이와 또래로 보이는 다른 아이는 나무 밑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분이
아기씨!!!! 대감마님 아시면 저 큰일나요!!! 얼른 내려 오세요!!


연이
나무 위에 저 감이 너무 맛있어 보이잖아~ 좀만 기다려봐~ 내가..... 분이 너한테......

나무위에 올라갔지만 감이 손에 닿지 않아 까치발을 들어올려 떨어질듯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연이의 발이 미끄러지며 나무 아래로 떨어지려는 그 때


분이
(눈을 가리며) 꺄악!!! 아기씨!!!


연이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려)부....분아;;;; 얼른 가서 사람을......


겸이
어허~ 요녀석!!!


연이
!! 오.... 오빠;;; 빠....빨리;;;


겸이
(나무 밑에서 연이를 잡아주며) 연아 오빠가 잡았으니 손 놓아도 돼~ㅋ

연이가 나무에서 손을 놓자 겸이가 받아 안았고 땅에 일으켜 세워주었다


연이
(겸을 반갑게 안으며) 오빠!!! 이게 얼마만이야!!


겸이
지금보니 연이도 잘 지낸것 같구나 ㅎㅎ


연이
(오빠를 올려다 보며)이번엔 얼마나 있다가 갈거야???


겸이
글쎄..... 이번에도 이틀정도 밖에 못있을거 같은데.....


연이
아버지의 신부름이 무엇이기에 몇날 며칠을 밖에서 지내다가 겨우 왔는데 이틀만 있다 간다고?? 오빠 없어서 내가 얼마나 심심한줄 알아?!

평소 우애 좋기로 마을에 소문이 난 겸이와 연이 남매였는데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겸이는 18세의 나이로 경성을 오가며 여러 일을 했다 당시엔 교통편이 좋지 않아 경성에 오고가는데 오랜시간이 걸렸기에 한번 나가면 몇달이 걸려 돌아오기도 했다

연이는 오빠가 보고싶었던 만큼 괜히 오랜만에 집에온 겸이에게 투정을 부렸지만 이내 오빠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분이 너는 이시간까지 학문을 익히지 않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게야!!


연이
(불호령에 화들짝 놀래며) 으앗!!! 네 아버지!! 지금 공부하러 갑니다~~~

연이가 놀라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뛰었고 분이도 어른들께 인사를 한 뒤 연이의 뒤를 따랐다


겸이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건강하셨지요?


어머니
오냐.... 내새끼..... (손을 잡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번길은 힘들지 않았고??


겸이
네~ 조심히 잘다녀왔습니다


아버지
흐흠..... 안으로 들어 오거라


겸이
네, 아버지

겸이는 어머니와의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아버지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겸이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연이
(책을 펴며) 분아 아버지의 심부름이 무언지 아니???


분이
(책을 펴며)저는 아가씨 옆에 딱 붙어 있는데 어찌 알겠습니까;;


연이
흠..... 뭔가 일이 있는것 같은데...... 분아! 학당에 아이들 잘 가르치고 있어??


분이
네~ 아씨가 알려주신 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더니 아이들도 잘 따라 하더라구요

연이는 분이와 신분은 다르지만 분이에게 가족들 몰래 글을 가르치고 있었고 분이는 다른 어려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 때 갑작스럽게 겸이가 연이의 방 앞에 와 다급하게 연이를 불렀다


겸이
연아~ 연이 있니??


연이
(분이의 책을 숨기며) 어!!! 어어!!! 오빠!! 잠깐만!!!

분이의 책을 급하게 숨긴 뒤 분이가 방 문을 열고 당황스레 말했다


분이
도 도련님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오셔요...


겸이
연아 급하게 아버지 심부름으로 경성에 가야할것 같아 지금 어서 채비를 하거라


연이
응??? 지금??? 이렇게 갑자기???


겸이
급한일이니 분이 네가 연이 짐 쌓는것 도와주고 분이 너도 채비 하거라


분이
네?? 네 도련님....


연이
어디 가는데???

겸은 연이의 질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한듯 어디론가 가버렸다


연이
갑자기 이게 무슨일이야????

분이도 당황스러워 했고 연이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채비를 마친 연이와 분이가 안채로 가니 부모님과 채비를 마친 겸이가 안채 앞에 서 있었다


아버지
급하다 하였거늘 왜이리 굼뜬게야!!!


연이
아..... 죄송합니다 서두른다 서둘렀는데.....

갑작스런 불호령에 연이는 당황스러웠다 그때 어머니가 연이에게 다가왔다


어머니
(연이 손을 꼭 잡으며) 연아...... 오라비 잘 따라 가거라~ 다른 곳에 한눈팔면 안된다~ 알았지??


연이
네.... 어머니.....

갑작스러운 일에 연이는 당황스러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 했다


아버지
연이 너는 오라비를 따라 경성으로 가거라 경성에서 살 돈은 다 마련해 두었으니 경성에서 지내며 가서도 학문을 게을리해서는 안될것이야!!


연이
가....갑자기 경성이라뇨;;;; 경성으로 가면 이름도 바꾸어야 하고 외놈들의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가지 못하게 하시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아버지
군말 말고 빨리 떠나거라!!

분이는 아버지는 불호령과 갑작스런 어머니의 눈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겸이
연아.... 가자 경성까지 가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버지....어머니..... 강녕하세요.....

인사를 마친 겸이가 빠르게 뒤돌아 나가자 연이도 급하게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겸이의 뒤를 따랐다

부모님은 연이와 겸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문 앞을 떠나지 못했고 어머니는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흑.....흐흑.......

그 때 아버지가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버지
미안하오....... 당신까지 험한꼴 당하게 해서.... 내 미안하오.....


어머니
아닙니다.... 대감 가시는길에 당연히 제가 함께 해야지요..... 어미로써 아직 어린 자식들을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럽니다......흑.......

커다란 집에 그 많던 하인들도 나가고 아버지와 어머니만 덩그러니 있었고 집안은 한없이 조용했다

잠시후 집 주변이 어둑해 졌고 무언가 알기라도 한듯 마을도 조용하던 그 때 땅을 울리며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방에 앉아 들려오는 발소리에 서로의 손을 꼬옥 잡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쾅!!!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부모님은 때가 왔음에 두눈을 질끈감았다 그런데 들려서는 안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이 아버지
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행패냐!!!!!!

생각치 못한 목소리에 놀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밖에 나와보니 낮에 떠난 하인들이 곡괭이, 낫, 방망이를 들고 안채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아버지
자....자네들이 어찌 여기에!


분이 아버지
대감마님~ 대감마님께서 저희에게 해 주신것들이 많은데 어찌 저희가 대감마님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저희 아이들을 살려주신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버지
흑...... 이 어리석은 사람아...... 미안허이......

그 때 대장으로 보이는 일본 순사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일본순사
殺せ~ (죽여)

그의 한마디에 집 안에 있던 순사들이 밖으로 나가고 집 밖에 있던 순사들이 안으로 들어와 총을 겨누었다


분이 아버지
네 이놈들!!! 너희들은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너희 왜놈들!!! 대감마님 실오라기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분이 아버지를 필두로 모든 하인들이 순사들에게 달려들었고 조용했던 마을에 여러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

......

집 안은 피로 물들었고 일본순사들는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집을 떠났다



연이
(뒤를 돌아보며) 응???

해가 졌지만 겸이, 연이, 분이는 계속 걸었고 경성(지금의 서울)에 가기 위해 산을 넘고 있었다


연이
헉....헉.... 오라버니;;;; 좀 쉬었다 가자;;;


겸이
나무에 오르던 그 기세는 어딜 간게야~ 경성에 가려면 한시가 바쁘다 늦장부릴 때가 아니야~


연이
아무리 급하다지만 이 어두운 산길을 어떻게 계속 간단말이야;;;; 좀만.... 좀만 쉬었다 가;;;

연이가 힘들었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않았고 겸이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그 때 조용하던 산에 여러발의 총성이 메아리쳐 들려왔다


분이
(놀라 귀를 막으며) 엄마야;;;;


연이
바...방금 무슨소리야???

연이는 총성에 놀라 벌떡일어났고 자신들의 마을쪽을 바라보았다

총성이 잦아들며 안심하던 그 때 마을에 불이 난 것이 보였다


연이
(마을 쪽을 바라보며) .........부....분아..... 저기 지금 빨갛게 보이는 곳이..... 우리집 아니냐???


분이
(연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며) 네??? 어디요??? 어머!!!! 애기씨!!! 대감마님댁이 맞아요!!!

겸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려 뒤를 돌아본 그 때 겸이가 바닥에 납짝 업드려 절을 했다


겸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어머니......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이는 엎드린채 흐느꼈고 연이는 오빠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음을 느꼈다 그대로 연이도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분이
아씨;;;


연이
어....어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두사람의 울부짖음에 분이도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네가 이 늙은 애비를 대신해 경성을 오가느라 고생이 많구나....


겸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큰 뜻에 작으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아버지
대대손손 지켜온 집안이거늘..... 나라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구나.....


아버지
오늘 경성에서 급한 전보가 왔다 내가 한 일에 꼬리가 잡혔다는 구나...... 비밀결사단에서 너희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였으니 겸이 너는 한시라도 빨리 연이를 챙겨 경성으로 가거라

떠나라는 아버지의 말에 겸이는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했다


겸이
!!!! 아....아버지......


아버지
어허!!! 네 동생 연이까지 죽임을 당해야 겠느냐!!! 어서 채비하거라!!!!!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며 자리를 박차고 연이에게 달려가 채비할것을 알리고 겸이도 좀전에 풀어둔 보따리 확인하며 짐을 꾸렸다

겸이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비밀자금을 마련했고 겸이가 비밀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지금의 큰 집까지 팔아 독립운동자금에 보태려 하였으나 일본군에 꼬리가 잡힌 것이다 꼬리가 잡힐 것을 대비해 겸이와 연이가 도망하는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해 어른들은 집에 남기로 연이 모르게 오래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앞으로 가 앉으며) 하인들도 모두 떠났습니다 대감께서 준비한 노잣돈도 다 챙겨 주었구요....


아버지
나 때문에..... 당신까지...... 내 어찌 당신에게 고개를 들 수 있단말이오.....


어머니
대감..... 고개를 드세요 대감은 나라를 위한 위인입니다 저는 그런 대감의 아내가 된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아버지
고맙소..... 우리 꼭 저승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