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주오

에피소드 2

경성에 도착한 겸과 연, 분이는 경성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도움으로 곧 바로 상해로 출발했다

일본순사들이 아이들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대한제국을 떠난 아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겸이와 연이는 동행하는 사람들이 독립운동가임을 알고 따랐지만 분이에게는 그들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 분이가 알면 분이 또한 위험에 빠질 수 있고, 독립운동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겸이와 연이는 어떤 제안을 받게되어 다시 상해를 떠나야 했지만 분이는 데려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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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분아,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해 그런데 너는 함께 할 수 없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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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네?! 왜요?? 애기씨가 가는데 왜 저를 안데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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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분아 이제 너는 내 하인이 아니야 우리가 그렇게 바랬던 진짜 친구가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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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제가 어찌 애기씨의 친구가 되겠어요;;; 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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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우리가 그토록 바래왔던 순간인데 어찌 피하려는 거야~

연이는 웃어보였지만 분이는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은 같은 나이로 태어났지만 연이는 양반가문의 자녀로... 분이는 부모님 대대로 연이의 가문의 종으로 살아왔고 분이도 당연이 부모님처럼 평생 연이를 모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연이의 도움으로 하고 싶던 공부도 하기도 하고 맛있는게 있으면 항상 자매처럼 나누어 먹었지만 진짜 친구가 된다니.... 분이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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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분아 아버지께서 너의 몫으로 많은 자금을 마련해 두셨대 그 돈으로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네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는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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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네?!! 학교요?!!

분이는 평생 학교에 가보는것이 소원이었다 신분으로 인해 가지 못했지만 연이가 글자를 알려주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공부에 대해 한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에 가슴 한 구석으로 밀어두었던 학교에 대한 꿈이 다시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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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분이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지금 당장은 대한제국으로 돌아가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을거야 그때까지 분이 너는 이 곳에 남아 공부하고 있어.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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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아...... 애기씨를 따라 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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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그곳은 네가 못간데두.... 다음에 와서 무엇을 배웠는지 다 물을 것이야~ 그 때 까지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아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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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 네.... 애기씨..... 고맙습니다......

분이는 고마움과 연이와 헤어짐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흘렸다

5년 후.....

연이가 살던 마을에 한 남녀가 저 멀리서 불에 탄 연이의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엔 연이가 오르려던 감나무가 여전히 탐스러운 열매를 보이며 둘을 반기는 듯 했고 마을은 여전히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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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야~ 여기가 네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이야??

남자가 신이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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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 때 누군가가 그들의 곁을 지나가 둘은 모르는척 가던길을 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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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애.....애기씨??

모르는척 지나치려 했으나 낯익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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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이 어멈???

둘의 눈시울이 빨개졌으나 분이 어머니가 다급하게 둘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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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속삭이며 주변을 살핀다) 애기씨..... 일단 저를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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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여긴 안전할겁니다....... 애기씨 이게 얼마만이에요.....흑...... 이렇게 다 큰 성인이 되었다니....... 대감마님과 마님께서 이 모습을 못보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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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멈도 이리 건강히 있어주어 고마워.....

두사람은 오랜만에 만남에 눈물을 흘렸지만 효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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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어멈..... 혹...... 우리 부모님의 행방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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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흑....... 아이고 애기씨....... 너무너무 죄송해요.......

분이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다 두사람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두 사람은 분이어머니를 따라 굽이굽이 험한 산을 한참 올랐다

산을 오르자 양지바른 곳이 나왔고 그 곳에 비석도 없는 두개의 묘가 나란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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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뫼시느라 제대로된 비석하나 없이 이렇게 모셔 송구해요........흐흑...... 대감마님 두분이 저희에게 어떻게 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애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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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를 어루만지며) ...... 아니야....... 고마워...... 내 오늘로 두다리 뻗고 잘 수 있을것 같아....... 너무나......흑......... 고마워.......

효는 부모님의 묘소를 정리 후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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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어멈..... 오늘 우리는 만나지 않은것이야..... 내말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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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네..... 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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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네와 헤어지기 전에 해 줄 수 있는 말은 분이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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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머니

분이!!! 분이가 애기씨 곁에 있군요!! 다행입니다 흑........ 다행이에요!!

몇년만에 들려온 딸의 소식에 분이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효의 마음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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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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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어멈...... 몸 건강히 잘 지내~

눈물흘리는 분이 어머니를 뒤로하고 둘은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걷던 중 효가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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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 너는 길을 잘 기억하니 나중에 여기에 오빠를 꼭 데려와줘..... 나는 나라의 독립을 보기전까진...... 절대 다시 오지 않을거야...... 나랑..... 약속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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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약속할께.......

두 사람은 경성에 도착해 한 건물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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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먼길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어~ 네가 연이 데리고 먼길 다녀온다고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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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아버지 어머니는 잘 뵙고 왔니??

효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곤을 보자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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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흑......흐흑....... 다행히 분이 어멈이..... 부모님의 묘를 만들어 주었다더라구....... 누군가가 부모님의 시신을 버리지는 않았는지...... 산짐승이 물어갔으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지......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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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 애기씨...... 엄마를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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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건강하시더라...... 미안해 분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을 텐데...... 흑.....

엄마의 소식을 들은 분이가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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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아니야..... 아니야.... 연아...... 고마워...... 엄마의 소식을 전해주어서.....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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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우리 두 공주님의 눈물샘이 터져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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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

떠나기 전 엄마의 소식을 알게되어 다행이야.....

분이는 상해에 있는 동안 공부를 마쳤고, 일본에서 간호사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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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아..... 건강해~ 우리 꼭 다시보자

효는 애써 웃어보였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고였고 분이 역시 눈물이 가득했다

그렇게 20년지기인 분이가 떠나고 조용해진 집 2층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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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안전하지 못하니 장소를 옮기죠

밤이 되어 거리가 조용해지고 난 뒤 그들은 조심히 움직였다

건을 따라 한 건물로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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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이게 얼마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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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느라 다들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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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 3년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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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저의 부름에 먼길을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소개하자면 저는 독립운동회 청년회 단장 건입니다

건물 안에는 4명의 남자들이 더 있었고 그 들은 3년 전 상해에서 첫만남을 가진 이후 이번이 두번째 만남.... 서로의 닉네임만 알 뿐 서로 무엇을 하는지, 실제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게 바로 청년회의 규칙이다

그들에게 모두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할지는 단장인 건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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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탈 없이 우리가 모이게 되어 더 기쁜날입니다 각자의 그 날을 위해 우선은 먼길 온 피로먼저 푸시죠 다음 모임일정은 약속된 장소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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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단장님~ 우리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져요?? 아쉬운데 밥이라도 한끼 어때요?? 다시 만난다지만 이 중 누가 빠질지 모르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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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생각이야!! 찬성입니다!!ㅎㅎㅎ

동갑내기인 백과 양이 신이나 말했고 다른 단원들은 어쩔줄 몰라하며 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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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이부분은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어쩌죠? 준비 된것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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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요리 하실 수 있는분 안 계신가요?? 효야! 너 요리 할 줄 아는거 있어??

갑작스런 백의 부름에 효가 당황스러워 하며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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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없는데;;

그 때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음이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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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거라면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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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든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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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여러분??

시끌벅적해진 모임에 건은 당황스러워 모두를 말리려 할 때 곤이 건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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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억을 만드는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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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건아~ 3년만에 모두 모인 자린데 밥이나 한끼 하자~

친구인 감의 말에 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음이 요리 할 동안 다른 사람들은 밥을 짓고 재료손질을 도왔고 식사준비를 했다 두번째 만남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다들 식사준비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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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린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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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차린게 없노! 와..... 이게 다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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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요리를 음청 잘하는구나.....

음은 올해 18살로 채소 몇가지.... 고기몇덩이로 금세 근사한 식사가 준비되어 다들 놀랐다

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독립운동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해맑게 웃으며 평범한 그날을 즐겼다

다음날 곤과 효는 경성 거리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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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야 저 건물을 돌아가면 효 네가 좋아하는 양과자집이 나와~ 근처에 온 김에 사가지고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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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던 과자?? 그런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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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성에 올 때마다 사다달라던 양과자 있잖아ㅋㅋ

곤의 말에 효는 잊고 있던 추억이 떠올랐다

가을 바람이 살랑불던 날.... 겸이와 연이는 집근처에 산책을 나왔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놀란 연이가 겸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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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또 가야한단 말이야??? 안힘들어??? 경성까지 가는 길도 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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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그렇다고 아버지께서 가실 수는 없잖아~ 오빤 괜찮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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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에이.....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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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가는 길이 험해서 나중에..... 연이가 좀 더 크면 오빠가 데리고 가 줄께~ 뭐 필요한거 없어? 이번엔 예쁜 머리핀으로 사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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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음......아!! 지난번에 먹었던 양과자!! 그거 또 사다줘! 그리고...... 머리핀도!!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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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

뭐?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연이는 욕심쟁이구나?ㅋㅋㅋ 그래! 양과자도 머리핀도 모두 사다줄께

겸이는 경성에 다녀오는 동안 연이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미안함에 꼭 연이의 선물을 사왔다

효는 지난 5년간 잊고 있었던 추억을 오빠인 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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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빠는 뭘 좋아해? 오빠는 항상 나한테 무언갈 해주었는데 나는 오빠한테 해준게 없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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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준게 없어~오빠는 효 네가 내 동생으로 태어난 것로 이미 큰 선물을 받았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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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도 오빠가 내 오빠여서 너무 좋아 ㅎ

오빠가 좋아하던게 무언이 있는지 한참을 고민하던 효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신이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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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생엔 내가 누나로 태어날께! 그래서 오빠를 아주 잘 챙겨줄께 ㅎㅎ

곤은 갑작스런 효에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효가 너무 예뻐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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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동생으로 태어나야돼! 오빠로 태어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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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지금부터라도 하나님께 기도해보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