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주오
에피소드 3



곤과 효는 장보기를 마치고 묵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곤의 방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음이 나타났다


음
형...... 오늘 밤 10시 마츠노야 술집이요

음의 이야기를 들은 곤과 효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 찾아왔고 마츠노야 술집에는 일본 순사들의 회식자리로 떠들썩 했다

일본 순사들은 술을 마시며 서로 자신이 잡아들인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하며 내가 대단하다 너도 대단하다며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놨다 그 중에는 일본 순사의 제복을 입고 일본어를 사용하지만 대한제국 사람도 많았다

시끌벅적한 가게 2층에서 검은 복면을 쓴 두명이 계단에서 일본 순사들을 바라봤고 누군가가 외쳤다

일본순사
도대체 누구냐?!!(도대체 누구냐?!)

그들은 나지막히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후 총을 쏴 일본 순사들을 저격했다 술에 취한 순사들은 반격할 틈 없이 하나 둘 쓰러졌고 그 때 한 순사가 복면을 쓴 그들에게 총을 겨눴다

일본순사
이야로!!!(이자식!!!)

그 때 창문이 깨지며 건물 밖에서 총알이 날아들었고, 일본순사의 머리에 맞아 순사는 쓰러졌다

술집은 피로 물들었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복면을 쓴 두 사람은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날 마츠노야 앞은 간밤에 일어난 총기사건을 조사하러온 순사들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일본순사
또~~(또야?)

요 몇달 새에 많은 일본 순사들이 떼죽음을 당한 상황에서 범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 조사단은 당황스러워 했다

많은 인파 속에 음이 서 있었고 조용히 현장을 지켜보던 음은 어느센가 사라졌다


음은 시장길을 걷다 꽃이 늘어져 있는 좌판 앞에 멈췄다


음
한련화 주세요



감
어서오세요! 지난번에 가져가신 한련화도 잘 크고 있죠?! 단골이시라 이번엔 좀 큰 화분을 준비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아! 이거 좀 어렵게 구했는데 집에 가서 심어보세요 ㅎㅎㅎ

감이 준 씨앗 봉투를 받아들고 서로 모르는 척 물건을 계산하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음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음의 방은 항상 커튼이 쳐져 있어 불을 켜지 않으면 낮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였다 그런데 딱 한곳만 빛이 들어오게 한 곳에는 꽃밭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방 한켠에는 많은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음은 숙소로 돌아와 바로 좀전에 사온 화분의 분갈이를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꽃 중 시든 꽃은 뽑고 새로운 꽃이 들어갈 자리를 만든 뒤 받아온 화분에서 꽃을 들어내자 꽃 밑에 순겨둔 총알다발과 총이 나왔다

감은 꽃을 파는 상인으로 살며 청년회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고 받은 한련화의 꽃말은 '애국심'으로 청년회를 상징하고 있다

음은 무기를 받는데 사용된 꽃을 버리지 않고 독립을 염원하며 한련화를 키웠다 꽃들이 제법 오랫동안 시들지 않고 자랐다

한련화를 심고난 뒤 받아온 화분을 정리하려는데 감이 준 씨앗 생각이 나 정리하려던 화분에 새로이 흙을 채우고 감이 준 씨앗을 심어 가장 볕이 잘들어 오는 곳에 자리잡아 주었다

그리고 음은 바랬다 이 씨앗이 어떤 꽃인지 죽기 전에 꼭 봤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전차가 지나가며 활기차 보이는 경성의 앞면과는 달리

조금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집도 없이 거리를 전전하며 살고 어떤 이들은 부모를 잃은 채 아이들끼리만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또한 살기가기 쉽지 않아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 아이가 배가 곯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고 그 아이의 누나로 보이는 아이가 바가지로 무언가를 먹이고 있었다

쌀 한톨 없는 맹물이었다.....

누나로 보이는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동생에게 이거라도 먹으라고 입에 부어주지만 동생은 물도 넘길 기운이 없는지 입밖으로 흘러내렸다

두 아이의 앞에 누군가가 다정하게 말을 건냈다


백
물 말고 이 미음을 먹여보자.....

백을 보고 여자아이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백
너도 요 몇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겠구나.... 자 이건 네 밥

여자아이에게 주먹밥을 건네자 아이가 허겁지겁 밥을 입에 우겨 넣기 시작했다 백은 준비해온 미음을 동생에게 먹여주자 동생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여자아이가 먹는 것을 멈추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거지 : 야!!! 먹을게 생기면 우리한테 먼저 가져오라고 했지!!!!

성인 거지 여럿이 주변에 있는 바가지를 발로 차며 아이들을 위협했고 이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은 몇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공포에 질린 여자아이 앞을 백이 막아 서며 거지들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백
........ 당신들 뭐고...... 끄지라......

백의 눈빛에 움찔한 거지들은 두고보자는 말과 함께 돌아갔고 백은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곁을 지켰다


백
미안해.... 자주 와야 하는데..... 오빠가 또 오랫동안 오지 못할것 같아...... 돌아올 때까지 잘 숨고, 잘 먹어야해 알았지??

거지 : 순사님!! 여깁니다!!! 저놈 아주 수상해요!!!

거지들은 길에서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일본순사들에게 알리고 순사들은 그 사람들을 잡아들이며 독립운동을 저지해 왔고 거지들은 그 덕에 성인 거지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수상한 사람을 찾지 못한 날에는 어린아이들을 약탈해 배를 채워왔다

오늘도 배를 채울 생각에 거지들은 신이났지만 순사는 백을 보고 당황스러워 했다

일본순사
헉!!!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백
안녕하십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순사님께서 여기까지 어쩐일이시죠?

백을 알아본 순사가 백에게 인사를 했고 그 모습을 본 거지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일본순사
야 이놈들아!! 저분이 누군줄 알고?!!! 니놈들 때문에 내가 경을 칠 뻔 했잖아!!! 하하하 제가 이 놈들 따끔하게 혼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순사가 거지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일개 일본 순사들이 얼굴을 알 만큼 백은 유명인이었다


백
저들이 내 얼굴을 봤으니 당분간은 얼씬도 하지 않을거야..... 건강해야해~

아이들이 허기를 면한 것을 확인한 후 백은 그 자리를 떠났다


경성에 한 고급 커피숍..... 일본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넘쳐났다

그 곳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렸고 양은 음료 한잔과 함께 싱글싱글 웃으며 피아노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피아노에서 리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고 양은 그 모습을 보며 베시시 웃었다


공연을 마치고 경성의 거리로 나온 리가 조용히 백의 옆으로 다가갔다


리
위험하니까 가게에 오지 말라니까.....


양
에이~ 형이 힘들게 번 돈인데 내가 와야지~


리
이번엔 멀리 간다고??


양
응~ 선생님께서 이번엔 미국까지 가자시네.....


리
형이 넉넉히 넣었으니까 배 곪지 말고~ 선생님 잘 챙겨드리고~ 건강히 다시만나자~


양
......응! 형~ 고마워~ 꼭 다시 만나자~ 알았지?

양의 밝은 웃음에 리도 미소지었다



건
어서 오세요 😊 (어서 오세요)


건
오랜만입니다 히라타 씨 😊 (오랜만입니다. 히라타씨)

일본순사
今 日村様を会いに行くから いい服でお願い(이번 히무라님을 만나러 갈거라 좋은 옷으로 부탁해)

건는 경성 시내에서 유명한 양복점 주인이다 젊은 나이지만 장사수완이 좋아 일본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뿐 아니라 일본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 모두 건의 양복점에서 옷을 해 입을 정도였다


건
히무라님이.......

하무라는 일본의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로 대한제국이 독립을 하지 못하도록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고 탄압하는데 일조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건은 히무라가 언제 어디에 오는지 물었고 일본순사는 아무 생각 없이 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건은 받은 정보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외출준비를 했다


건은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고 건과 상대방은 어깨를 부딪혀 사과 후 골목을 벗어났다


가게로 돌아온 건은 쪽지를 펼쳐 보았다

골목에서 부딪힌 사람은 독립운동가로, 잠깐사이에 건은 히무라의 정보를..... 상대는 청년회가 해야 할 일이 적힌 쪽지를 주고 받았다


음의 방 창문에서 콕콕하는 소리가 들렸고 음은 살짝 커튼을 걷어 창을 열자 비둘기 한마리가 보였다

음은 주변을 살핀 뒤 비둘기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었다 비둘기는 바로 날아갔다


늦은 저녁..... 오늘도 술집은 일본 순사들로 떠들썩했고 복면을 쓴 두사람이 등장해 술집에 있는 사람들을 처리 후 밖으로 나왔다

그 때 갑자기 복면씆 사람들을 향해 여러발의 총성이 들려왔고 두 사람 중 한사람의 허리에 맞았다

헉........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스러웠지만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는데도 신음소리 없이 상처를 부여잡고 다른 한 사람의 부축을 받아 빠르게 도망갔다

일본순사
범인이 총에 맞았다 꼭 잡아(범인이 총에 맞았다

오늘의 거사는 이들을 잡기위해 일본 쪽에서 흘린 거짓 정보 였고 술집 안에서 일본순사들을 죽인 범인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공격한 것이었다

상처에서 많은 양의 피가 흘러 내렸고 더이상 도망가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 상처를 입은 사람을 안전한 곳에 숨기고 칼을 이용해 자신의 허리를 찔러 상처를 냈다


곤
음아.... 지금은 이방법 밖에 없는것 같아.... 내가 저들을 유인할 동안 네가 효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줘......

음은 어디선가 나타나 고개를 끄덕였고 곤은 피를 흘리며 반대방향으로 뛰어 일본 순사들이 자신을 쫒아오게 만들었다

곤의 뒷모습을 보며 효는 그 어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상해에서 총기 훈련을 받으며 감정을 숨기도록 연습했기 때문이었다

음의 부축을 받아 효는 그 자리를 피했다


한편.....

옆구리에 상처를 움켜쥔채 도망을 가던 곤이 막다른 골목을 만났고 일본순사들은 곤을 바짝 쫒아와 곤에게 총을 겨눴다

일본순사
꼼짝마!!!

곤은 손을 들어 항복의 표시를 했고 순사들이 달려들어 곤을 포박했다

일본순사
다른 한 놈은 도망간것 같습니다!

일본순사
멀리가지 못했을거야!!! 샅샅히 찾아!!!

곤은 끌려갔고 순사들은 일대를 뒤졌지만 효와 음은 몸을 숨긴 뒤였다


지하 어딘가에 숨은 효와 음.....

곧바로 감이 놀란눈을 하고 뛰어 들어왔다


감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이런적 없었잖아;;;;


음
일본쪽에서 우릴 잡으려고 수를 쓴거 같아요...... 역으로 당했어요..... 저는 이 사실을 건에게 알릴께요 누나를 부탁해요


감
잠깐...... 그런데 건은???

음은 효를 살짝 본 뒤 고개를 저었다 감은 눈치 챈듯 말을 하지 않았다


감
효야..... 총알이 좀 깊이 들어간거 같아 빼려면 많이 아플꺼야....... 입에 이거 물고있어

독립운동가들에겐 총기를 구하는 것도, 치료할 약을 구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감은 효에게 재갈을 물려주었다

효는 재갈을 문채 심호흡을 깊에 내쉬고는 감에게 신호를 주었다

신호를 받은 감은 소독된 집게를 이용해 총상 안에 집어 넣었고 효는 몸을 달달달 떨며 참아냈다


감
찾았다!!

감이 효의 몸에서 총알을 빼내자 효는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