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돌아가겠습니다
18 ❀ 완성


약속된 일주일 후였다.


박우진
저의 작은 성의정도는, 잘 보셨죠?

입꼬리를 살짝 올려보인 우진을 바라보는 가온이었다.


이가온
전,


이가온
못하겠습니다.


박우진
설마 저희가 왕을 죽이는것만이 목적이겠습니까.


박우진
비참함을 느끼게 해주는것,


박우진
그런 악행들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것이지요.


박우진
자선사업이라고 생각하고 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박우진
그것도 싫으시다면 뭐,


박우진
인질이라도 잡아오구요.


이가온
뭐요?

인질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가온은 우진을 째려보았다.


박우진
그렇게 놀라지 마십시오.


박우진
이미 잡아들였답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아니면 그들이 죽는다.

위협받는다.


박우진
솔직히 말해서, 이제야 사랑하게 된 왕보다 원래 사랑한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잖아요?

졌어.


이가온
..할게요.


박우진
그렇게 나오셔야지.


박우진
기대할게요, 왕의 표정을.

툭툭, 가볍게 어깨를 손으로 치고는 제 갈길을 가버리는 우진.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내가 죽여야한다.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지유현
죽일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가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가온
안그러면,


이가온
죽어..가족이.


이가온
친구가.


지유현
후회 안할거야?


이가온
최소한 내 가족이 죽어버리는것보다는 나아.


이가온
나 때문에 인생을 마감해버리는걸 보고 싶지 않아.


지유현
최소한 보기라도 못하지만,


지유현
왕은 보잖아.


지유현
왕도 너를, 너도 왕을.

멈칫했다.

뭘 망설이고 있는거야, 나.

이미 정했어.

정한걸 번복하는 사람은 아니야.


지유현
미래를 바꿔보이겠다며.


지유현
봤어, 미래.


지유현
네가 왕을 죽이는 미래.


지유현
정말로 괜찮겠어?

맞아,

내가 바꾸겠다고 했어.


이가온
내가, 죽으면 돼.


이가온
독이 든 음료를 바꿔 마실거야.


이가온
그리고 독을 알아챈 왕이 나를 죽였다고 거짓말 하면 되지.


지유현
속설은 속설이야.


지유현
말그대로,


지유현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개한 소문.


지유현
선택은 네가 할테니까.


지유현
말리지는 않을게.

나중의 생에서 만나, 가온아.

예성이를 볼 수는 없었다.

그래, 인질이니까.

보일리가 없잖아.

그런걸.


한수현
엿들으려던건 아니었습니다만은.


한수현
죽으려, 하시는 것이지요.


한수현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가온
제가 죽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가온
역사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저는.


한수현
역사를 거스르다니요.


이가온
저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닙니다.


이가온
정해져 있는 운명이 있어요.


이가온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가온
왕이 무너진다는 것은 나라가 무너진다는 것.


이가온
그정도의 불행은, 참으실거라 믿습니다. 폐하께서.


이가온
그정도는.


이가온
마음의 상처도 상처이니, 아물겠지요.


이가온
저에게 배신당한 것 보다, 제가 죽는것이 더욱 낫지 않겠습니까.

다음 생에는 폐하가 폐하로 태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이지요.


이가온
제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으면 제 가족이 죽습니다.


이가온
가족과 사랑을 선택할때 저는 가족을 선택했을 뿐이고요.


이가온
그렇게 애원하실거라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오십시오.


이가온
인질이 없었다면 이딴일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울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웠다.

죽음이란게 무엇이었을까.

느껴본 적 없는.

그런 미지의 세계.

죽기 싫었다.

싫었기에 죽었다.

밤,

약속된 날의 약속된 시간.

문 밖을 서성이는 가온이었다.


이가온
아, 총체적 난국이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건이 가온을 바라보자, 가온은 힘겹게 입을 뗐다.


이가온
폐하는 저의 어떤것을 사랑하실 수 있습니까.


강의건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 갑자기 무슨 질문이냐.


이가온
그렇다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이가온
제가 사라지는 것까지,


이가온
사랑하실 수 있습니까.


강의건
..그게 무슨,


이가온
저는 이 시대 사람이 아닙니다.


이가온
그냥 들어주십시오.


이가온
미래에서 왔달까..뭐라고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가온
여기에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이가온
꿈 속의 과거가 아닙니다. 현실이지요.


이가온
저는 역사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이가온
폐하에게 죽임당한다는 속설을,


이가온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가온의 말에 벙쪄있던 의건은 되물었다.


강의건
그게, 무슨 말이냐.


이가온
전 존재하면 안됩니다.

사람은 죽어, 가온아.

귓가에 맴돌았다.

죽여주세요.

차마 나오지 못한 말,


강의건
...음료를 마시자꾸나. 찬찬히 얘기해주거라.

아까의 궁금한 말투는 사라지고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울음이 날 뻔했다.

다정하시면 안됩니다,

제가 떠나갈 수 없게.

그러시면 안됩니다.

하녀가 음료를 들였다.

저 자도 아마 한패인걸까.

저 자도 나처럼 약점이 잡혔을까.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죽어야 했다.

아니, 죽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