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장미

17화

리딩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난 문득 그날의 한강다리를 다시 한번 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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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와... 서경환이랑 헤어진 곳도 여기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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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어째서 내가 씁쓸해질 때마다 네가 보이는지.

세상은 참 야속하기도 하다.

누군가는 간절히 행복을 좇아 바쁘게 살아가는데.

누군가는 그 행복이 제 발로 걸어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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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하... 인생이 참 쓰다

아직 쌀쌀한 날씨 덕에 내 입에선 입김이 번져나갔다.

그날의 다리 위에 올라와 있자니 오늘따라 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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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환

자기야, 오늘 학교 어땠어? 처음 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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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응 좋았어. 다 잘해주시더라.

다리를 건너 다정히 이야기하는 커플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서경환과 민주가 다리 맞은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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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하... 되는 일이 없네. 아까 그럼 내가 오해한 건가? 진짜... 나 왜 이래.

윤서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윤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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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누나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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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이제 끝나고 가는 거예요?

깜짝 놀란 나는 옆으로 돌아봤다.

범규는 태연하게 질문하며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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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놀랐어요? 미안해요. 놀랄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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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옆에 자리 없는 것 같은데 좀 앉아도 되죠?

평소 같으면 바로 밀어냈겠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친 나는 지저 그런 범규를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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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마음대로 해,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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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얼 해야 할지.

나의 말을 듣고 범규가 내 얼굴을 보더니

자신의 코트를 내 어깨 위로 걸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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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걸치고 있어요. 오늘 많이 쌀쌀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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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오늘 무슨 일 있었나 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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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오늘 무슨 일 있었나 봐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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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왜 있잖아요. 굳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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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누군가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날.

나는 범규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말 그런 거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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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오지랖이었다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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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전의 내 모습 같아서 그래 보여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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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그러니까 그냥 한번만 넘어가 줘요.

다리 넘어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춥지 않았다.

그 이유는 범규의 코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위로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지만 몇 개 보이지 않았다.

아마 서울의 도시의 불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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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범규야. 있잖아 나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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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결국 다시 돌아 여기로 왔어. 사실 여기 전남친과 헤어졌던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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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널 만난 날이 헤어진 날이었어. 참 우습지. 고작 이런 결말이라니.

나의 말이 잠시 침묵하던 범규가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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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아니요. 우습지 않아요. 지금의 누난 성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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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분명히 그 노력의 가치는 언젠가 빛을 바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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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그렇게 우리가 별에서 태양이 될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