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장미

20화

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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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하... 노윤서. 네 인생 참 버라이어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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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범규에겐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게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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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계속해서 여지를 주는 건 범규에게도 못 할 짓이니까.

난 건조대에 걸려있는 범규의 옷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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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한 손엔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범규의 옷을 챙겨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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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역시... 괜히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야...

내가 피곤해서 하품하는 동안 지하철이 멈췄고

그 덕분에 앞으로 넘어질 뻔한 나를 태현이 잡아주었다.

덕분에 난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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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아. 죄송해요.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였고 이내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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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프흑 누나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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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모르겠어요?

태현이라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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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휴... 너였구나. 고마워. 덕분에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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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아니에요. 어제 리딩 끝나고 잘 들어갔어요?

태현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어제 이미 범규 덕분에 괜찮아지기도 했고,

태현이가 계속 신경쓰는 것이 미안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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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괜찮아. 여주가 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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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악역으로도 내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긍정적인 나의 대답에 태현이도 맞장구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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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맞아요. 누나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다시 지하철이 출발하고 우리는 나란히 학교로 향했다.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덕분에 우리는 더 붙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사람들에게 밀리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내 등이 벽에 닿아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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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누나, 잠시만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순식간에 태현이와 나의 거리는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태현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이 되었다.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숨을 꾹 참았다.

"이번 역은 서울예대 역, 서울예대 역입니다."

안내방송이 울린 후 조금 뒤 열차의 문이 열렸다.

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급하게 빠져나왔다.

숨을 내쉬었지만 내 심장은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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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서

...말도 안 되잖아 이건, 헤어진 지 얼마 됐다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헤어졌을 때 그토록 죽을 정도로 힘들어했으면서

이렇게 쉽게 마음이 바뀌어 버린 내가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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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누나 오늘은 여기서 또 만나네요? 지하철 타고 온 거예요? 사람 많았을 텐데..

범규가 나를 발견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범규는 어제 자신이 한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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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누나 혼자 타고 온 거예요? 학교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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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규

그럼 같이 가요 누나.

범규가 내 손에 들린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

내가 가방에 든 옷을 범규에게 이야기해 주려는데...

나를 찾은 태현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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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누나 어디 있었어요! 한참 찾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