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멘스쿠나 프로젝트
합숙


되도 안 하게 무겁고 큰 캐리어를 질질 끌고, 나 김여주 공항에 도착을 했다.

탕! 내려놓은 캐리어가 낸 소리만큼 나 역시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아니, 뭐라! 합숙이라고! 그것도 이 주씩이나!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도 며칠 죽어라 불태우고 힘들어 뒤집어져 자던 내 모습이 훤하다.

게다가 피오니어에서 한참 떨어진, 심지어 난 들어보지도 못한 미야도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

숨을 콱 내쉬면서 머리를 쓸어올리던 차에, 동그란 안경 너머로 박지민 인턴과 눈이 마주쳤다.

박지민 인턴은 갑작스러운(?) 내 모습에도 반갑게 내게 손을 흔들어준다. 활짝 핀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달려온다. 어어, 아니 저 후배님이 넘어지려고 작정했나. 보도블럭이 저기!


박지민
어… 어아아?!


김여주
지민 씨!

쾅.

저럴 줄 알았어. 사람 참, 다 완벽한데 덜렁거리고 실수하는 점만 빼면… 말을 말자.

박지민 씨는 엎어졌다가는 뭐가 좋다고 실실 웃으며 큼직한 캐리어를 밀고 내 쪽으로 온다. 특이하게도 유모차 밀듯이 앞쪽으로 밀고 있다.


김여주
아이구, 지민 씨. 조심 좀 하라니까요. 안 다쳤어요?


박지민
히히… 어쩌다 보니 넘어져버렸네요.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피곤해 보이세요, 선배.


김여주
제가요? 화난 거죠. 화난 거. 어제 밤새워서 남자친구한테 화냈거든요.


박지민
나, 남자친구요?


김여주
지민씨 눈 튀어나오겠다… 남자인 친구요. 피오니어는 아니긴 한데, 중심일보 알죠? 그 회사 다니는.


박지민
아, 아아. 그러니까 남사친이요. 네 남사친…. 네….

대체 나랑 차은우를 어떻게 엮은 거지? 순식간에 지민 씨의 표정이 피었다 시들었다 한다.

사실 어제 대기업에서 합숙이라니 그런 특종이 없다며, 뭘 시키고 뭘 하는지 알아내야만 한다며 나를 캐는 걸 겨우겨우 떼내고 온 참이었다.

밤에 피곤했을 수밖에. 아이구, 어깨야.

우리는 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갈 때 같이 줄을 서기로 했다. 주변에는 꽤 볼 만한 가게가 많았다.

하긴, 새로 생긴 공항이랬지. 그럴 만도 하네. 미야도는 일본이랑 더 가까이 붙어 있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작은 프랜차이즈 카페 쪽으로 다가가는데,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사건의 소리! 지민 씨를 뒤로하고 카페로 달려가니, 익숙한 뒷통수와 썩은 표정의 김태형 과장이 보였다.

그리고 김태형의 무릎에 유리컵 조각들이 다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저 단정한 뒤통수님이 깨뜨린 거 같은데.


정호석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과장님.


김여주
아니, 저거 정 대리님 아냐 지민 씨?!


박지민
그러네요! 그나저나 김 과장이 또 대리님 잡는 거 아녜요? 얼른 가 봐요. 선배님!

지민 씨의 능력, 권선징악이 발휘되려는 순간이었다. 지민 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옷을 걷어올리고 과장에게 다가갔다.


김태형
어떻게 사람 무릎에 커피를 뿌릿지? 게다가 찬 것도 아인데.


박지민
…과장님, 다른 분들이 보고 계신데 오늘은 그냥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세탁하고 오시죠.

지민 씨의 조곤조곤 토론왕 기술에 입술에 피어싱을 꽂아둔 김태형 과장이 씨익 웃는다.


김태형
맘에 안 드네, 인턴 씨.

나도 너 맘에 안 들거든? 언제든 개길 자신이 있는 나 김여주 대리였지만, 지금은 조금 보류했다.

합숙 끝나고 뒤지면… 음. 답 없지.

아무튼, 슬슬 김태형 과장이 일어나려는 거 같아서 나도 얼른 지민 씨를 챙겨서 도망치려던 참이었다.

- 현재시각 오전 아홉 시 칠 분부터 십일번 게이트에서 미야도 행 비행기 탑승 수속을 시작합니다.

앗, 비행기 탑승 수속이 시작되었다. 지옥의 수속이지.

나는 급히 몰려드는 다른 팀과 우리 팀 사람들 사이에 몸을 우겨넣어 밀려서 탔다.


박지민
…서. 선배니임 대단하세요.

그리고 짜부된 지민 씨도 물론 챙겨서. 응, 짜부가 되던 말던 잘 타기만 하면 되지! 응.

비행기 안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분명 비즈니스 석이고 편안하고 쾌적할 만한데도, 다들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김여주
…뭐지?


민윤기
김여주 씨.


김여주
…부장님? 아니, 갑자기.


민윤기
저 방에 들어가세요.

민 부장님이 화장실 옆에 붙은 자그마한 정리실을 가리키면서 말헀다.


김여주
갑자기요? 그나저나 팀장님, 기내 분위기가 왜 이래요? 완전 침체,


민윤기
빨리.


김여주
네, 네에.

츤데레의 대표 민 팀장님이 저런 태도를 보이신다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눈이 마주친 지민 씨도 영문을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는 우선 민윤기 팀장을 따라가보기로 하고, 그 방 문을 열었다.


김여주
…이, 이게… 뭐에요?

오늘은 인예의 백 일입니다! 기념으로 열심히 작품을 준비했어요.

다들 이 글을 보고 학교 가는 월요일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고 준비해봤어요.

매일매일 힘내시구,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사랑합니다 애기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