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10_나의 첫 동성 친구, 그리고 노력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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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너 월요일은 학교 가라”

정연이와 나를 구제샵 앞에 내려주며 정한이 오빠가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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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예, 예. 그럴 테니까 빨리 가,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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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마음이 괴롭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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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오빤 나 괴롭히지 말고 빨리 가!”

정말 단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남매다.

현실 남매는 아닌데 현실 남매인 역설적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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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래, 오빠. 빨리 가. 나중에 다 놀면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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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음… 자고 가라,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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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응? 나 옷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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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그건 사면 되지. 사이즈도 비슷한 것 같은데 내 꺼 입어도 되고”

우리 정말 초면 맞는지 묻고 싶었다.

정연이 성격이 하이텐션인건지, 아님 내가 너무 철벽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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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으아아아… 마음이 너도 할 거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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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할 게… 노래 연습 말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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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할 일이라고 해봤자 집에서 하루종일 유튜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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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캬아, 나랑 역시 비슷하구만. 자고 갈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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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음… 그러지, 뭐. 버스 타고 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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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데리러 올게”

정한이 오빠의 말에 정연이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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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근데, 오빠는 아직도 안 갔어?”

정연이의 말에 그제서야 정한이 오빠의 차가 아직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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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간다 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고 곧 하얀 차는 사라졌다.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정연이는 자연스레 내 왼팔에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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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여기가 예쁜 거 진짜 많아. 그 가방에 키링 하나 달자, 커플로!”

지금 내가 매고 있는 크로스백은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고급진 가방이었다.

아, 이건 내 돈으로 산 거였다.

처음 정연이를 만나러 오는 자리에 너무 비싼 것을 입거나 메고 온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아 한 행동이었는데, 그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하긴, 오빠가 연예인이라 연예인들도 몇 번 봤을 거고 그런 연예인들이 싼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을 거니까.

뭐, 가끔은 싼 옷 입는 연예인들도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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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래!”

정말 쓸데없는 생각은 저 멀리 던져두고 정연이와 함께 구제샵에 들어갔다.

나무로 꾸며진 엔틱한 분위기의 구제샵은 나무의 피톤치드 향이 났다.

여전히 정연이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나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물론 그다지 큰 가게는 아니라 한 바퀴 도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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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이거 어때…?”

정연이의 취향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리켰다.

내가 가리킨 키링은 단아한 색의 끈이 고리처럼 묶여있고

그 위에 하트 또는 원에 작은 보석이 붙어있는 키링이었다.

아마 정연이라면 거절도 상처 받지 않게 거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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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와, 너 안목 미쳤다. 우리 처음 본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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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내 취향을 어쩜 이렇게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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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처음 본 거 맞냐는 말은 내가 해야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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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너 왤케 친화력 좋아, 응?”

장난스럽게 정연이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정연이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내 귀에 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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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그냥 네가 착한 거야”

듣자마자 웃음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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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나 안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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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아냐. 찬이 성격 받아주는 거 보면 너 착한 애야”

찬이와 정연이 역시 친구였기에 친하게 지냈던 모양이었다.

정연이와 찬이는 서로에게 편한 친구였을거고.

그러니 서로는 현실친구였겠지.

하지만 내겐 그들이 너무 소중했다.

그런 삶을 살면 그들이 소중하지 않은 게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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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아, 그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그걸 빼먹었다. 나와 찬이 역시 현실친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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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연

“이걸로 사자. 뭐 더 구경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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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쇼핑은 다른데서 할까?”

내 말에 정연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처음부터 인간관계를 최소화한 나에게 그녀처럼 밝은 사람은 환영이었다.

정연이는 나와 달리 인간관계에 호의적이었고 난 그녀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배울 건 많은 법이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대게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나에게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짐작이 들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정연이와의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찬열 님과 만나 노래를 불러야 했고,

이제 스케줄도 생길 거 같아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다.

이 이야기를 하자 민규 오빠는 코웃음을 쳤지만.

이 오빠는 소녀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님 그냥 시비충인 건지.

아, 물론 내가 여주였던 시절의 얘기까지 다 털어놓았다.

나는 이제 회상해도 아프지 않은데 오히려 정연이가 펑펑 울어서 정연이에게 내가 휴지를 가져다주어야했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난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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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하… 잘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나를 녹음실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내 힘으로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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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최대한 열심히 하자.”

크게 3번 심호흡했다.

긴장하면 될 것도 안 되곤 했으니까. 오디션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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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찬열 님이 소파에 앉아 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내 인사를 듣더니 웃으며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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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네, 안녕하세요. 이름이 장마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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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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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네, 맞아요. 제가 이런 게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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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약간 긴장했어요. 이해 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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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그렇군요. 그럴 수 있죠. 너무 긴장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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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넵”

대답은 그렇게 하는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가수가 앞에 서있고,

곧 그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면 안 떨릴 팬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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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정말 긴장 안 하고 있어요? 동공 엄청 흔들려요~”

장난기 가득한 말에 나는 조금 진지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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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떨릴 수 밖에 없어요. 진짜 팬이거든요…”

왜냐. 그는 벌써 데뷔 5년차 아이돌이고,

마음에도 없는 팬이라는 가식적인 말을 많이 들어왔을테니까.

근데 난 진짜 팬이니 조금은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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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우와…”

찬열 님은 슬슬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표정관리를 못 하는 건지,

아님 안 해도 된다고 판단했는지 제 멋대로 미소 짓는 자신의 입을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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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진짜 귀엽네요. 올해 몇 살이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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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18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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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헐? 그럼 학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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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검정고시로 이미 졸업했지요. 수능도 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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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수능 점수 기다리고 있는 백수입니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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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다시 취직했네요”

아마 노래 녹음을 말하는 걸 것이다.

바로 알아듣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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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백수가 나쁜 건 아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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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며칠 정도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나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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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아, 저 마음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호칭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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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네, 편한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말도 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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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아, 저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멤버들과 친구들, 친구들의 부모님이 부르는 거 이외의 ‘마음’이라는 이름이었다.

몽글몽글한 기분을 겨우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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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그리고 마음 양한테 말 안 놔도 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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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저보다 7살 많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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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크흑, 나이 공격 당했다.”

그의 반응에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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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알았어요. 놓을게”

찬열이 오빠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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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연습 열심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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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열심히는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딱히 없어서요”

사실이었다.

요즘 멤버들이 앨범 작업 때문에 매우매우매우매우 바쁜 상태였다.

물론 나도 그런 그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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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예비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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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음… 타고났나봐요”

장난처럼 말했는데 찬열이 오빠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매우 존경하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하, 다 좋은데 장난을 좀 받아치라고요.

작곡가

“한 번 들어봐도 될까요, 마음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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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아, 마음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녹음실에 들어가 헤드셋을 꼈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슬픈 가사.

이 둘은 언제 들어도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