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12_위로는 친구에게 받는 게 제일이네요


시간은 벌써 한 달이나 흘렀는데 오히려 나는 내 생각 속에 갇혀 길을 잃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 사랑은 얼마나 절절할까.

아마 나는 평생 알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절절한 사랑이었다면 죽으라고 나를 버리지는 않았겠지.

내가 버려진 곳은 보육원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도 아닌 인적이 드문 새벽의 버스정류장이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2살짜리 그 아기가 죽었으면 하고 버렸을 곳이었다.

아직도 새벽의 버스정류장은 절대 혼자 가지 못했다.

여전히 트라우마였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기억이었다.

가장 괴로운 건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초등학생 시절과 보육원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죽을 만큼 힘들었던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치유를 얻어 상처는 조금 옅어졌겠지

적어도 회상했을 때 아프지는 않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건 여전히 아플 수밖에.

세븐틴 멤버들과 친구들, 찬열이 오빠한테도 말하지 못할 일이니까.

새벽의 버스정류장만 생각해도 눈물이 흘렀으니까.


이찬
“장마음.”

웬일로 노크 없이 찬이가 들어왔다.

그는 사석에서 보기 힘든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장여주
“응, 왜 그래?”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이찬
“요즘 무슨 생각해?”


장여주
“뜬금없이? 갑자기 왜 그래, 찬아”

대답을 피하려고 해봤지만 그는 돌아가는 내 의자를 딱 잡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이찬
“길을 잃은 것 같아서.”

툭툭 던지는 찬이의 짧은 말이 내 아픈 부분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그에게서 악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기 위해서 다시 살갗에 바늘을 꽂는 것 같은 아픔이었다.


장마음
“…나 어떡하지?”

너무나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었고, 너무나 원하던 순간이었다.

그들에게 내가 버려진 얘기를 하는 순간은.


이찬
“날 한 번만 믿어주라, 마음아.”

늘 어리게만 보였던 찬이가 오늘따라 듬직해보였다.

그의 눈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장마음
“…찬아.”

겨우 눈물을 꾹꾹 참아가며 찬이의 이름을 불렀다.

다시 새삼 느끼지만 이름은 숭고하다. 그 사람의 영혼까지 불러주는 거니까.


이찬
“응.”


장마음
“…사실 나 너무 무서워.”

거기까지 말했는데 그도 같이 눈물을 참는 듯 보였다.

내가 어디까지 말해야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눈물이었다.


장마음
“난 버려졌어.”


이찬
“그건…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


장마음
“근데, 심지어 그 목적은 죽음이었어. 고작 2살짜리를 죽으라고 버렸다고.”


장마음
“난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 근데… 나 혼자 그걸 되뇌이고 있는 거야.”


장마음
“회상하면 할수록 아프고 무섭다는 걸 너무 잘 알면서도 그러고 있어.”


장마음
“회상하면 부모님의 얼굴이라도 기억날까봐.”


장마음
“그렇게 계속 나를 꺼내고, 깎고, 다시 아파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


장마음
“목적은 부모님의 사랑이 궁금한 거야… 나 되게 한심한 짓을 반복하고 있어…”

찬이는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쉴새없이 눈물이 흐르는 나를 위해 휴지를 주지도 않았고, 눈물을 닦아주지도 않았다.

다만 흐느끼는 내 두 손을 괜찮다며 잡아줄 뿐이었다.


장마음
“나도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상처 받는 거라면 지독하게 겪었으니까.”


장마음
“근데 왜 나는 계속 회상하는 거야?”


장마음
“나는 부모님이 조금도 그립지 않았단 말이야…”


장마음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았던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장마음
“오히려 원망을 했지 그리운 건 없었어.”


장마음
“날 찾으러 다시 온다면 돌려보내려고 했어.”


장마음
“이미 세븐틴 멤버들과 충분히 행복하니까.”


장마음
“근데,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서 사랑을 하고,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된대.”


장마음
“그럼 나는 사랑 받기 위해서 뭘해야 해? 나는… 어떻게 사랑해야 해?”

그는 내가 말이 끝나고나서야 휴지를 건네주었다.

눈물을 닦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기도 했고, 자신의 손가락 등으로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길을 잃은 건 질문인데, 그는 어떠한 답도 내주지 않았다.


장마음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찬
“여기서 제일 효과좋은 건 침묵이란 걸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이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건 그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였다.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나는 내가 봐도 이상했으니까.


이찬
“그래도 위로가 필요하다면… 슈아 형이 한 말 기억 나?”


장마음
“무슨 말?”


이찬
“울어. 대신 울고 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는 거야.”


이찬
“난 그런 거에 상처받지 않았다고 보란 듯이 잘 사면 되는 거야, 우리랑 같이”

슈아 오빠의 말을 찬이 목소리로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지수 오빠는 아예 처음부터 든든한 사람이었다면

찬이는 처음에는 그저 어려 보이는 친구였을 뿐이니까.

이렇게 나를 위해 변해주었다는 것이 고마웠다.


이찬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했잖아, 원우 형이.”


이찬
“네가 울든, 화를 내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 없어, 여기.”


이찬
“오히려 너의 편이 되어주겠지.”

찬이는 다른 멤버들의 말을 가지고 와 위로해주었다.

아마 찬이는 자신이 위로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온 것이었겠지.

근데 찬아. 그거 알아?

위로는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마음의 차이에서 나오는 거야.

공감해준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위로를 받는지.


장마음
“고마워, 이찬…”

눈물을 쉴새 없이 흘렀고,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눈물은 멎지 않았다.

꼭 어른이 되려는 것처럼.

그런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은 찬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들은 항상 내 곁을 지킬 것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던 사실인데, 정작 마음으로 깨닫게 되자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굳이 사랑받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해도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었고, 알게 되는 길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다.

그 날은 찬이와 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내가 부탁해서.

왜인지 그와 함께여야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찬
“너 자해했어, 안 했어.”

찬이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이찬
“혼내려는 거 아니야. 나도 해봤으니까.”

그의 말에 아주 작게 대답했다.


장마음
“…했어”

내 대답이 그에게 가 앉자마자 그는 나를 안아주었다.


이찬
“미안… 조금 더 빨리 물었어야 했는데”


장마음
“나, 많이 힘들어보였어?”


이찬
“혼란스러워보였어.”


장마음
“…도와줘서 고마워, 찬아”


이찬
“나도 고마웠어. 나 살려줘서.”

아마 세븐틴 숙소에 처음 온 그 날의 일을 말하는 거겠지.


장마음
“그거… 별 거 아니었어. 그냥 얘기를 들어주고 몇 마디 한 것뿐인데”


이찬
“내가 한 게 네가 한 거랑 똑같은 거야.”

찬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낮게 울렸다.

분위기가 묘했다.

그는 나를 안아주고 있었고, 나는 그에게 안겨 눈물을 훔쳤다.

결국 나와 그는 둘 다 혼란스러워하는 어리기만 한 소녀, 소년일 뿐이었다.

2일에 하나 올리는 걸 목표로 하는데 조금 힘드네요··

오래 기다려주셨는데 오늘도 위로고·· 죄송해요ㅠㅠ

다음에는 꼭 이틀 후에 스토리 진행으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