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6_진짜 이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4


“자자, 빨리 나가세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나가지 않으려는 찬이를 승철이 오빠가 억지로 들어올렸다.

나는 쿡쿡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런 소동이 있고 난 후에야 슈아 오빠와 단둘이 있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주야.”

“더 심각했으면 나 멤버들한테 뒤져…”

“이미 대역죄인은 되신 것 같던데?”

“넌 이 집에서 너의 위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단 말이지…”

“이 상황에서 모르는 게 더 바보야, 오빠.”

“이거 완전 여동생바보물 아니야? 나 이런 거 웹툰에서 봤는데”

“뭐… 캐럿들한테는 이게 웹툰 같은 삶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최소 현실은 아니라는 거잖아”

난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사랑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나 OST 가능성 있는 걸까, 진짜?”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 너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대답? 아님 현실적인 거…?”

“그걸 묻는다는 건 두 개가 다르다는 거잖아”

“응. 내가 좀 서치해본 것도 있고…”

더 이상 어린아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는 미성년자라 그들에게 의지해야했지만

그 전에 나는 혼자 이때까지 살아온 사람이었다.

차마 잘 살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순영이 오빠의 말에 따르면 이만큼 살아온 것도 대단한 거랬으니…

“현실적인 대답.”

“…아마 그 문자는 예비 5번 정도까지 보내졌을 거야.”

“그 중에 2번이니 가능성은 있지만,”

“1등이 안 할 이유가 없어.”

“게다가 1등이… 펀치 님이라더라”

“…가능성은 거의 없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여주야…”

“오빠가 왜 미안해해.”

“오빠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고, 사과할 이유도 없어.”

멋쩍게 웃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그에게까지 그 이름을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내 삶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를 제공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람의 다정함의 끝판왕을 봤고, 그 배려를 받아봤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여주가 아니라, 마음이…”

“마음…?”

지수 오빠는 모르는 게 당연한가.

나의 과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인 정한이 오빠에 비해

대부분은 나의 과거를 거의 알지 못했다.

미안해, 오빠들. 잠시만 기다려줘.

내가 조금만 더 나아진다면 그 때 모든 걸 다 털어놓을게.

그 때는 숨기지 않을게.

“내… 본명. 여주는 예명이었어.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서 만든…”

나의 태도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라면 과거를 잊으려는 나를 탓하진 않겠지.

그저 마음을 따뜻하게 보살펴주며 안아주겠지.

내가 원한다면 과거가 괜찮아지기까지 옆에 있어주겠지.

그러지 않는다면 난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응, 마음아. 떠올리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어떤 사람이든 네 옆에 있을게, 반드시”

“…미안. 조금만 더 괜찮아지면…”

거기까지 말했다.

정확히는 그가 날 안아버렸기에 말을 이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네가 말하고 싶다면 기다릴게.”

“우리… 계속 이렇게 살테니까 기다릴 수 있어, 그게 얼마나 걸려도”

“근데 난 왜 불안할까…?”

“불안은 삶과 언제나 함께 가는 존재지.”

“걱정 마. 네가 무슨 일이 있다 해도 나는 네 옆에 있을테니까”

지수 오빠에게까지 마음이라는 이름을 알려준 후 일주일.

멤버들의 극진한 간호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정말 다 나았다 생각했지만 급작스레 열이 올라

나도, 세븐틴 오빠들도 당황했었다.

마음고생과 더불어 거의 쉬지 않고 연습했고,

게다가 수능 공부에, 수능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너무 많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부모님처럼, 친오빠처럼 친구처럼 간호해주었고,

심하게 아팠음에도 언제 아팠냐는 듯 정말 깨끗이 나았다.

“…일어났어, 마음아? 몸은 좀 어때?”

그의 입에서 굴러지는 ‘마음’이라는 말이 내 귀에 너무 예쁘게 들렸다.

“좋아.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어”

내 방에 지수 오빠가 있는 이유는 그가 어떻게든 내 옆에서 자려고 우겼기 때문이었다.

자다가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모른다면서…

“나 때문에 오빠 불편하게 잤지…”

“오빠 방 가서 자도 된다니까? 바로 옆 방이잖아…”

“마음이… 불편해서. 내가 너 아프게 한 원인 제공자잖아”

“아닌데…”

“그럼?”

“요즘 워낙 신경 쓸 일이 많았고 안 쉬고 연습만 했잖아?”

“그러니까 어찌 보면 당연히 오게 될 몸살이었어”

“그래도 내가 창문만 닫아줬으면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겠지”

그의 꿋꿋한 자책에 나도 결국 혀를 내둘렀다.

왜인지 나를 옆에서 간호하고 싶어서 만든 핑계 같긴 한데,

그 핑계가 성의가 너무 넘쳐서 반박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밥 먹자! 마음이도 먹어도 돼!”

정한이 오빠의 말에 순간 얼고 말았다.

이때까지 다른 멤버들 앞에서 여주라고 꼬박꼬박 불러주던 그가

갑자기 마음이라고 부르니 당황했던 것이었다.

“조심성 없는 X끼…”

“…어떡하지? 막 멤버들이 마음이가 내 진짜 이름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애들 안 물어. 절대 묻지 않을거야. 그건 내가 장담해.”

“여기서 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원하지 않는 이름임을 짐작할거야.”

“짐작하지 못하는 멤버들은 마음이가 누군지도 모르겠지.”

그는 다정하게 웃으며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그의 예쁜 미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멋진 힘이 있었다.

“나중에 윤정한 혼내야겠다. 그지?”

그리고 그런 그에게 있는 장난스러움은 그에게 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피시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혼낼게”

그 역시 내 대답이 장난임을 아는지 같이 웃었다.

“근데… 과거랑은 별개로 오빠들이 날 마음이라고 부르는 건 괜찮아.”

“사실 마음이라고 부르지 않는 건 원망의 대상을 향한 복수의 의미였는데…”

“근데 어느샌가 마음이란 이름이 내게 너무 소중해졌어.”

“너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가봐”

그는 쉽게 말했다.

어쩌면 그에게도 쉽지 않은 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기엔 말투가 너무 가벼웠다.

하지만 내겐 그 말이 굉장히 큰 의미였다.

내가 왜 마음이란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한 번에 이유를 정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나는 마음이라는 이름을 숨기며 좋아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이름을 좋아한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응… 그런가 보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그런 내가 의아한 듯 했지만 늘 그렇듯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배고프지”

“당연하지! 일주일 내내 죽만 먹었으니…”

“아니, 잠만. 호흡기관 병이랑 죽이랑 뭔 상관이야?”

“소화를 못 시키는 것도 아닌데… 나 지훈이 오빠보다 더 많이 먹을 자신 있어!”

“큭, 그건 또 맞는 말이네.”

“우리 애들이 워낙 과보호 하잖니. 네가 이해 좀 해주라”

“그 애들에서 왜 오빠 자신은 빼는 건데? 오빠가 젤로 심했어!”

“그건 맞는 것 같다. 밥 먹을거지?”

“응. 나 옷만 갈아입고 나갈게”

“알았어”

지수 오빠는 내 말에 방을 나가 문까지 닫아주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잠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