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_13명의 가족과 함께인 고아, 장마음입니다

#8_부모는 없지만 사랑해주는 사람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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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여보세요?”

여전히 듣기 좋은 예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렀다.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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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야, 나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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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음…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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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건 다음달에나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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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럼?”

본인이 나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준비한 것 같던데 그걸 까먹다니,

나로서는 조금 놀랐다.

아마 승우는 나를 도와준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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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오디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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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아아… 너 예비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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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합격자한테 무슨 일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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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 일은 규정상 안 말해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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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냥 축하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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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응, 축하해, 여주야”

그에게도 말해야하지 않을까.

이제 여주보단 마음이란 이름이 더 소중해졌다고.

나는 더 이상 여주가 아니라 마음이로 살겠다고 다짐한 것을 말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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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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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알았어, 마음아.”

아무렇지 않게, 아무런 괴리감도, 이물감도 없이 마음이라고 불러주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아마 그도 내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그는 내가 아픈 시절의 대부분을 함께한 친구니 더 그럴지도.

그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힘들고 아픈 내가 조금은 덜 힘들고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주가 아닌 마음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여주라는 이름은 여자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이름이 아니라

여주를 바라만 보는 조연으로 남아있게 만들거라는 것을.

하지만 부서지듯 연약했던 제 친구를 알기에

그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내버려둔 거겠지.

저가 알려준다 하더라도 그 어린 소녀는 오히려 상처만 받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 정반대가 될 수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나를 향했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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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치킨 사줄게. 우리 집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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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온다 그러면 데리러 가고”

오랜만에 친구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며

치킨을 뜯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우선 이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할 가족들은 이 집 안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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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미안.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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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멤버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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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뭐야. 예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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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예상 못 하면 9년지기 친구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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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리고 이해해주는 건 이해 안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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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내가 싸가지 없는 애로 찍힐 거 같아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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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벌써… 찍힌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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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왜? 나 멤버들한테 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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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내가 살면서 그렇게 감사하고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 선생님 다음으로 처음인데…?”

승우는 진심이었다.

자신이 존경하고 감사하는 분들께 착실히 예의바르게 행동했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을 내가 봐왔다.

9년 동안 지겹도록 봐왔지만

3년 동안 그런 그를 지겹도록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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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우리 오빠들이 나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이게 사실이었다.

이것 말고는 승우를 대하는 태도나,

나를 대하는 태도가 설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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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지X도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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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진짜야…! 한 번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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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전세계 캐럿들의 워너비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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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난 그런 캐럿들이 워너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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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적어도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있을거니까.”

세븐틴 멤버였다면 입에도 안 담을 말이었다.

오빠들이 얼마나 걱정할 지 안 봐도 눈에 선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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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적어도 널 사랑해주는 사람이 16명이나 되잖아?”

세븐틴 멤버 13명에다 승식와 수빈이 그리고 그 자신을 합친 숫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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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어찌 보면 내가 승리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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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응, 네가 승리자지.”

그렇게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는 나를 은근히 위로해준 승우는

다시 다른 주제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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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수능 끝나고 놀러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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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아니? 딱히 놀 애도 없고, 한 일주일인가? 아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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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젠장. 너 아픈 거 왜 말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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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말해봤자 걱정 말고 뭘 더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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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나는 장난도 쳐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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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큭, 나는 괜찮은데, 오빠들이 가만히 안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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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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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래서 말 안 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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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랬군…”

1~2초 동안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곧 승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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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너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안 간다,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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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래~ 내 친구는 남자밖에 없잖냐. 너네들이나, 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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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하긴. 남자애들이랑 놀러가봤자 PC방 말고 어딜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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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가~끔 노래방은 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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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건 우리가 음악 전공 준비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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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찬 님은 이미 가수시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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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그런 거 아니었음 노래방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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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것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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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여자친구 필요해? 너무 남자들 사이에만 끼여있는 거 같은데…”

승우의 걱정에 기분 좋게 웃었다.

남자들 사이에만 있는 건 맞지만 끼여있는 건 아니었다.

나름 내 자리를 지키며 어쩔 땐 그들을 이기고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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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아니.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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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왜? 여자애 필요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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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여자애 없어봐서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

승우는 그 나름대로 이해한 것 같았다.

있지도 않았으면 그리워하거나 원하지도 않는 당연한 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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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아, 응. 무슨 말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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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근데 여자 목소리 들리는데, 누구야?”

통화가 길어지자 날 찾는 지수 오빠의 목소리였는데, 여자 목소리라니.

지수 오빠나 정한이 오빠나 꽤나 미성이긴 하지만…

여자 목소리로 오인할 정도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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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지수 오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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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어? 지수 오빠면… 조슈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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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네 귀가 이상한거야. 이게 어딜 봐서 여자목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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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쯧. 내 귀엔 여자 목소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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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됐고, 끊자. 나 더 찍히기 싫어. 더 찍히면 우리 평생 못 볼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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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건 아닐걸. 근데 지금은 진짜 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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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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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

“응. 축하해, 마음아”

마음이란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예뻤다.

이런 이름을 두고 다른 이름을 썼다니.

내 이름에게 조금 미안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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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마음아!”

정한이 오빠의 조심성 없는 부름에 기분이 좋아졌다.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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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응, 지금 나가!”

밖에 나오자 민규 오빠가 간만에 요리한 밥상이 올라와있었다.

잡채며, 소고기며, 내가 좋아하는 경상도식 소고기뭇국까지.

정말 나를 위한 밥상이었다.

경상도 출신인 멤버는 원우 오빠, 지훈이 오빠, 뭐 어릴 때 부산에서 살았던 승관이 오빠까지해서 셋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서울식 대신 경상도식으로 끓여줬다는 게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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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많이 먹어, 마음아. 진짜 축하해”

꼭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주는 그들에 그저 행복하게 웃었다.

어떠한 리액션도 오빠들의 축하에 답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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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응. 오빠, 고마워. 헤헤”

대신 내가 조금은 어린아이가 되었다.

오빠들은 그런 나를 이해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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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수고했어, 마음아.”

지훈이 오빠까지 마음이라고 부르니 가슴이 싱숭생숭했다.

얼마 전까지 마음이라는 이름은,

아주 소수의 멤버들만 알고 있었던 이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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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응!”

하지만 이제 모든 멤버들이 알고, 그렇게 불러준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적어도 그들 앞에서는 내가 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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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아픈다고 고생 많았다, 장마음”

조금은 장난스러운 찬이의 말.

아마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찬이도 잘 알아서

부끄러워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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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큭, 그래. 아픈다고 고생 많았다, 장마음”

14명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덮었다.

앞으로의 일이 지금까지 벌어진 일보다 더 많을 거고,

더 파란만장하겠지만 두렵지 않았다.

내겐 그들이 있었고, 그들에겐 내가 있었으니까.

훗날의 일을 걱정하지 않은 채 오늘은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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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런 말이 생각 나.”

내 말에 지훈이 오빠가 약간 술에 취한 채 나를 돌아보았다.

아, 말은 안 했지만 성인인 오빠들은 맥주 몇 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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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함께라서 웃을 수 있고, 너라서 울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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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음

“그리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이 말은 훗날 세븐틴 미니 3집 ≪Going Seventeen≫ 수록곡, 웃음꽃에 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훈이 오빠는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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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팬들한테는 내가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고 알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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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물론 그것도 맞는데, 적어도 이 부분은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라고, 내가 상상치도 못한 따뜻한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