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11 | 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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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가요.

정국이는 그렇게 뒤를 돌아섰고 태형 씨는 울어서 힘이 없는 내 어깨를 잡고 바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는 그동안 구석에서 작은 공사를 하고 끝마친 바텐더실로 나를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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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서 좀 쉬어요.

이여주

저···!

나는 나가려는 태형 씨를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눈물이 마르지 않은 채로 글썽이며 태형 씨에게 말했다.

이여주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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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가 미안해요.

이여주

그냥··· 다···. 지금까지 내가 태형 씨 너무 힘들게 한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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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그 힘든 거 다 잊게 해줘요.

이여주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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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랑 사귀어 줘요, 선배.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길고 길었던 힘들었던 우리의 사이는 끝이 났다.

정말 힘든 시간이 끝이라는 것은 장담하지 못하지만, 이제는 노력할 것이다. 더는 힘들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고 더는 나 때문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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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고마워요, 선배.

태형 씨는 너무나 좋았는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도 그런 태형 씨의 등을 감쌌다. 결국에는 꽉 잡아달라고 안아달라고 애원하는 정국이가 아닌 태형 씨를 안았다.

그때 갑자기 그 노래를 부르던 정국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분명 좋아하지 않는데 왜 그 모습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지 그 노래는 정말 너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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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이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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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가 더 좋나?

이여주

아니, 누나라고 불러요···. 누나가 더···.

갑자기 계속 정국이 생각밖에 안 났다. 정국이 밖에 누나라는 소리를 안 들어봐서 그런지 정말 나 자신이 왜 그러는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눈물은 참으려 해봤지만 참지 못하고 또 흘러내렸다.

이여주

하··· 미안해요···. 진짜 왜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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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라고 부를게요. 당분간만. 그리고 내 앞에서 눈물 나올 때는 그냥 울어요. 참지 말고. 그러다 병나니까.

이여주

태형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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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연인 사이인데 태형 씨는 좀 그렇다.

이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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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말 놔요. 선배는. 언제까지 태형 씨라고 할 거예요.

이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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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쉬어요. 내가 할게요.

이여주

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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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앉아있어요. 나 사랑하면.

이여주

아··· 그러는 게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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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리고 추가로 선배는 말 안 놓으면 나 안 사랑하는 거로 알게요.

이여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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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랑해요, 선배.

그렇게 미소를 보이고는 사랑한다며 나가는 태형 씨 아니, 태형이었다. 쉬라고 그냥 한 소리인 줄은 모르고 나 혼자 심각하게 나가면 안 사랑하는 게 되어 버릴까 봐 나가지도 못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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