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12 | 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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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나왔어요. 쉬라니까.

이여주

어떻게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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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시 들어가요.

이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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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태형이가 그런 나를 불러 돌아서게 했다.

이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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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왜 존댓말 해요?

이여주

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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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안 사랑해요?

이여주

아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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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요, 이게 좋아.

이여주

나도 도울게.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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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말 괜찮은 건 맞아요?

이여주

응. 진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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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요, 그럼. 내 말 계속 안 들을 거 같으니까.

이여주

고마워.

그렇게 태형이 덕분에 조금이라도 웃으며 정국에 대한 슬픈 감정을 조금 지울 수 있었다.

태형이가 나에게 안 좋게 행동했을 때는 무섭기만 했는데 첫 만남 때 느꼈던 느낌 그대로 알고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웃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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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서 오세요.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여자 손님이 들어왔다. 또각또각 높은 구두 소리를 내며 바 탑 태형이 앞에 앉았다.

G

블루 문 칵테일 한 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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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

G

그런데··· 여자친구 있어요?

칵테일을 준비하고 있는 태형이를 빤히 쳐다보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조심스레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었다.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자 태형이 쪽으로 자동으로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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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있어요.

G

아···.

난 그 대답을 듣고야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괜히 떨렸다.

G

그 여자 말고 나랑 사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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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요. 전 제 여자친구를 너무 사랑해서요.

G

치··· 알았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러고는 손님은 태형이가 칵테일을 준 뒤로 한마디도 없이 조용히 칵테일만 들이키고 잘 먹었다며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나갔다. 겉으로는 정말 끝까지 잡게 생겼는데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게 이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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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들어가 있어요. 내가 마저 정리할게요.

이여주

이걸 혼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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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오게 해줬으니까 이번만 선배가 양보해요.

이여주

양보는 무슨···.

‘쪽’

이여주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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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들어가요.

이여주

ㅁ,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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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놀랐으면 미안해요. 안 들어가면 한 번 더 할 거예요.

이여주

아 진짜···. 들어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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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귀엽네요. 말도 잘 듣고.

이여주

뭐래, 진짜···.

난 너무 부끄러워서 바텐더실로 얼른 들어왔다. 거기서 볼 뽀뽀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어서 더욱 놀랐다.

이여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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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가요.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바람에 얼굴이 달아올라서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태형이가 문을 열자 손을 얼른 내렸다.

이여주

어··· 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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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하고 있었어요?

이여주

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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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요.

그러고는 태형이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거부하지 않고 살며시 태형이 손 위에 내 손을 포갰다. 정말 하루하루 힘들었던 시간이 겨우 마침표를 이렇게 찍었다. 힘들게 찍은 만큼 이 사랑을 쉽게 놓고 싶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

오늘따라 눈이 빨리 떠지기도 했고 그냥 좀 빨리 나가서 청소나 하고 있자 하고 집을 빨리 떴다. 그러고 조금 걸어서 바에 도착했다. 바에 들어갔는데 아직 오픈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잠겨 있어야 하는 문이 벌써 열려있었다.

이여주

아직 시간 한참 남았는데···.

사장님

어? 여주 빨리 왔네?

이여주

네. 사장님은 왜···.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늦게서야 발견한 한 사람. 정국이었다.

이여주

···어? 빨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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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이거 내려고.

이여주

뭐···.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탁자 위 사직서였다.

이여주

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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