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14 | 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이여주

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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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해요, 여기서?

이여주

어···? 아··· 아니야. 빨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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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원래 이 시간대 와요. 선배야말로 빨리 왔는데?

이여주

태형아, 잠시만요.

나는 태형이를 뒤로 한 채로 길로 나와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태형이에게 반 존대를 사용한 줄도 모르고 그냥 정국이만 찾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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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이여주

정국이··· 못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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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그런데 왜 갑자기 존댓말 해요···.

이여주

네? 내가 언제 존댓말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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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방금도 계속 존댓말하고···. 정국 씨랑 무슨 일 있었어요?

이여주

···아니,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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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내가 계속 태형이랑 말하는데 다른 곳을 보고 얘기해서 그런지 태형이가 내 어깨를 잡고 더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맞추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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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나 사랑하는 거 맞아요?

이여주

아··· 미안해요. 아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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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가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지는 알고 말하는 거예요?

이여주

미안해 내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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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여주. 정신 차려.

갑자기 선배가 아닌 내 이름 석 자를 부르고는 나를 쳐다봤다. 나보다 어린 사람한테 이여주라고 불리니까 느낌이 이상했다. 다르게는 정말 정신이 번뜩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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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정국 씨 좋아해요?

이여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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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 보여요. 전 선배 마음 잘 읽어요. 선배 지금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죠?

이여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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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 하루 만에 내가 싫어질 수도 있는 거죠.

이여주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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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맞다고 해도 전 보내줄 생각 없어요. 정국 씨 때문이라면 더더욱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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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국 씨가 저에게 그랬어요. 선배가 정국 씨에게 마음이 생기더라도 못 오게 막아달라고.

이여주

정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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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마음이 쉽게 변한다면서요. 그래서 그 마음이 진심인지 모르니까 그냥 향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고.

이여주

내가··· 그랬구나···.

태형이라면 마음이 쉽게 안 변할 거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정말 주변 말대로 내 마음은 쉽게 변하는 것이 맞았다. 나에 대해서 본인인 내가 아닌 타인이 날 더 잘 꿰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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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지금 정국 씨한테 가면 다시는 나에게 안 돌아올 자신 있어요?

이여주

자신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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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내 말 듣고, 있어요. 정국 씨도 그걸 더 원할 거예요.

이여주

그런데 내 마음이 정국이를 잡으라는데 어떡해···. 저렇게 그냥 가게 내버려 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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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아하는 사람이 남자친구랑 둘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죠? 아, 그렇다고 해서 헤어지자는 말은 금지예요.

이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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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선배가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말해요. 정국 씨에게 가고도 나에게 안 돌아올 자신이 있다 하면 그때는 놓아줄게요.

이여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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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가고 싶은 거예요? 이러면 나 속상한데.

이여주

아··· 그래? 그럼 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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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말 순진해서··· 속마음은 속으로 하는 거예요. 말하는 게 아니라.

이여주

아··· 나도 알아. 바보 취급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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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니까 선배 마음 잘 컨트롤 하라고요. 나 이런 연애 솔직히 말하면 힘들어요···.

태형이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나왔다. 고작 나 하나 때문에 태형이까지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나도 내 마음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내 마음이 안 따라주니까 답답하다. 이러다가 정말 둘 다 놓쳐 버릴까 불안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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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안 좋아하면 그냥 지금 말해줘요.

이여주

······.

쉽게 말을 못 꺼냈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니까. 함부로 말했다가 이상한 말만 해서 상처만 줄까 봐 더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이여주

모르겠어··· 정말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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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싫으면 피해요.

그러고는 태형이가 나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러고는 아까처럼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러고는 살며시 입을 맞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말 좋아한다고 나에게 말을 하는 듯했다. 난 또 놀랐지만,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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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내 마음이에요.

이여주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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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우리 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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