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8 | 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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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는데요. 사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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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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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다고요. 누나랑 나 사귄다고요. 그렇지?

이여주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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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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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앞에서 입이라도 맞춰야 믿으시겠어요?

이여주

ㅈ, 정국아 그만 가서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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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알았어.

정국이는 나를 한 번 보고 태형 씨를 슥 보며 준비를 하러 갔다. 태형 씨와 나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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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언제부터예요?

이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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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언제부터 사귀었냐고요.

이여주

어제저녁부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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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숙제라고 냈는데 그 숙제는 풀지도 않고 다른 남자를 만나 버렸네요.

이여주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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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말해봐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여주

태형 씨 나 좋아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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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정확히 알아냈네요. 그럼 알고도 정국 씨랑 사귄 거네요?

이여주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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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왜 잡았어요, 그때. 그냥 두지 왜 사람 헷갈리게 잡냐고요. 계속 걱정이나 하고 왜 그러냐고요.

이여주

사람이 확 달라 보이는데 당연히 걱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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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제 제 걱정 따윈 하지 마세요. 사람 바보나 만들지 말고.

이여주

제가 언제 바보로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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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선배 행동이 저를 바보 만드는 거예요. 확실히 해주세요. 남자친구도 있으면.

그 이후로 계속 정적이 흘렀고 그 상태로 손님을 맞이했다. 태형 씨는 노래 하나를 무심하게 틀고 손님이 오자 자리를 안내했다.

이여주

처음 듣는 노래네···.

흘러나오는 노래는 바에서 처음 듣는 노래였다. 태형 씨가 새로운 노래를 추가했나 보다 하고 손은 준비하면서도 노래에 귀를 조금 더 기울여 들었다. 계속 듣다 보니 이 구절이 들려왔다.

“떠나는 맘을 붙잡을 순 없겠지. 너의 감정은 네 거니까···”

듣자마자 나의 눈길은 태형 씨로 향했다. 어쩌면 태형 씨가 나 들으라고 이 노래를 택한 건 아닐까 예상했다. 딱 지금 우리의 상황과 딱 맞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이여주

하···.

‘띠링-’

손님이 들어와 내 앞 바 탑에 앉았다. 여자 손님이었는데 이별이라도 한 듯 축 처진 어깨에 너무나 슬퍼 보이는 얼굴이었다. 앉고 아무 말도 없길래 먼저 말을 걸었다.

이여주

어떤 거로 준비해 드릴까요?

G

내가 어디가 그렇게 못났는데···. 흑흑···.

갑자기 이 말을 하고는 손님은 울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했듯이 이별이 맞기는 한가보다. 나는 그 손님을 보고 바로 칵테일을 준비했다.

이여주

마이 타이라는 칵테일이에요. 타이티어로 최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제 눈에는 손님이 최고예요. 못난 곳 없다고요.

G

흐··· 진짜요···?

이여주

그럼요.

나는 그런 손님께 싱긋 웃어 보였다. 나도 지금 혼란스럽지만, 손님께 그런 모습을 보이면 더 분위기가 힘들 거 같아 나라도 안 힘든 척을 했다.

G

그런데··· 바텐더님은 어디가 힘드세요?

이여주

네?

G

바텐더님도 힘들어 보이는데.

이여주

제가 어떻게 힘들어 보이는데요?

G

잘은 모르겠지만, 고민이 많아 보여요.

이여주

고민··· 많죠···.

G

웃고는 있는데 저에게 그 감정이 감춰지지는 않았어요···.

이여주

그랬어요? 표정은 제 마음을 숨기지 못 하나 봐요.

그렇게 손님과 얘기를 나눴고 손님은 칵테일을 다 마시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과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자리를 떴다.

이여주

표정이 다 들키네. 숨기려 해도···.

잔을 들려고 하다가 누군가와 손이 닿았다. 여기서 잔을 건드릴 사람은 태형 씨밖에 없다. 물론 태형 씨가 맞았다. 우리는 손이 살짝 닿고 순식간에 다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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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미안해요.

이여주

저도··· 미안해요.

정말 이걸로 대체 뭐가 미안한지 손 한 번 살짝 스쳤다고 미안하다니 우리가 정말 서로 어색하긴 한가 보다. 우리는 대화도 저절로 이상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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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누나.

이여주

응? 언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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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랑한다고.

이여주

어? 나도···.

정국이는 갑자기 와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시 갔다. 브레이크 없이 직진해버리는 정국에 언제나 심장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정국이를 신경 써야지, 어색하기만 한 태형 씨를 신경 써야지. 정신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 나도 정말 누구에게 마음이 가는 건지 확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물론 내가 문제라는 것도 안다. 나 때문에 이게 뭔 일인지···.

지금 남자친구가 되어 버린 정국이와 계속 가는 것이 맞는 건지, 나를 계속 좋아해 주는 태형 씨에게 가는 것이 맞는 건지. 남자 문제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데 지금만큼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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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이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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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 고민 많다는 거 나 때문에 고민 많은 거예요?

재미있게 보셨다면 손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