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9 | 선배, 나에게만 눈길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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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 고민 많다는 거 나 때문에 고민 많은 거예요?

이여주

······.

아까와는 다르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태형 씨는 내게 물었다. 그러고는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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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음 접었어요. 그러니 나 때문에 그렇게 고민 많아지지 말아요.

이여주

아니잖아요, 마음 접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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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접었어요. 정말.

이여주

아까 그 노래. 마치 우리 얘기 같았어요. 떠나는 맘을 붙잡을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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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냥 튼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여주

나 아직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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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제 마음은 변함없어요.

방금까지는 마음 접었다고 말해놓고 갑자기 마음은 변함없다고 말해버리는 태형 씨였다. 변함이 없다는 뜻은 아직 그대로 좋아한다는 말이지···.

정국이와 사귄다는 것을 알고도 마음이 변함이 없다는 건 너무나 좋아하기에 마음을 쉽게 정리할 수 없다는 것 나도 안다. 그냥 그 마음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나는 알 거 같다.

이여주

···일해요.

우리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 한 공간에서 불편한 상태로 일을 하니 집중을 하려 해도 쉽게 뜻대로 집중이 되지는 않았다. 그때 불편함을 깰 정국이의 무대가 시작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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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아.

“와아아!”

정국이가 마이크 테스트를 함과 동시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는 환호성과 박수로 가득 찼고, 모두 정국에게 집중됐다. 정국이는 노래 소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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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 제가 준비한 곡은 ‘잡아줘’라는 곡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랩과 보컬을 함께 도와주실 분들을 모셔왔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여주

언제 오셨지···. 정신없어서 못 봤네···.

오늘 노래는 앞부분을 조금 듣다 보니 꽉 잡아 달라며 애원하는 그런 슬픈 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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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꽉 잡아줘. 날 안아줘···

정국이가 선곡한 이 곡도 아까 태형 씨가 골랐던 노래와 같이 우리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곡 같았다. 정국이도 알고 있었나 보다. 내가 정국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나 좀 잡아달라고, 안아달라고. 그리고··· 사랑해달라고 노래로 표현한 것 같다. 그것이 눈에 보여서 더 슬펐다.

이어서 랩 부분이 들려왔다. 매번 정국이의 보컬만 듣다가 랩을 들으니 새로웠는데 그 전해지는 랩은 내가 눈물이 나오게 했다.

래퍼

곧 마지막이란 걸 알지만 널 놓아줄 수는 없는걸. 말하지 마. 떠나지 마. 조용히 나를 안아줘 girl···

그 랩을 듣고는 나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난 혹시나 태형 씨에게 우는 모습이 보일까 봐 태형 씨를 등지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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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요.

태형 씨는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내가 우는 것을 또 언제 봤는지 휴지 몇 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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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노래가 슬프네요. 꼭 얘기하는 듯한 애절한 슬픈 곡···. 그렇죠?

이여주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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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정국 씨 좋아하는 거 정말 맞아요?

이여주

네···?

김태형 image

김태형

신나는 곡 놔두고 굳이 정국 씨가 이런 애절하고도 슬픈 노래를 선곡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이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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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 보여요, 선배 눈에. 안 좋아하는 거.

이여주

태형 씨는 정말 눈치가 빨라요···.

그런데 이전 일을 생각해 보니 정식으로 사귄다는 말은 없었다. 정국이가 말을 꺼냈지만 난 확실히 대답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정국에게 이끌려 갔고 자연스럽게 사귀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난 그냥 내 멋대로 정국이와 나의 사이를 망쳐놓았다.

이여주

생각해 보니··· 애초에 사귄 것도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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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

태형 씨는 많이 놀란 듯했다. 그럴 만 하다. 사귀는 줄만 알았었는데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웠는데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이여주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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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랑··· 사귀어 줄래요? 아니, 나랑 사귀어요. 선배.

이여주

그래도···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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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선배한테 나쁘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선배가 내게 없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와아아!!”

그때 잠시 잊고 있던 라이브가 끝났고 나는 정국이 쪽을 보자마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고여있는 그의 눈을 봐버렸다. 그 눈을 바라보면 안 됐었다. 흔들렸다. 또다시. 정말 이 답답한 내 마음을 정말 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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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선배.

이여주

미안해요···.

난 그 자리에서 바를 뛰쳐 나와버렸다. 겨우 그쳤던 눈물이 다시 새어 나왔고 정말 미칠 거 같았다. 정말 내가 뭐라고 둘이나 나를 좋아하고.

어차피 나는 한 명을 고르게 돼 있고 선택받지 못한 자는 지금의 나처럼 슬플 게 분명하니까. 나 역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여주

흑흑···. 진짜 왜 그러냐···.

?

여기서···

재미있게 보셨다면 손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