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위 열일곱
6. 초라한 배경



타탁


툭.



민윤기
….

소리가 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웬 작은 포스트잇이 문 틈에 꽂혀져 있었다.

혹시나 누가 볼까 빠르게 종이를 빼서 펼쳐봤다.


“창고 어떻게 오는지 알지? 내일 점심시간 계단 아래서 봐.”


단결한 말투와 나만이 알만한 문장에

누구라고 적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지하실의 서늘하고도 답답했던 바람도

내가 계단을 내려가기 전 흔들렸던 여자아이의 동공도

다시 그 곳에서 올라와 나누던 대화도


그저 잠드는 이 순간이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끼익,


쿵.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문이 닫혔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은 몇 번 두리번 거리지 않고도 잘 보였다.

햇살이 쬐는 창가에 노란색 책.


하새벽
…왔네


여자아이는 시선은 여전히 책에, 무언가를 적으며 작게 말했다.

난 그에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하새벽
오는데 어렵진 않았고?


민윤기
어.. 뭐,


민윤기
괜찮았어

하새벽
다행이네




민윤기
…


민윤기
책에 뭐 적는 거야?

하새벽
말 했잖아

하새벽
동생한테 줄 편지


민윤기
아.. 어



민윤기
…근데 설마


민윤기
여기를 진짜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하새벽
…


탁.

하새벽
안될 건 또 뭐야?

하새벽
따라와봐

하새벽
너도 막상 희망 없다 생각하진 않을 거야




여자아이가 나를 이끈 곳엔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 있었고

문을 열자마자 불어온 바람은 기분 좋게 스쳤다.

그리곤 트럭 위로 올라가는 아이를 보니 심장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민윤기
…


민윤기
…지하실인데 어떻게 옥상이 있지?

하새벽
여기가 마지막 지하가 아닌거지, 주변이 깊숙히 파여있으니까 햇빛도 비추는거고


민윤기
그래, 근데 왜..


민윤기
…아니다


민윤기
그냥 지금이 좋은 거 같아

하새벽
뭐가?


민윤기
그냥 하늘이 오랜만이여서


민윤기
지금은 가만히 보려고


민윤기
다른 거 안 물어보고



멍하게 새 하나 날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끝이 안 보이는 밑은 나를 비웃게 만들었다.

밖에선 아무리 철통방어를 해도

결국엔 여기만 오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낡은 지하 창고에 초라한 배경이지만

옆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도

해방감을 주는 듯한 이 트럭 위도


초라한 배경이지만 초라하지 않다.

우린 그렇게 이 배경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