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으깨지구.
으깨지구.

독종
2018.05.25조회수 147

널 위해 나를 숨겼다. 호수에 목소리를 묻었다.

그리곤, 나를 죽였다.

처절하게, 잔인하게. 점점 목을 옥죄었다.

가쁜 숨을 내뱉고, 눈깔이 뒤집힌채로 은날을 쑤셨다.

검은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와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두, 끈질기게 뒈지진 않았다.

그래서, 가면을 씌웠다.

때타지 않은 새하얀 가면.

/

있어봤자 쓸모없는 눈깔을 다시 뜨게 해주려면 내눈깔이라두 파서 줄까.

검붉은 눈동자라두 맘에 든다면 가져.

내가 보지 못한다 해도 괜찮아.

나는 너를 처음 마주쳤을 때 부터. 그 징그러운 눈깔을 파버렸거든.

사랑. 그딴게 뭐길래 날 이렇게나 옭아맬까.

아, 그래두 너를 원망하진 않아.

나는 내사랑에 후횐 없거든.

다만, 그저.

니가 멀쩡히 볼수 있을때 가면을 벗어던지구 고 검붉은 눈깔을 드러내지 못했다는거에 아쉬워.

이젠, 니가 붉은 세상에 눈을 뜰테고, 나는 껌껌한 세상에 살아갈테니까.

고 새빨간 눈깔을 파내면 검은 피가 나오겠지. 아아, 코를 찌르는 비릿한 피냄새가 아직두 머리를 뎅뎅 울려.

그래두, 그래두.

꼬옥, 보고 있다면. 한번만 불러줘.

나조차도 잊어버린, 나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그럼, 나는 기꺼이 가면을 부술게.

사랑해. 미칠듯이 사랑해.

고 검은 날개를 펼치게 해준 너를.

/

16살 때부터 볼수 없었던 나의 공주님께, 장기를 갈기갈기 찢으라 이야기해두 기꺼이 들어주었던 멍청한 신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