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파훼
깨뜨리어 헐어버림.

독종
2018.06.02조회수 88

파훼: 깨뜨리어 헐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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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고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마주치고 나서 꺼낸 첫마디였다. 아, 생기없던 눈깔이 조심스레 나를 향했다.

- 지랄.

피식. 가볍게 흘린 비웃음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 음, 그렇게 느낄수도 있겠네.

근데, 너 존나게 재미있어 보인다.

- 뭘

한번 놀아보고 싶네.

- 아, 그냥 너 갖고 싶다고.

아니, 놀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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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잔 속 차가운 위스키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이 테이블로 떨어진다.

- 김여주.

- 자기,. 왜

- 시발. 너 꼬리치니.

아, 봤나보네. 생각보다는 늦게 알아챘어.

- 응.

- ... .. 너 존나 나쁜거 아냐.

- 당연히.

- ,, 시발

- 너 존나게 재미없어. 그건 알아?

존나게 어려운 줄 알았더만, 눈웃음 여러번 흘려주니까 눈깔 뒤집혀서 달려들더라.

- 너 나 사랑했던건 맞냐.

- ,, 아쉽게도 넌 맛만 본 거였어.

그놈의 선홍빛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 너 너.

기쁘게도, 더이상 이런 좆같은 관계 따윈 집어치워도 되겠네. 시발, 네가 이 애매한 엔딩을 만든거야.

- 잘 있어라.

그는 나에게 중독되었고, 나는 그를 파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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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쾌락의 신음을 내뱉었던 걸, 욕정 가득한 몸짓을 휘둘렀단걸 너는 알까. 더럽게 아름다운 꽃향기에 취해 황홀경을 만끽했고, 서서히 뱀의 독에 혀끝부터 마비되었다. 시발, 존나게 사랑했던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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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영원한 흰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