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꿈의 세계
누나..언제와?


밤. 별하늘이 소름끼치게도 예뻤던 밤.

오늘도 난 옥상으로 갑니다.

철컥-

문을 열자 나를 유일하게 반겨주는 바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웬지 모르게 그 바람이 나의 답답함을 씻겨주는 느낌이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면서도 웃음이 났다.

뚜벅- 뚜벅-

떨리는 다리로 천천히 걸어가 난간에 몸을 기댄다. 그리고선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낸다.

달칵-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담배에서 나는 연기가 나의 몸을 감는다.

건강에 안 좋긴하지만...뭐 어때. 이게 마지막 개비인데.

담배가 점점 사라지자 난 폰을 집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석진아 안녕? 책임감없는 여친이라 미안해... 근데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너도 힘들텐데... 미안해. 막상 쓰니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난 오늘 새벽 해가 뜨면 편안한 곳으로 갈꺼야. 그동안 고마웠어. 별 볼일 없는 나에게 하나뿐인 남친이 되주어서. 나에게 너무 잘대해줘서. 사랑해.]

어떤 사람이 보면 긴 장문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짧은 걸?

나의 마음을 모두 다 담아내고 싶지만서도, 석진이를 계속 떠올리면 죽지 못할까봐 멈췄다.

김여주
"....나 좀 살려줘."

나도 알아. 이 상황에서 내가 한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 하지만 어떡해? 너무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은데.

난 사람으로 인하여 태어났고, 사람으로 인하여 큰 행복을 느꼈어. 하지만 난 사람으로 인하여 불행해 졌고. 난 지금 죽으려해.

사람..그딴 게 뭐가 대수라고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혹시 넌 꿈의 세계에 가본 적 있어?

난 가봤어. 거기선 모두가 날 걱정해줘. 모두가 나의 말을 잘 들어주고, 모두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줘. 이 비참한 현실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근데 모든 걸 다 망쳐버렸어. 단 한순간에. 아니, 처음부터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였나봐. 난 삶의 이유를 잃었어.

이렇게 죽고 싶은데. 너무 힘든데. 역시 죽는 건 어렵나봐. 오늘도 수십번 반복했던 짓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난 죽으려해. 세상엔 날 구해줄 백마탄 왕자님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세상의 쓴 맛을 버텨내기엔 나의 존재가 너무 나약하니까.

김여주
"모두들 고마웠어..."

난 허공에 나의 두 발을 맡겼다. 그때

철컥-


김석진
"누나! 여주누나!!!"

...석진이야. 분명 석진이 목소리다.

석진아 보고 싶었어...

하지만 어째. 난 이미 허공에 두 발을 맡긴지 오랜데.

석진이가 보고 싶지만 이젠 죽을 수 있다, 죽는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킥-

[석진 시점]

부장
"수고했고, 이제 다들 퇴근해요."

사원들
"넵!"

띠링-

불금에 새벽까지 일해야한다니... 생각만해도 싫었다. 하지만 일이 끝난 후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온 누나의 문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웬 걸.

순간 저녁 때 누나가 올린 in☆그램이 떠올랐다.


☆_오늘따라_저_하늘이_포근해보여_


☆_난_이제_긴_여행을_떠나려고 해_ 나를_찾지_말아줘_

아까 sNs에서 뜬 사진을 다시 보니, 누나네 집 옥상같았다.

난 뛰었다. 미치도록 뛰었다. 그렇게 옥상에 도착하고.

철컥-


김석진
"누나!! 여주누나!!!"

누나를 애타게 불렀다. 누나는 대체 어딨는 거지...

...씨X. 저 사람이 우리 여주누나야?

나의 눈동자 속엔

세상 모든 걸 포기한 듯한 그녀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한 그녀가.

눈이 반쯤 풀려 있던 그녀가.

두 발을 허공에 떠나보냈다.

툭-


김석진
"...ㅇ..여주누나? 누나!!!"

설마..아니겠지...꿈일거야...

현실을 부정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119에 신고했다.


김석진
"거기 119죠? 여기 사람ㅇ..."

° ° °

의사
"죄송하지만 김여주 환자분은 이ㅁ..."

...거짓말.

나 누나 없이 어떻게 살라고...

오늘따라 누나 보고싶네. 미치도록.

° ° °

그 일도 벌써 몇 년전이네...

누나! 벌써 봄이야!

꽃 이쁘지? 곧 있음 벚꽃 축제하는데, 축제 때 누나도 나랑 같이 놀자!

에이...누나 봄에 안 왔네!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지금 빨리 오면 이거 줄께! 맛있겠지?ㅎ

가을이야! 단풍 색깔 이쁘다 그치?

몇 년 전처럼 누나도 같이 구경했으면 좋았을 텐데ㅠㅠ

나 누나주려고 돈 모아서 선물사놨어!

보고 감동해서 울지나 마셔!ㅎ

누나..왜 안 와..?

나 누나 보고 싶어...

긴 여행을 떠난 당신. 다신 돌아오지 못 할 기차를 탄 당신.

미치도록 보고 싶어요. 그대가 떠나니 내 마음 한쪽이 허전해요.

못 온다는 걸 알아도 어쩌겠어요... 난 그대없인 못살겠는데.

그대도 나 그리워하길 바래요. 아니, 죽었다는 걸 후회하길. 그곳은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 후회의 장소라는 걸 어서빨리 인지하길.

앞으로 그대의 미래처럼 밝은 해가 뜨는데 그 해의 일부만보고 가면 어떻게요. 누릴꺼 다 누리고 나이들어서 눈 감아야지.

힘들면 말하지.

이 말. 듣기 힘든 거 알아요. 이 말이 얼마나 괴로운데. 힘든 일 말하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데...

우리 누나 많이 힘들었나보네... 그래도 그렇게 떠나진 말지. 누나가면 나도 누나따라서 가고 싶어지잖아...

그래도 난 그대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려고해요. 혼자있을 시간. 혼자만의 시간. 그 시간동안 외로워하지 말아요.

내가 계속 지켜 볼 테니까. 많이 힘들어보이면 내가 가서 꼭- 안아줄 테니까.

힘들텐데 수고해요. 다 이겨내고 만나요, 우리. 나도 그동안 밑에 세계에서 발버둥 쳐 볼 테니까.

내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