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넓기만 했던 그의 등은.
아 ,, 아


넓기만 했던 그의 등은.

/

술을 들이키고 난 아버지의 모습은 그리도 잔인할 수 없었다. 과격해진 몸짓은 그릇을 깨뜨리고, 가구를 부수고.

결국 막내아들이 책장 아래 깔려야지만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뛰쳐나가셨다.

그런 막내아들을 낑낑대며 구해준 둘째는 항상 원망섞인 모습으로 아버지가 다녀간 흔적을 지웠다.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강한 사람이었으니, 너무나도 강해서 무서울 정도였으니.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에서 난 깨달았다. 무덤덤. 이 단어 하나라면 아버지를 설명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매일 당하는 동생들만이 불쌍할 뿐이었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잠에 들어 일어나면 고른숨을 내쉬며 주무시는 아버지가 계셨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너무나도 일상적이라 무뎌진 감각에 그럭저럭 넘길 뿐이었다.

근데, 그날따라 유난히 이상했다.

생각보다 많이 취해오신 아버지는 욕을 내뱉으며 막내아들과 둘째아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폭발해버린 둘째가 욕을 뱉자. 아버지는 거친숨을 내쉬셨다.

- 미안하구나.

그렇게 집밖으로 회피해버린 아버지의 등이 오늘따라 좁아보였던건 기분탓이었나.

/

- 김○○님 보호자세요?

라면을 끓여달라 요청한 막대 덕분에 아껴먹던 라면봉지를 꺼내 맛있게 끓여먹곤 설거지하던 도중이었다. 울려대는 전화에 달려가 귀에 가져다 대니, 아버지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 네, 맞는데요?

- 여기 ○○병원 입니다. 현재 자살시도 하셔서 병원에 실려오셨어요.

쿵.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허겁지겁 헌 외투를 챙겨 집을 나섰다.

/

- 현재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니, 주의해 주시

무작정 아버지 병실문을 열었다.

- 도로에 뛰어들어가셔서 자살 시도를.

- 아 ,, 아들?

내 뒤에서 소리치는 간호사의 말을 무시하곤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 아버지, 왜 왜죽어요!

- ,,안 죽는다.

우리 ○○이 . 희미한 미소를 띄어보이며 내손을 잡은 아버지가 점점 빨라지는 숨을 내뱉었다.

- 다음생에도 못난아비 아들로 태어나주렴.

아 .

짧았던 기계음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허둥지둥 들어온 간호사와 의사들 사이에서 구슬피 눈물을 흘렸다.

/

아버지의 물품을 가져오려 서랍장을 뒤졌었을 때이다.

꽤나 두꺼운 종이묶음을 들어올렸다. 촤르륵. 부드럽게 넘겨지는 종이 묶음을 버리려 상자에 넣었었다.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느낌에 종이를 읽었다.

-

아, 생각보다 아버지는 약했다.

/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도 짙은 슬픔은 있었다. 다만 아들들은 그 좁았던 등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저 아버지의 잘못이라 밀어두었다. 사랑했던 아버지께. 영원히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