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전정국의 겨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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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
2018.06.13조회수 129

전정국의 겨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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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펑펑 내려앉은 길거리에 전정국은 입김을 내뿜었다. 입김이 하늘에 나풀거리더니 금세 풀어졌다.

빨개진 코끝을 쓱쓱 문지른 전정국은 빨간 목도리를 다시 한 번 둘렀다.

전정국은, 그의 시선은, 금방이라도 폭삭 내려앉을 것만 같은 눈사람에게 향했다.

한참이나 그 눈사람을 응시하던 전정국이 이내, 조용히 발걸음을 떼었다.

그의 목적지는, 눈사람 앞이었다. 빨간 목도리를 풀어 한참을 껴안은 전정국은 처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사람의 목주변에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한 번, 두 번, 세. 나즈막히 감는 숫자를 세던 전정국이 목도리를 부여잡고는 주저앉았다.

구슬프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던 전정국의 어깨엔 하얀 눈꽃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 조용했던 길거리엔 그의 애달픈 울음소리만이 가라앉았다.

겨울날의 침묵은, 서서히 침몰되었다.

처연하게 올린 입꼬리가 죽었고,

그의 겨울은 파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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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가던 눈사람이 지나가던 차에 밟혀 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