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이 나쁜놈아.

이 ,, 이 나쁜놈아.

이 나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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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부터 무심해진 태도에 괜히 초조해졌다 손톱을 물어뜯다보니 피가 울컥울컥 나오기도 하고, 잠 못 이뤄 피곤한 몸은 음식들을 받아내지두 못하구 뱉어내기만 했다.

꾹이♡ / ○○카페로 나와.

예전에는 말끝마다 하트 붙여줬는데, 어느샌가 딱딱해진 말투와 마침표에 벌컥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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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만이지. 오랫만에 만나기 때문에 한껏 치장하고 카페로 나갔다.

꾹이♡ / 어디쯤이야.

나 / 거의 다 왔 |

어느샌가 보이기 시작하는 카페에 괜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그를 찾았다.

나 / 거의 다 |

..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여자랑 대화나누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나 / 헤어지자, 전정국 |

전송 버튼을 꾹 누르곤 떼어지지 않는 발을 한발짝씩 옮겨 카페 주위를 벗어났다.

하-. 유난히 그날따라 쌀쌀한 날씨에 하얀 입김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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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내가 원하던 말이었네. 그래, 헤어지자 우리.

집에 도착하자 짧게 울린 핸드폰을 꺼내어 톡을 들어가봤더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대답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날은 어린아이같이 펑펑 울었다. 답답한 가슴을 퍽퍽 쳐대며 그의 이름을 부르고, 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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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이 아시죠.

그렇게 꽤나 고생을 하며 지워낸 그의 흔적이 애석하게도 울린 문자에 그렁그렁해진 눈가를 한번 문질렀다.

나 / ,, 압니다. 정확히는 알았었죠.

??? / 그럼 정국이 죽은건 아시나요.

??? / ,,, 모르시나 보네. 한번 보러와요. ○○ 장례식장 2.

아.

무척이나 화가났다, 났는데, 슬펐다.

나쁜 놈. 나쁜 새끼. 날두고 죽어.

그날따라 좋았던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

- 어.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중 낯익은 얼굴이 있다 했는데, 카페에서 본 여자가 있었다.

낯익은 얼굴을 봐서인지 나온 소리에 황급히 입을 가려봤지만 어느새 날 발견하고는 뛰어오는 여자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 안녕하세요.

- 저 , 누구.

그래서 모른척하기를 시전했다.

- ,, 아. 정국이 누나에요. 사촌누나.

,, 이 여자가 진짜 전정국의 누나라고? 머리가 혼란스러워 졌다.

- 아, 우선 이거 받으세요.

그러자 다급히 내손에 종이뭉치를 들려주고 떠난 전정국의 사촌누나에 종이뭉치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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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끝내고 늦은시간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들고 다녔던 종이를 펼쳐보았다.

(2014년/10월/26일)

오늘 처음으로 여주를 만났 ..

전정국의 일기장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촤르륵 종이를 넘겼다

(2015년/ 1월 / 3일)

(2015년/ 8월 /1일)

(2016년 / 2월/ 6일)

점점 더 빠른속도로 일기장을 넘겼다.

(2016년/9월/7일)

(2017년/ 5월/ 14일)

(2018년/ 9월 / 1일)

여주야. 보고싶은 여주야, 안녕. 지금쯤 넌 이글을 보고있겠지. 본론부터 말할게. 미안해, 날 미워해도 좋아. 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가 새겼다는 것에 큰 후회를 느끼고 있어. 그냥 죽을거 네가 아프지도 않게 말할 걸 그랬나.

그래도 내 선택엔 후회는 없어. 다만. 너를 죽을때까지 보지 못했다는것에 미치도록 슬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거야. 내가 죽었을때 슬퍼하지 말구. 아니다 괜한 걱정인가. ,, 꽤나 몸이 아프네. 이만 줄일게. 사랑해 김여주.

나쁜놈.

넌 진짜 나쁜놈이야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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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남친 전정국×슬퍼하는 김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