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ZIP
너라는 봄

령삠도령
2022.01.22조회수 13

통유리로된 창문 너머로는 밖이 하얀 서리로 희미하게 보였다

텅 빈 길거리에는 눅눅한 날씨임에도 큰 장우산을 든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높고 검은 구두가 인도 위에 닿을 때 마다 또각 소리와 함께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지 밑단은 축축하게 젖어왔고, 비는 거세게 내렸다

남자는 서류가방을 들고선 안 그래도 어두운 날씨에 더욱 어두워보이는 골목을 지났다

그 골목을 지나다가 저의 이름을 불러오는 자에 발걸음을 멈췄다


안여주
… 김남준,

남자의 이름은 김남준 이었다


김남준
안여주?


안여주
응, 나야. 오랜만이네-.

그의 첫사랑이던 안여주다

여주의 손엔 담배가 들려 있었고 투명한 우산을 쓴 채로 벽돌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여주는 저의 입에 담배를 한 번 가져다 대고 연기를 뿜어냈다

남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여주에게 거칠게 말했다


김남준
고삐리 때도 담배 피다가 학주한테 걸려서 잔뜩 얻어 맞은 놈이 아직도 피냐.


안여주
... 혹시 모르잖아. 네가 또 걱정해줄 수도 있으니까.


안여주
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으면 했어.


안여주
담배를 피면 네가 다시 올까 싶었어.

남준은 아무 말 없이 긴 장우산을 던지듯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김남준
… 나 우산 없는데,


김남준
같이 쓰자.

어깨는 비로 인해 축축히 젖어만 갔고,

신발엔 물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웃을 수 있음은

아마 서로가 서로이기에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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