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째서 ,

단편 / 사랑한다 말하던 붉은 입술과 , 내 행복이었던 꼼지락거리던 손과 , 똘망한 눈과, 나를 힘껏 올려다보던 작은 키를 가졌던 그녀는

그녀가 없는 이 세계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이었다. 평생을 그렇게 생각해왔고 , 치부해왔다. 지독히도 매혹적인 향을 풍겼던 그녀가 검붉게 변해버린 눈동자로 나를 좇았을 때 ,

나는 내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파멸되어 있었고 , 그녀의 눈동자의 담긴 내 모습은 끔찍하게 파헤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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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하게 눌러붙은 검붉은 액체를 황급히 닦아내었다. 매혹적인 향기에 취해 홧김에 저질러버린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뒷처리도 못 했다고 , 희미하게 남아있는 핏자국을 혀로 핥았다. 맛은 존나 좋아가지고 , 그러게 누가 신의 피를 갖고 태어나래.

그래 , 거기까지. 고개를 들어 보이는 나는 , 내가 아니었어야 했다.

짙게 남은 그의 향기는 그저 내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의 냄새였어야 했는데. 근데 , 왜?

세면대에 남아있는 핏덩어리를 응시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 그저 갑과 을의 감정이었다고 치부해왔는데 ,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고 , 소중했던 사람들을 죽여왔는데.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던 나한테 화가났다. 깊은 회의감이 소용돌이 쳤다. 나는 뭐 때문에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나 , 그것도 내 손으로. 희미하게나 남아있는 핏자국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 작은 감정이었던 파도가 서서히 나를 잠식해왔다.

아 아 , 그를 사랑했다는 것도 몰랐던 멍청했던 나는 후회를 했다 . 《 조각나버린 그의 사체를 감싸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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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