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념 특별편
*그냥 내가 널 거짓 사랑하게 해줘 上



세계관 충돌 제 2편.

F a k e L o v e_ +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군인 박지민 & 교사 도여주 + 호텔리어 김태형 & 사진작가 차여주


두 연인이 만약 고등학교 동창이라면?

태형 제외하고 셋은 동갑. 태형은 한 살 동생.




박지민
- 여보세요?


박지민
- 우리 리희 잘 있나 해서 전화했죠.



박지민
- 우리야 뭐, 잘 가고 있어요.


박지민
- 여주 바꿔줄까요?

도여주
- 네, 어머님-

도여주
- 아, 리희 자고 있어요?

도여주
- 아니에요, 리희 맡아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하죠….


도여주
- 네, 잘 놀다 올게요-ㅎ

도여주
- 정말 감사해요, 어머님_


끊어진 전화. 운전석에 앉아있던 지민이는 조수석 헤드레스트에 손을 얹으며 여주에게 물었다.


박지민
두 사람은, 어디래?

도여주
글쎄… 전화 한 번만 해볼게.


···


차여주
펜션까지 얼마 정도 걸려?


김태형
도착 예상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리겠다.

차여주
피곤하면 말해, 내가 운전할게.


김태형
괜찮아-. 그럴 일 없어.

차량용 컵홀더에 있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든 여주. 플라스틱 컵 표면을 따라 맺힌 물방울에, 티슈로 컵을 돌돌 감싸더니 한 모금 쭉 빨아마셨다.

이내 빨대에서 입을 뗀 여주는 운전하느라 정면을 응시 중인 태형의 입에도 가까이해줬다. 자연스레 빨대를 무는 태형이었고.


김태형
얼음 거의 다 녹았네ㅎ

차여주
그러니까-. 밍밍하다.

Rrrrrrrrr. 그때 마침 울리는 여주 핸드폰 벨소리. 발신자가 '여주'인 걸 확인하고서는 단번에 전화를 받았다.

차여주
- 응, 여주야.

태형이는 힐끗, 제 옆에 앉아있는 여주를 보고.

차여주
- 우리 지금 가는 중. 너는 어딘데?

차여주
- 여기가 어디냐면은…

태형아, 여기 어디지? 물으면, 망개 휴게소 지나가는 중이라며 대답해 주는 태형.

차여주
- 응, 망개 휴게소 지나가는 중.

차여주
- 우리 가면서 뭐 사갈 건 없나?


차여주
- 아, 그래-. 그러자.

차여주
- 펜션 앞에 마트가 있으면, 거기서 같이 장 보는 걸로.

차여주
- 어-. 알았어, 너도 조심히 와-.


여주가 전화를 끊자마자 도여주 누나? 하며 묻는 태형.

차여주
응-. 여주.

차여주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라 설레네-.



···


도여주
…자기야. 나 졸려.


박지민
어, 여주야. 시트 뒤로 눕혀서 눈 좀 붙여.

여주가 졸리다고 말하기 무섭게, 반응 속도 빠르게 대답한 지민이가 제게 내민 여주 손을 보고선 손잡아 준다.

도여주
…너는, 피곤하지 않아?


박지민
난 괜찮아-.

도여주
…우리 남편 고생이 많네...

고생은 무슨. 픽, 웃으며 여주의 손을 매만지는 지민. 마침 신호등이 빨간불이라, 브레이크를 밟고서 옆의 여주를 확인한다.

도여주
차여주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박지민
그러니까. 김태형도-.

도여주
우리 뭐라도 사 가야 하지 않을까…?


박지민
아까 통화했잖아, 만나서 장 본다며.

도여주
에이... 그래도.

도여주
명색이 여행인데… 먹을 게 많으면 좋지, 뭐.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무언가를 생각하던 여주. 이내 생각난 게 있다는 듯이 눈을 떴다.

도여주
바닷가… 여름… 휴가….

도여주
…오케이, 나 정했어.


박지민
응-ㅎ 뭘로 정했는데.

도여주
……회…. 회 먹고 싶어.

말하니까 갑자기 더 당기네. 회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신 여주는 지민을 응시했다. 허락을 구한다는 눈빛과 함께.

하지만 그런 여주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지민의 표정은 좋지 못하고….


박지민
…….


박지민
……안 돼.

띠로리로. 여주의 귓가에 자체 효과음이 들렸다. 한껏 억울한 눈빛으로 여주가 지민에게 말하지. 왜…?



박지민
…너 먹으면 안 되잖아-.

도여주
…….

잠깐의 정적. 여전히 여주가 지민의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신호는 다시 파란불로 바뀐 탓에 지민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을 떼었다.

그럴 동안 여주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에…

도여주
…너, 설마.

도여주
아, 박지민-. 그 일 말하는 거야?


박지민
…….

도여주
…야- 그거 다 지난 일이잖아-.


박지민
그래도 안 돼.

…괜히 또 먹었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쩌려고. 심란한 표정의 지민이 말을 이었다. 여주의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자세였다.

도여주
…그거는, 단순히 그때 운이 안 좋았던 것뿐이ㅇ…


박지민
아, 운이 안 좋아서- 여름철에 회 먹었다가 자그마치 두 번을 식중독 걸려서 입원을 해?





박지민
그때 응급실 실려가고, 한동안 먹는 것마다 토하고, 한 달 입원하고, 너 고생 많이 했었잖아.

도여주
…기억 나. 나지, 나는데…

의사 선생님이 날 것은 피하라고 하셨고. 단호한 지민의 태도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꾹 다물게 된 여주가 지민이 눈치 살피기 바빴다.

도여주
그냥 말하면 되지…. 왜 정색을 하고 그래…, 무섭게.


박지민
…….

지민이 정면을 응시하다 말고, 여주 힐끗 보니까 여주 움츠러들며 괜히 시선 피한다.



순간적으로 얼어버린 두 사람의 공간이었다.



···


먼저 마트 앞에 도착한 태형과 (차)여주. 태형은 내리자마자 지민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김태형
- 형, 어디예요.


박지민
- 다 왔어, 너 보인다.


자기가 보인다길래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마트 주차장을 둘러보는 태형. 저만치서 들어오는 차량에, 보인다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태형이네 차 옆에 주차시킨 지민이네. 조수석에 타있던 (도)여주는 (차)여주를 보자마자 재빨리 내려서 얼싸안았다.

차여주
뭐야, 도여주 왜 이렇게 예뻐졌냐.

도여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네.

차여주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두 여자의 안부 인사가 한창일 동안, 멀찌감치 서서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중인 두 남자.


김태형
오랜만이네요, 형.


박지민
그러니까. 연락 안 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김태형
아, 그거 알아요?


김태형
아까 도여주 누나가 나한테 연락 왔어요.


박지민
…도여주가?


김태형
네. 갑자기 카톡 왔던데.


박지민
뭐라고 왔던데.

제 핸드폰을 지민에게 내미는 태형. 화면 속에는 여주가 태형에게 보낸 톡 하나가 있었다.

"김태형 나 박지민한테 혼났어 ㅠ 나한테 엄청 화난 것 같은데 어떡하지..."


정말, '회'로 인한 말다툼 뒤에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이었다. 머지않아 핸드폰에서 시선을 거둔 지민은 여주를 쳐다봤고.


김태형
왜, 뭐 때문에 그랬는데요.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댄 지민. 그런 그의 옆에 서있던 태형은 여주 둘이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지민을 그곳으로 이끌었다.



차여주
보자…. 우리가 사야할 것들이…

핸드폰 속 메모를 뒤적거리던 (차)여주가 식재료를 하나 둘 카트로 집어넣었다.

물론 카트를 끄는 건 지민과 태형의 몫, 여주 둘은 사야 할 것들을 무작정 카트 안으로 던져 넣기 바빴다.


김태형
…누나, 이렇게 막 사도 돼?

차여주
막 사다니-. 지금 이틀치 식량 사고 있는 건데.


김태형
이걸 다 먹을 수 있어?

차여주
당연하지.

카트 안에 계속해서 담기는 식재료들을 가만 보고 있던 태형이가 입을 열었다. 근데 누나.



김태형
우리 회도 샀잖아. 이렇게까지 필요할까?


(도)여주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거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