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속 특별함
#55


다음날 아침, 눈이 늦게 떠진 여주가

이미 출근한 민규를 찾아 거실로 왔다

거실 탁자에는 민규가 써놓고 간 메모지가 있었다



민규씨 귀엽네

여주는 메모지를 놓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민규가 차려놓은

밥과 국 그리고 몇가지의 반찬들이 있었다



여주는 식탁에 있는 메모지를 읽고는 중얼거렸다

플러팅하네 ㅋㅋㅋㅋ

여주는 식은 밥과 국을 그냥 먹었다

너무 늦게 일어난 탓인지

여주는 시계를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오후 1:25
미쳤나봐, 몇 시간을 잔거야..

삐삐삐삐삐_

삐로링_

여주씨 나 왔어요 -

민규는 여주가 식은 밥과 국을 먹는 걸 보고 말했다

다시 데워서 먹으라니까, 왜 그냥 먹어요

귀찮기도 하고요..

민규씨가 나 생각하면서 이렇게 다 차려주고 갔는데

그냥 먹어야죠 -

그래도 따뜻한 거 먹어야지..

민규씨는 2시에 온다더니 왜 빨리 왔어요?

일이 일찍 끝났어요

여주씨 보고 싶어서

내가 회사에서 제일 먼저 나왔어요!

이건 좀 감동인데요?

여주씨 준비하려면 1시간정도 걸리죠?

그정도 걸리죠?

얼른 준비해요 -, 우리 청첩장 만들러 가야죠

밥 먹고 준비할게요

맛있게 먹어요

그리고 메모지 플러팅 잘 받았어요

오늘 되게 적극적이네요?

평소랑 똑같거든요 -

아닌데..

여주는 민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고

민규가 말했던대로 1시간만에 준비를 끝냈다




청첩장을 만들러 온 둘은 나란히 의자에 앉았다

디자인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심플한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시면 저희가 몇 개 보여드릴게요













민규씨는 뭐가 제일 예뻐요?

4번 어때요?

나도 4번 하고 싶었어요!

그럼 4번 디자인으로 도와드릴게요 ~

그 밖에도 넣고 싶은 문구, 결혼식 날짜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청첩장은 얼마나 뽑아드리면 될까요?

300장 뽑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도 많이 이용하시거든요 ~

모바일 청첩장도 이메일 써주시면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이메일란에 여주의 이메일을 적고

셋은 2시간동안 청첩장 작업을 했다

바로 나올거거든요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

우리 진짜 결혼하나봐요

그러게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나도요, 여주씨랑 곧 가족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떨려요

나도 민규씨랑 곧 가족 될 걸 생각하니까

엄청 설레고 그러네요

둘은 또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새 청첩장은 포장까지 모두 완성되었다

택배로 보내주겠단 말을 거절하고

둘은 직접 300장을 모두 담고 뒷자석에 두었다

나 결혼식 때 울면 안 되는데

왜요?

결혼할 때 하는 화장 비싸다고 했어요

절대 안 울어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운전을 하는 여주를 보며 민규가 말했다

울어도 돼요, 샵 가서 화장 하고 싶으면 내가 데려갈게요

샵을 가서 하고 싶다는게 아니라

내가 민규씨 옆에서 제일 예뻐야하는 날이라서 그런 거예요

여주씨는 늘 예뻐요

민규가 아무렇지 않게 여주에게 말을 했다

여주는 반년 넘게 들었음에도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리 결혼식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일찍 준비해서

여주씨 겨울 신부 되겠어요

겨울.. 춥긴해도 화장은 안 녹겠네요

여주씨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냥 다 예뻐요

팬들이 민규씨보고 왜 자꾸 끼 부린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틈만 나면 끼 부리네요 정말로

그래요? 난 잘 모르겠는데

습관 되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줄게요

감사합니다 여보님

요즘 왜 자꾸만 여보라고 해요?

얼른 익숙해지라고요 -

그래도 예전보단 익숙해졌어요 ㅋㅋ

그럼 앞으로도..

이름 불러줘요

네..

둘은 또 투닥거리며 행복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







2014년 4월의 중순, 벚꽃이 피고 져가는 여느 봄이였습니다

새로운 반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수학여행을 간다는 설레임을 안고

단원고 학생들은 2024년 4월이 되어서도 아직 열여덟이라는 어린 청춘에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오늘은 세월호 참사의 10주기입니다 10년 전의 저는 아홉 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단원고 학생들의 어린 청춘의 열여덟을 지나 열아홉이 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벚꽃이 지며 너무 외로웠던 나머지 그들도 별이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었나봅니다

벚꽃이 활짝 피어있을 때 아직까지도 활짝 펴져만 있는 단원고 학생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짧은 시간만 피어있는 벚꽃을 보내며 짧은 시간동안만 청춘을 보내다 별이 된 단원고 학생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어린 청춘이 활짝 피자마자 갑자기 져버린 꽃들을 기억하겠습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도 피워내기 전의 예쁜 봉오리들은 피워지기도 전에 져버린 단원고 학생들의 슬픔인가 봅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도 피운 뒤 져가는 벚꽃 잎들은 단원고 학생들의 아름다운 청춘의 조각인가 봅니다

10년이 지난 어린 청춘을 모든 이들이 떠난 학생들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유영 올림

세월호 참사 10주기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