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32. 폭시 인형 가게 (11)


마취제 없이 여주에게 수술을 받은 연준은 꼬박 하루를 자고 나서야 의식을 차릴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눈을 뜨자마자 복부를 부여잡은 채 여주를 찾는 모습은,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님을 뜻했다.

연준의 목소리를 들은 여주는 하던 일도 멈추고 연준에게 달려갔고, 두 사람을 지켜보던 정국의 입에선 툴툴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전정국
"…쟤 누구야. 일어났으니까 그만 보내."

연여주
"당분간 같이 다니려고 해. 자세한 사정은,"


전정국
"같이 다닌다고? 우리랑? 왜?"


김석진
"…여주 씨, 저랑 상의도 없이 그런 걸 막 정하면……."


민윤기
"호석아. 승연 씨랑 다연이, 숙직실에 데려다 드리고 와."


정호석
"응. 누나, 다연아. 우리 숙직실에서 잠깐 쉬고 있을까?"

호석은 아직 이 곳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 낯설어해 하는 승연과 그런 승연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는 다연을 데리고 숙직실로 안내했다.

숙직실로 들어가는 호석의 등 뒤로 곤란하다는 표정의 남준이 여주에게 다가갔다. 여주의 뒤에 있는 연준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김남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주 씨. 아무 말 없이 혼자 퇴원해서 사람 걱정시키고, 아무 말 없이 혼자 어디로 가 버려서 사람 피 말리게 하더니,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혼자 결정해서 저희 놀라게 하는 거예요?"

연여주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난 거, 정말 죄송해요. 그런데, 이번만 제 부탁 좀 들어주면 안 될까요?"


김남준
"여주 씨…."

남준이 살펴본 연준은 딱 보기에도 일반인 같지 않았다. 수술을 진행하느라 옷을 벗은 몸에는 크고 작은 부상들이 가득했고, 그 중에는 총상도 있었다.

군인이라고 해도 저 정도의 총상을 입기는 쉽지 않은데…. 빠르게 연준을 훑어본 남준은 여주가 눈치챌까 싶어 눈치껏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김남준
"여주 씨 부탁만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보안이 걸린 문제니까요."

연여주
"……."


김태형
"…도대체 무슨 사이인데 그래. 이봐, 이쯤하면 자기소개 좀 하지? 언제까지 연여주 뒤에 숨어있을 거야."


최연준
"……."

정국과 같이 태형의 말투에도 날이 서 있다. 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다 여주를 쳐다봤고, 여주는 팀원들을 한 명 한 명씩 바라보다 질끈 눈을 감았다.

연여주
"…카타르티시에서 도망쳤어."


김태형
"…뭐?"


박지민
"뭐?"


정호석
"뭐라고요?!"

뒤늦게 숙직실에서 나온 호석도 여주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는지 두 손으로 쩍 벌어진 입을 닫았다. 이들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이걸 그대로 말할 줄 몰랐던 연준 또한 뭐하는 거냐며 놀란 얼굴로 여주의 옷깃을 잡아끌었지만, 여주는 연준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으며 그대로 말을 이었다.

연여주
"이름은, 최연준. 어렸을 때 같은 조직에서 자랐어요."


최연준
"누나,"

연여주
"저희 조직이 무너지면서 연준이와 저는 볼 수 없었고, 최근에서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저는 특별수사반 팀원으로, 연준이는 카타르티시 조직원으로."


김석진
"……."

연여주
"제가 퇴원을 하고 갑자기 사라진 것도 연준이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연준이는… 이 자료들을 빼왔고요."

여주는 연준의 발 밑에 두었던, 자료가 담긴 서류 봉투를 석진에게 건넸다. 여전히 얼굴이 굳어있는 석진은 여주에게서 받은 서류 봉투를 열어 안에 들은 자료들을 확인했다.

연여주
"마약 판매 거래명세서랑 폭시 인형 가게에 배달되는 마약 판매처예요."


민윤기
"뭐… 라고? 그 정도 정보면……."


김남준
"……빼도 박도 못하게 잡겠네."

짧은 시간 안에 얻은 엄청난 증거 자료에 윤기와 남준은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여주와 연준을 번갈아 쳐다봤다.

연여주
"네. 하지만, 폭시 인형 가게는 카타르티시의 꼬리밖에 안 돼요. 거기서 중요한 건,"


박지민
"…마약 판매처. 마약을 제조하는 곳이라면, 이곳에 카타르티시에 대한 자료들도 있을 거야."


전정국
"아니…. 아니, 잠깐만. 이 많은, 아니지…. 이 엄청난 정보들을 빼왔다고? 어떻게?"


김석진
"…목숨을 건 거지. 그 목숨을… 여주 씨가 구한 거고."


최연준
"……."

하아–.

석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는 모습이 석진의 마음을 대변했다.


김석진
"그래서, 이 정보들을 주는 조건으로 여주 씨가 원하는 게 뭐라고요?"

연여주
"…네?"


김석진
"여주 씨 특별수사반 팀원 연여주로서가 아니라 조직원이었던 연여주로서 거래하자는 거잖아요, 지금."

연여주
"아……."


김석진
"그래요. 이만큼의 증거면 충분해요. 어차피 내가 질 싸움이었어요. 다시 한 번 물을게요. 여주 씨가 원하는 게 뭐라고요?"

사무실 내에 적막한 공기가 흘렀다. 아무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고, 그저 석진과 여주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기 위해 눈알만 굴리기 바빴다.

후–.

여주가 눈을 잠시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연여주
"카타르티시 사건을 마칠 동안, 최연준을 특별수사반 팀원으로 채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연준
"뭐? 누나, 지금 그게 무슨,"


정호석
"…헐."

연여주
"또한, 그 기간 동안 최연준의 신변 보호를 요청드립니다."

여주의 말에 여기저기서 헐, 미친, 뭐라고? 등 충격적인 반응이 들려왔다.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연준이 여주의 팔을 끌어봤지만, 여주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들 중 말이 없는 자들은 오직 여주와 석진 뿐이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건 두 사람 중 이 침묵을 끝낸 사람은, 석진이었다.


김석진
"좋아요. 단, 여주 씨도 지켜줘야 할 게 있어요."

연여주
"네. 말씀하세요."

어떠한 조건도 받아들이겠다는 여주의 눈빛을 마주보며 석진은 여주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갔다. 서로의 체향이 느껴질 거리에서 여주가 석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석진은 아무 말 없이 조심히 여주의 오른팔을 잡아올렸다.

그러고는 주머니에 있던 하얀 천으로 여주의 오른쪽 팔꿈치 부분을 감쌌다. 석진이 하는 양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여주는 천의 매듭이 묶여 팔이 꽉 조일 때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고통에 '아.' 외마디를 내뱉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칼에 베인 모양이었다.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하얀 천으로 감싸여진 팔을 붙잡으니, 머리 위에서 석진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김석진
"다치지 마요."

연여주
"……네?"


김석진
"내 사람이라며. 근데 왜 함부로 다쳐."

연여주
"……."


김석진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다치면, 그때는 정말 가만 안 둘 거예요."

아까보다 유해진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리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석진의 얼굴이 보였다.


김석진
"이게 내 조건이에요. 반드시 지키길 바라요."

연여주
"……."


김석진
"야, 뭐해. 증거 다 모았는데 출동 안 해? 싹 다 차 대기시켜!!"

우렁찬 석진의 한 마디에 팀원들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갔다 올 동안 연준과 다연, 승연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며 석진 또한 팀원들과 경찰서를 나섰다.

연여주
"……."


최연준
"…누나?"

순식간에 고요해진 사무실 속, 여주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연여주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의 뽀인트... 김. 석.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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