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2
EP 36. 학생들의 의문의 소동 (2)


학생들이 단체로 자살 소동을 벌였다는 것치고는 학원 분위기가 너무나도 멀쩡했다. 친절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학원 원장이나 경찰을 보면 한 번쯤은 힐끔 쳐다볼 만도 하지만 시선 하나 주지 않는 학생들이나 어떻게 봐도 멀쩡해 보였다.


박지민
“⋯여기 맞아?”

이를 느낀 건 여주뿐만이 아니었는지, 지민도 학원 인증서를 확인하고 난 후에야 떨떠름한 기색을 지우며 학원을 둘러봤다. 학원 위치도 여기가 맞았고, 사건의 아이들도 이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는 건⋯. 이 사건을 모르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민윤기
“⋯빈 자리가 많네.”

그렇다. 한 방에 삼십 개씩 자리한 의자에는 열 명도 채 앉아있지 않았다. 이를 보고 이상하게 느꼈으면 느꼈지, 절대로 그냥 모르는 척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학생들과의 면담을⋯ 원하신다고요?”


민윤기
“네. 짧게 하면 5분, 길게 하면 1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면담할 장소와 시간을 제공해 드릴 수는 있지만⋯ 학생들과의 면담은 제가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형사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고등학교를 다니는 시기는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시기라서⋯.”


민윤기
“글쎄요. 전 대학보다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윤기의 말에 원장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활짝 펴졌다. 사회 생활용 미소가 원장의 입가에 지어졌다.

“그래요. 그럼 애들한테 한 번 얘기해 볼게요. 하지만, 애들이 모두 다 면담에 참여해 줄런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


민윤기
“알겠습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원장에게 윤기는 손을 휘이휘이 저었다. 잔말 말고 애들을 데려오기나 하라는 의미였다. 여주와 지민은 원장의 입꼬리가 달달 떨리는 걸 무시했다. 애초에 원장은 윤기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박지민
“면담은 내가 할게.”

연여주
“왜?”


박지민
“⋯왜? 너가 하고 싶어?”

연여주
“아니, 그건 아닌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서.”


박지민
“그거야 당연히⋯.”

여주의 말에 지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여주와 윤기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씁 침을 삼키며 고개를 양옆으로 저었다.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명백한 무시에 여주와 윤기의 미간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민윤기
“야. 방금 그거 무슨 의미야.”

연여주
“민윤기는 그렇다 치고, 나는 왜 같이 엮이는 건데.”


민윤기
“뭐? 민윤기? 이제 막 나간다?”

연여주
“뭘 새삼스럽게. 설마 오빠라던가 뭐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지?”

질린다는 여주의 표정에 윤기의 얼굴을 더더욱 차갑게 굳어갔다.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 윤기에게서 왠지 모를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윤기의 눈을 피했다. “아, 자, 장난이야. 장난⋯.” 여주답지 않게 말도 떨었다.

“⋯면담 하라고 해서 왔는데요.”

똑똑, 두어 번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베이지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들어왔다. 명찰에 적힌 이름은, 이아루. 주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이름이었다.


박지민
“어, 들어와. 여기 앉으면 돼.”

지민은 자신도 처음 오는 장소면서 최대한 능숙하게 보이려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아루는 의자를 놔두고 벽에 기대 서 있는 윤기와 여주의 눈치를 보다 이내 지민의 앞에 앉았다.


박지민
“이름이⋯ 아루? 그래, 아루야. 혹시 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동에 대해서 아는 게 있니?”

“소동이라고 하면⋯.”


박지민
“어⋯ 이 주변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단체로 이상한 행동을 해서.”

지민은 차마 자살 소동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지민도 고등학교를 다니며 대입을 준비할 시절에 부정적인 생각을 끝도 없이 했음으로.

“⋯애들이 단체로 자살하는 거 말이죠.”

하지만, 지민의 배려는 가뿐히 무시하듯 아루는 자신의 입에 그 단어를 담았다. 아루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에 윤기의 눈썹이 삐뚤게 올라갔다.

“죄송해요. 그거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요.”


민윤기
“우린 아직 아무런 질문도 안 했는데.”

“⋯.”


박지민
“아, 형. 내가 면담하기로 했잖아.”

연여주
“피해자 중에 네 친구도 있어?”


박지민
“연여주⋯.”

결국 지민이 주도하기로 했던 면담은 무너졌다. 하긴, 이걸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까고 보는 윤기나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드는 여주나, 지민은 막을 힘이 없었다.

“⋯네. 있어요.”

피해자들 중에 아루의 친구가 있다. 난색을 표하던 지민의 눈이 커졌다. 본격적으로 면담할 차례다. 지민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수첩을 꺼내 펼쳤다.


박지민
“그 친구 이름은 뭐야?”

“⋯김지로요. 저랑 동갑이에요.”

김지로. 아루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가? 지로라는 친구의 이름도 특이했다.


박지민
“지로라는 친구는 언제⋯ 그러니까, 음⋯.”


민윤기
“언제 죽었어?”


박지민
“아, 형!”

“일주일 전에요⋯.”

연여주
“⋯일주일 전?”

최근이었다. 친구가 먼저 떠난 것치고는 그리 슬퍼보이지 않는다면 착각인 걸까. 여주는 무의식으로 가족이라 여겼던 옛 조직원들을 떠올리다,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비웠다. 한 번 생각에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박지민
“그 일이 있기 전에, 평소와 다른 이상 행동 같은 건 안 보였어?”

“⋯.”

잘만 대답하던 아루가 갑자기 지민의 질문에 입을 꾹 닫았다. 수첩에 아루의 대답을 적으려 준비하고 있던 지민이나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던 윤기나 멍하니 책 표지를 보며 생각을 비우던 여주까지 아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없었어요.”

한 박자 늦은 대답. 눈이 마주친 세 사람은 그들만 알아챌 수 있는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있다. 촉이 왔다. 지로는 분명 죽기 전, 이상 행동을 했다. 그리고⋯ 아루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박지민
“그럼 혹시 지로랑은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

“죄송해요. 제가 공부해야 해서⋯ 먼저 가 봐도 될까요?”


박지민
“어? 아니, 잠깐,”

이게 뭘까. 아루는 지민의 손길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상담실을 나갔다. 다급하게 교실로 향하는 아루의 뒤로 아까와 같이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학원 원장이 보였다. 여주와 원장의 눈이 마주쳤다.

연여주
“⋯기분 나빠.”

분명 이 사건에 학원 학생들이 연류되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식으로 연류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원장의 말대로 대입에 바쁜 학생들이 범죄에 왜, 어떻게 가담할까.

빈 자리를 두고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이나 의미 모를 미소를 짓고 있는 원장이나 모든 게 다 기분 나빴다.


‘석진, 호석, 태형’ 중 마지막 이성 : 석진, 호석 ‘여주, 지민, 윤기’ 중 마지막 이성 : 지민 ‘남준, 정국, 연준’ 중 마지막 이성 : 남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