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38. 나여운 사건


오늘 밤부터 범인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네를 2인1조로 순찰하기로 하고, 그렇게 회의는 끝났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여주의 팔을 끌고는 커피를 사 오겠다는 여운.

여운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게 아니었기에 여주는 그러려니 하며 자신의 팔을 내주었다.

탁–

"아프다면서 병원에나 있지, 여긴 도대체 왜 온 거예요?"

김여주
"……."

김여주
"…제가 병원에 있길 바라는 것처럼 들리네요, 언니."

여운은 여주를 밖으로 끌고 나오자마자 여주의 팔을 쳐내듯 놓았고, 그 바람에 여주는 몸을 크게 한 번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윽…. 아직 완전히 몸이 낫지 않아 머리가 흔들리면 구역질이 올라오는데, 지금이 딱 그런 것 같다.

"언니? 하! 제가 왜 여주 씨 언니예요? 따박따박 경위님이라고 말 붙이세요!"

김여주
"하아… 네, 경위님. 할 말이 뭐죠? 단둘이 대화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진짜 싸가지가 없어서는…. 잘 들어요. 내가 이 팀에서 실수한 것도 많고 여주 씨가 다치기도 했으니까 말해주는 거예요."

여운은 기분 나쁘다는 듯 팔짱낀 팔을 풀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이 있나 없나를 확인했다.

주위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편하게 말하라는 여주의 말도 씹고, 여운은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여주의 팔을 잡아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김여주
"아, 뭔데 그래요!"

마약 때문인가, 잡힌 팔이 불에 데인 것 같이 뜨거워 결국 폭발해 버렸다.

이번에는 여주가 여운의 손을 내쳤고, 여운은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한숨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우리 아빠가…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요."

김여주
"…네?"

"어젯밤에 아빠가 누구랑 통화하는 걸 엿들었거든요. 근데, 특별수사반에는 여자가 한 명뿐이면 된다고…."

김여주
"……."

"조심하세요. 가뜩이나 몸도 다쳤는데. 물론 제가 해 줄 말은 여기까지예요."

김여주
"이걸 왜 저한테 말해주죠? 여운 씨는 나 싫어하잖아요."

여운이 지금 이 말을 해 주는 이유가 뭘까.

아까완 달리 여운의 태도가 진지하고 조심스러웠기에 더 의심스러웠다.

"맞아요. 싫어요. 솔직히 지금도 여주 씨 태도 보면 내가 왜 말해줬나 후회돼요."

김여주
"근데 왜,"

"불편하라고요."

김여주
"네?"

"난 여주 씨가 싫고, 이 팀에서 나가줬으면 좋겠고, 그냥 사라져줬으면 좋겠지만, 그게 나 때문에 죽는 것이라면… 잠재적 살인자, 뭐 그런 거로 욕 먹을 수도 있잖아요."

김여주
"……."

"그러니까 여주 씨는 지금 내가 베푼 호의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날 볼 때마다 불편해 하시면 된답니다–. 그 전에 팀을 나가준다면 나야 더 좋고."

여운은 언제 진지했냐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런 여운의 모습을 보며 여주는 이제 알겠다는 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혹여나 자신이 살인자로 낙인 찍힐까 봐 그런 거구나.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지금으로선 내게 도움이 되는 건 맞았다.

여주는 여운을 빤히 바라보다 이내 말해줘서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운은 이런 여주를 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고, 앞으로 호의는 딱 여기까지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때,

탕–

김여주
"…?"

총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해들은 여운의 말 때문에, 혹시 자신이 총에 맞았는데도 마약 때문에 고통을 못 느끼는 건가 싶었던 여주는 눈을 질끈 감았고, 곧이어 누군가 툭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

김여주
"…여, 여운 씨…? 여운 씨… 여운 씨!!!!"

총에 맞은 사람은 다름 아닌, 여운.

힘 없이 바닥에 쓰러진 여운에게 달려가 피가 흐르는 곳을 찾아보니, 여운의 목에서 피가 울컥울컥 나오고 있었다. …총알이 목에 박혀 즉사한 것 같다.

김여주
"아… 이게… 이게 무슨……."

너무 놀라서 말도 안 나왔다.

여주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숨이 멎어버린 여운의 몸을 끌어안았고, 쿵쾅대는 심장을 한 손으로 조이듯 누르며 총알 날아온 방향을 훑어봤다.

머리카락 한 톨이라도 찾아낸다는 심정으로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이미 범인은 달아나고 난 뒤였다.

김여주
"하아… 안 돼… 여운 씨,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 봐요!!!!"

몸을 흔들어 여운을 깨워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미동도 없다.

여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민에게 인근 골목길로 와 달라 전했고, 피가 계속해서 흐르는 여운의 상처부위를 손으로 막았다.

김여주
"흐끕, 좀 아무나 빨리 와 줘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 없어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만 바라봤다.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셨는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온몸에 체온이 올라갔다.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리니, 하늘 위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김여주
"…뭐야."

어느새 여주 바로 옆에 떨어진 무언가. 그것은 검은 글씨가 적힌 쪽지였다.

[싫어하는 거, 또 있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문구.

'내 마음에 든 기념으로 네가 싫어하는 것 하나를 없애줄게.'

전에 사브라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김여주
"…사브라!!!!!!"

여주는 여운을 자신의 품에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울부짖었다.

꼭 자신 때문에 여운이 이렇게 된 것만 같아서. 아까 여운이 말한 잠재적 살인자가 자신인 것 같아서.

여주는 몸에 열이 오르다 못해 몸밖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여전히 덜덜 떨리는 손은 여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박지민
"여주야!!!!!!!"

김여주
"하아…."

그리고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그 뒤로, 여주는 자신이 깨어난 것을 후회했고, 여운을 싫어한 것을 후회했으며, 군인이 된 것을 후회했다.

여주는….

"내 딸… 내 딸 살려내란 말이야, 이 살인자야!!!!!"

여운을 살해한 용의자가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