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39. 사브라 (1)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분위기. 하지만 지금의 여주에게 이 자리는 전혀 익숙치 않았다.


김석진
"…그러니까, 상황을……."

…분명 나는 여기가 아닌, 저곳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여주는 상대방이 하는 말이 들리지 않는지 멍한 표정으로 석진이 앉은 자리를 바라봤고, 이런 여주를 대하는 석진도 그답지 않게 계속해서 말 끝을 흐렸다.

주위에 있는 팀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국과 태형은 어느새 환자복을 입은 여주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고, 지민과 호석은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윤기는 석진의 옆에 앉아 여주를 묵묵히 바라봤지만,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의 팔을 꽈악 잡고 있던 윤기의 옷은 이미 손자국대로 구겨지고 말았다.


김석진
"하아…. 여주야."

김여주
"……."


김석진
"나 진짜… 나 진짜 못하겠어."


정호석
"…형."


김석진
"거기 너 말고 누가 있었던 거 맞지? 누군지 봤어? 얼굴이라던가 옷차림이라던가,"


민윤기
"김여주."

절박한 석진의 말을 끊고 윤기가 여주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이름 석 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았던 여주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민윤기
"사브라야, 프시케야."

김여주
"……."


민윤기
"네가 알고 있는 거, 다 말해. 지금 여기 있는 우리 얼굴은 안 보여? 너 걱정하고 있잖아."

걱정이라…. 여주는 윤기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여운이 자신의 품 안에 있던 게 떠올랐다.

김여주
"그때, 남준 선배가 다친 날…. 사브라가 제게 말했어요. 싫어하는 거 하나 없애준다고."


민윤기
"…뭐?"

김여주
"제가 마음에 든다고…. 저는 반드시 사브라와 함께 한다고, 사브라가 그렇게 말했어요."


박지민
"하아… 또 사브라였어? 왜 자꾸 우리 팀을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건데!!!"

쾅!! 지민은 답답한 듯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쳤다. 그에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볼펜들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볼펜을 줍는 자는 없었다.


전정국
"그럼 현장에 있던 이 쪽지…. 이것도 사브라가 보낸 거겠네?"

김여주
"…난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김태형
"하아……."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브라는 왜 여운을 죽인 걸까. 정말 여주 때문에? 사브라는 왜 여주를 마음에 들어하는 거지? 마약 사건 아니면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인물이.

석진은 점점 아파지는 머리를 붙잡고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경찰청장과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김 대위. 고작 몇 개월간 같이 지냈다고 너무 무르게 수사하면 안 돼. 알고 있지? 난 자네를 믿어."


김석진
"…청장님. 현장에 있던 쪽지와 무기가 없는 걸로 봐서, 여주가 죽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이게…! 그쪽, 팀장 아닌가? 다 같은 팀원으로 대해야지 어떻게 내 딸을 죽인 이를 감쌀 수 있어!!!!! 내 딸 죽인 저 년, 당장 죽여버려!!!!"

"자, 장관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여기는 제가 해결을,"

"이거 놔!!! 우리 여운이가 그렇게 부탁해서 넣어놨더니… 이게 뭔가!!! 우리 여운이… 여운아…!!!!"


김석진
"……."

지금 이 상황, 잘 알았다. 여기서 여주가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권력을 써서라도 우리에게 보복을 할 것이고, 반면에 여주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꽈악–

…그럴 수 없다. 여주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은 여기에 있는 팀원들이 더 잘 알았다.

철컥–

"김 대위. 팀원들 데리고 잠깐 나가있게나. 내가 김 소위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때, 이곳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경찰청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굳어있는 태형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석진을 향해 말했다.


김석진
"…네. 하지만 시간을 많이는 못 드립니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아. 10분이면 끝날 걸세. 걱정 말고 나가 봐."

청장의 말에 석진은 팀원들에게 눈짓했고, 팀원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하나둘씩 조사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굳게 닫히고 조사실 안에는 청장과 여주, 단둘만이 남았다.

여주는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청장을 바라봤다. 평소였다면 이런 여주의 태도에 화를 냈을 청장이지만, 여주가 진정제를 맞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청장은 그를 신경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김여주 소위."

김여주
"……."

"긴 말 하지 않겠네. 이만 특별수사반에서 물러나게."

김여주
"…네?"

"언론을 통제해서 시민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이쪽 사람들은 다 알아. 자네 군부대에서도 연락이 왔네."

"이곳에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곳에 끌고 가서라도 처벌을 내리겠다는… 뭐, 그런 연락."

김여주
"그게 무슨… 말도, 말도 안 돼요."

멍했던 눈빛이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여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청장의 손을 붙잡았고, 그로 인해 여주의 손목에 차여진 수갑이 맞부딪히며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김여주
"군, 군부대까지…. 저, 저 진짜 여운이 안 죽였어요. 사람을 구하는 군인인 제가… 이런 제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그러면."

툭. 청장은 뒤에 숨겨두었던 서류와 비행기 티켓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조용히 숨어 살아."

김여주
"…네?"

여주의 눈에 담긴 세 글자, 계약서. 그 옆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의 비행기 티켓이 있었다.

지금은 계약서의 내용을 읽을 정신이 없는지라 여주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청장과 계약서를 번갈아 쳐다봤다.

"김 소위가 나여운 경위를 죽이지 않았다는 거 알아. 나여운 경위가 김 소위를 죽였으면 죽였지, 절대 그 반대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거든."

김여주
"그, 그럼 왜…."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하지?"

청장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진실이 뭐가 됐든, 김 소위 자네가 나여운 경위를 죽인 거야."

김여주
"…청장님."

"그게 내가 바라고, 법무부 장관님이 바라고…."

"…사브라가 바라는 거니까."

멈칫.

일그러진 얼굴로 청장의 말을 듣고 있던 여주의 얼굴이 한순간 굳었다.

김여주
"…뭐……."

김여주
"…뭐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싸늘한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