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40. 사브라 (2)




여주는 자신의 앞에 있는 계약서와 비행기 티켓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말 군부대에서도 연락이 온 건가 싶어 확인해 봤더니, 진실이 어떠하든 법무부 장관의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아, 진작에 빽 좀 쌓아둘걸….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을 때, 밖에 있던 팀원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 표정이 어두운 가운데, 오직 한 사람의 얼굴에만 웃음이 가득했다.


박지민
"뭐야, 김태형. 너는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김태형
"당연히 나오지. 안 나오겠냐?"


박지민
"뭐?"

김여주
"성공입니다, 태형 선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민이 웃긴 듯 쿡쿡 웃은 여주는 태형에게 브이 표시를 하며 미소 지었다. 그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윤기가 인상을 찌푸렸고, 태형은 여주의 대각선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USB를 꺼냈다.


김태형
"방금 청장이랑 여주가 나눈 대화, 녹음 파일로 바로 만들어서 뽑았습니다."

김여주
"청장님 옷소매에도 녹음기 붙였어요. 너무 작아서 잘 못 찾을 거예요."


전정국
"…녹음기?"

여주가 수갑이 채워진 팔목을 짤랑짤랑 흔들며 자신의 손목 안쪽을 가리키자, 정국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여주를 한 번, 태형을 한 번 쳐다봤다.


김태형
"사실, 그게 말이다…."

낮게 울리는 태형의 목소리에 모두가 집중했다.

김여주
"청장님한테… 녹음기를 붙이라고요?"


김태형
"어. 법무부 장관이랑 친하니까, 나여운이랑도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

김여주
"음… 법무부 장관님이랑만 친하고, 나여운은 별로 신경도 안 쓴다면요? 말 그대로 그냥 친하니까 특별수사반에 넣어준 것뿐일 수도 있잖아요."


김태형
"아니야. 청장은 나여운이랑 나를 어떻게든 엮으려고 했어. '친하니까'라는 이유로 나여운을 꽂을 사람이 아니야."

김여주
"그걸 태형 선배가 어떻게 확신해요?"


김태형
"청장이 내 아버지니까."

김여주
"……."

김여주
"네에?!?!?!?!"


김태형
"아, 내가 말 안 했나?"

김여주
"안 했거든요!!!!!!!"


김태형
"미안. 요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암튼, 녹음기 좀 붙여줘. 알겠지?"

김여주
"근데… 만약 청장님이 정말로 나여운과 연관되어있으면… 의심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태형 선배 아버지인데 괜찮아요…?"


김태형
"…괜찮아."

"…그자가 내 아버지였던 적은 없으니까."

그때 본 태형의 눈빛은… 무언갈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미리 여주에게 녹음기를 붙여달라고 부탁한 것과 자신의 아버지가 청장이라는 것을 밝힌 태형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팀원들을 바라봤다.


김태형
"그러니까, 이제 사브라랑 청장만 잡으면 되겠죠?"


김석진
"…태형아."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아버지가 범죄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데, 그 어느 자식이 괜찮을까. 석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태형을 바라봤지만, 태형은 애써 석진의 시선을 피했다.


정호석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 자, 봐봐."

호석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종이와 펜을 가져와 책상에 올려두고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위에 하나씩 쓰인 글씨. 청장, 사브라, 장관.


정호석
"청장이랑 장관은 교류 관계라고 하자. 청장은 사브라랑 아는 사이야. 그럼 장관이랑 사브라도 아는 사이겠지? 근데 왜 장관은 사브라가 자기 딸을 죽이게 놔뒀을까?"


전정국
"…그러네요. 나여운을 특별수사반에 꽂아준 걸 보면 장관이랑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김태형
"나랑 청장 사이가 특이한 경우인 거야. 나여운이랑 장관은 사이가 좋아. 청장이 옆에서 말하는 걸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어."

태형의 말을 끝으로 조사실에는 음… 고민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 시간이 좀 지루하다 느껴질 때쯤, 지민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박지민
"만약에, 아주 만약에… 사브라가 장관을 배신한 거라면?"


정호석
"…오."


민윤기
"꽤 그럴싸하네. 그런데, 왜? 왜 배신했을 거라고 생각해?"


박지민
"사브라 입장에서 나여운이 쓸모 없어졌거나, 장관이 쓸모 없어졌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


박지민
"왜, 그 형도 쓸모 없는 건 필요 없다고 막 그랬잖아. 기억 안 나?"


민윤기
"…과거 일을 아직까지 들먹이냐."


박지민
"과거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저번 달에도 그랬지 아마?"

눈썹을 삐죽이는 윤기를 보며 지민이 쿡쿡 웃자,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던 석진이 그런 윤기와 지민을 막았다.


김석진
"장난 좀 그만 치고. 그래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다."


정호석
"지민이 말대로라면, 청장은 장관이 아니라 사브라한테 붙은 거네."

김여주
"장관이 나여운을 버렸을 확률은요?"


김석진
"그러기엔 자기 딸 살려놓으라는 게 너무 진심이었어. 연기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민윤기
"하아… 그럼 사브라랑 청장이 장관을 버렸다는 가정 하에 움직여야겠네."

윤기의 말에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딸을 잃은 것도 가슴 아플 텐데, 배신 당하기까지 하다니. 아무리 밉고 싫은 상대여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정국
"그럼, 지금 자잘하게 쌓인 업무는 어떻게 해요? 다 미루고 이 일에 몰두하나?"


김석진
"아냐, 그러면 청장이 바로 눈치챌 거야. 업무도 처리하면서, 이 일도 해야 해."


정호석
"아. 앞으로 두 달간은 야근인가–."


김태형
"특별수사반 들어올 때부터 휴식은 없다는 거 알고 있지 않았어? 뭘 또 새삼스럽게."

장난스러운 태형의 말에 호석이 입꼬리를 끌어당겨 미소 지으며 태형의 팔뚝을 툭 쳤다.


정호석
"그러게 말이야. 청장님 아들이 너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협박이라도 해서 휴가 다 받아냈을 텐데."

호석이 하는 말이 장난인 것을 아는 태형은 그렇게 말할 시간 있으면 일 하나라도 더 하라며 손에 들고 있던 USB를 호석의 손에 올려놓았다. 잘 보관하라는 의미였다.

아까와 달리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에 여주도 편하게 웃었고, 그러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껴 폰을 꺼냈다.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 발신번호 표시제한.

김여주
"…뭐지?"

아무 생각 없이 메시지를 클릭한 여주는 내용을 보자마자 놀라 폰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 있냐며 여주를 향해 몸을 돌린 호석 또한 여주 휴대폰의 화면을 보고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넌 반드시 나와 함께 할 거라고 했지. 너한테 선물도 주고, 기회도 줬는데 이걸 다 거절해?

–이젠 네가 나에게 선물을 줘야겠어. 김여주 소위, 네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