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41. 사브라 (3)

그 후로 여주는 특별수사반 안에 있는 유치장에서 지냈다. 대외적으로는 정확한 수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내적으로는 보호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다.

딱. 딱.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유치장 안을 울렸다. 여주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거절한 것을 사브라가 알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묻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왜 나를 노리는지.

쾅!!

전정국 image

전정국

"여주야!! 남준이 형 일어났어!!!!"

김여주

"뭐?! 진짜?!"

조용했던 유치장 안은 금방 정국의 목소리와 여주의 목소리로 가득 찼고, 여주는 남준이 일어났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제 일어났냐, 몸은 괜찮다고 하냐, 물어볼 틈도 없이 정국의 뒤로 익숙한 인영이 하나 나타났다. 정갈한 머리칼과 큰 키, 거기에 남색 정장까지. 김남준이었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여주야, 괜찮아?"

김여주

"서… 선배?! 선배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 몸은, 몸은 괜찮아요?! 아니 벌써 이렇게 막 움직여도 되는 거예요?!"

김남준 image

김남준

"여주야, 하나씩… 하나씩 물,"

김여주

"다친 사람이 여기까진 왜 왔어요!! 얼른 병원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여기 있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니까요?!"

김남준 image

김남준

"푸흡…. 자, 여주야. 심호흡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진정 좀 하자."

처음엔 반가움, 다음은 걱정, 마지막은 호통. 삼단 콤보를 제대로 맞은 남준은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고, 이내 숨을 가다듬으며 여주를 진정시켰다.

남준의 말대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 여주는 이제야 좀 진정이 된 듯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내심 꿈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여주는 눈을 여러 번 깜빡여도 아직 남아있는 남준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거럈다.

김여주

"진짜… 진짜 남준 선배 맞죠?"

김남준 image

김남준

"응. 맞아. 너도 다쳤었다며. 이제는 괜찮은 거야?"

김여주

"거의… 거의 다 나았어요. 잘 때 빼고는 별로 아프지도 않아요."

남준과 여주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국은 아차! 싶어 밖에 있는 의자 두 개를 끌고와 여주가 있는 유치장 앞에 두었다. 뭐하는 것이냐며 남준이 정국을 바라보자, 얼른 앉으라며 손짓한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대략적인 얘기는 제가 해 줬지만, 그래도 여주한테도 얘기를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형은 우리 팀의 브레인이잖아요. 그쵸?"

김남준 image

김남준

"애가 안 본 새에 애교가 많아졌네. 그새 뭔 뇌물이라도 먹었어?"

전정국 image

전정국

"…지금 타이밍에 그런 소리 하면 위험한데요, 형."

정국의 말에 여주건 남준이건 소리내어 웃었다. 현재 상황과 맞지 않게 오랜만에 편안한 분위기였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그래, 여주한테 직접 들어보기도 해야지. 여운… 이가 살해당했다며. 거기에 용의자가 너로 지목됐고. 진짜 범인은 사브라가 맞아?"

김여주

"네. 확실해요. 그 이후에도 계속 저한테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보세요."

여주는 호석과 함께 봤던 메시지를 남준에게도 보여줬다. 남준은 사브라에게서 온 메시지를 죽 읽어보다가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잠시 시선을 멈췄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사브라가 생각하기에, 네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건 뭘까."

김여주

"…전 사브라가 저한테 싫어하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에도 답하지 않았어요. 그냥 저한테 물어보기만 하고 제 주변 인물들을 해치는 게 아닐까요?"

김남준 image

김남준

"아니야, 그렇게 아무나 해치기에는 윤기 형을 안 건드렸잖아. 날 완전히 죽이지도 않았고."

김여주

"……."

남준의 말도 맞는 것 같아 끙끙 대고 있으니,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정국이 입을 열었다. 뭘 당연한 걸 묻냐는 식이었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여주한테 중요한 건 가족 아니면 저희 특별수사반이죠. 하지만 가족보다는 우리를 건드릴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전정국 image

전정국

"사브라를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을 해칠 수 있는 거고, 여주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해칠 수 있는 거니까. 일석이조잖아요. 안 그래요?"

정국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는 걱정스럽고도 미안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렸고, 이런 모습을 본 남준은 철창 넘어로 손을 뻗어 여주의 머리 위에 손을 툭 올려두었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걱정하지 마. 우리 에이스들이잖아.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폭탄을 맞고도 산 나만 봐도 알겠다. 그치?"

김여주

"…그렇게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선배."

김남준 image

김남준

"인상 좀 피라고–. 그동안 고생한 후배는 좀 쉬세요. 늦게 온 이 선배가 해결하겠습니다."

남준은 코를 찡긋거리며 미소를 지었고, 남준의 마음을 알기에 여주도 얼굴에 힘을 풀며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역시, 남준은 존재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남준과 정국은 여주와의 얘기를 끝내고 회의실로 올라왔다. 회의실에는 팀원 모두가 모여있었고, 여주에게 가기 전 인사를 나눴던 참인지라 남준은 딱히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김남준 image

김남준

"그래서, 여주가 붙여놓은 녹음기는 좀 어때? 얻은 거 있어?"

정호석 image

정호석

"오후 9시에 웰빙뷔페에서 누굴 만나는 것 같아. 근데 전화하는 상대한테 존댓말 따박따박하는 거 보니까… 사브라일 수도 있겠는데?"

김석진 image

김석진

"그래도 너무 확신하고 가진 말자. 그냥 정찰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해."

민윤기 image

민윤기

"청장이 존댓말하는 사람은 장관, 아니면 사브라인데. 둘 중 아무나 만나도 우리한테는 이익인 거 아니야? 타이밍 죽이네."

박지민 image

박지민

"혹시 모르니까 나도 녹음기 챙겨간다. 다른 팀한테 부탁했던 걸 이렇게 쓸 줄은 몰랐네."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럼 나도 혹시 모르니까 녹음기를…. 근데, 전정국 넌 뭐하는 거냐?"

태형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 번에 정국에게 쏠렸다.

철컥–

그들의 시선이 신경쓰일 법도 한데, 아무렇지 않게 총알을 장전하는 정국이었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말했잖아. 사브라는 내가 죽인다고."

박지민 image

박지민

"…야. 너 내가 전에,"

"형이 그렇게 말해도 내 결정 안 변해."

"난 나만의 방식대로 체포할 거야."

장전된 총을 풀어 총알의 개수를 세어 보는 정국의 모습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말이다.

그런 정국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팀원들을 보며, 남준은 느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이들은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순간 남준은 팔에서 울컥거리는 통증을 느껴 다른 팔로 아픈 곳을 약하게 감싸쥐었다. 옷 안에 붕대를 감아놓았기에 팀원들은 모를 터.

아직 남준의 팔은 낫지 않은 상태였다. 가까이서 폭탄을 맞았기에 피부와 신경이 파열됐고, 계속해서 치료와 수술을 병행해야 그나마 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는 의사를 말을 무시해 이곳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몇 년간은 치료에 시달려야겠지만 지금 남준에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특별수사반이 위험해진 이상, 남준은….

"그럼, 지금은 청장부터 따라가자."

"살리든 죽이든,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자고."

이들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