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42. 사브라 (4)


밤 9시. 선두로 행동 담당인 태형과 지민을, 그 뒤는 정국과 석진이 맡았다.

태형과 지민은 레스토랑 경호원의 옷을 훔쳐 청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고, 석진과 정국은 각각 요리사와 웨이터의 옷을 훔쳐 그 역할을 차지했다.

도착한 웰빙뷔페에는 청장이 아예 모든 자리를 예약한 건지, 청장 외에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박지민
"…현재 시각 9시 7분. 아직 청장이랑 전화한 상대로 보이는 사람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CCTV 확보 아직 안 됐어?"


정호석
–CCTV 확보는 했는데 복도에도, 주차장에도 개새끼 한 마리 안 보여. 아직 안 온 것 같아.


김남준
–총이랑 총알 다 챙긴 거 확인했지? 첫 탄은 공포탄인 거 잊지 말고.


김석진
–정국아, 남준이 얘기 잘 새겨들어. 너한테 하는 소리야.


전정국
–네, 공포탄 들어있습니다. 어련히 잘 할 테니 걱정 마세요.


김태형
–근데 여주는? 여주는 어디 있어?


민윤기
–주차장에 차 들어왔다. 번호판 13하 0613 추적해 봐.

여주의 행방을 묻는 태형의 목소리 사이로 진지한 윤기의 말소리가 들렸다.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태형의 물음에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태형 또한 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자리를 지켰다.

윤기의 말을 끝으로 몇 분 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엘레베이터가 올라오고, 그곳에선 검은 후드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사람이 나왔다.

키가 크고 몸이 다부졌기에 남자라는 것만 추정할 수 있을 뿐,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태형과 지민이 보아도 남자의 신원을 알아차릴 만한 건 찾지 못했다.

"……."

고요히 걷던 남자가 태형과 지민의 앞에 우뚝 섰다. 후드로 가려져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남자의 눈동자가 몸을 꿰뚫는 것만 같았다.

최대한 경호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허리를 꼿꼿이 피자 남자는 코까지 다 가린 마스크를 살짝 내려 턱에 걸쳤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태형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니 어디선가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걸 지금 잠입이라고 한 거야?"


김태형
"!!!!!!"

"기다려. 아직 다 못 끝냈으니까."

기다려…? 뭘 다 못 끝냈다는 거지?

바로 달려들 것 같았던 남자는 차분했고, 그제야 태형과 지민은 알아차렸다. 저 남자가 사브라라는 것을.

사브라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청장에게 다가가는 것까지 다 보고 나서야 태형은 귀에 꽂힌 인이어를 만지작거렸다. 띡– 하는 소리와 함께 인이어의 불빛이 반짝였다.

"…사브라, 확인."

그토록 잡고 싶던 사브라가 코앞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경찰서에 혼자 남은 여주는 호석이 건네준 노트북으로 웰빙뷔페 CCTV를 같이 보고 있었다. 새삼 거리가 있어도 화면이 공유된다는 것에 놀란 여주였다.

김여주
"장관처럼 보이진 않는데…. 그럼, 사브라…?"

여주 또한 태형의 앞에 선 남자의 존재를 봤다. 온통 검은색으로 둘러싸인 그는 태형에게서 멀어지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CCTV를 쳐다봤다.

얼굴이 완전히 보이진 않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고,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입모양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입모양을 따라 흉내낸 여주는 사브라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채 노트북을 떨어트려 버렸다.

김여주
"…데리러 갈게?"

지이잉–

사브라가 말한 의미를 깨닫자마자 누군가의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정호석.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으니, 아마 호석도 사브라의 뜻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얼른 전화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 쪽으로 손을 뻗으니,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휴대폰에 총알이 박혔다.

총알이 박혀 여기저기 튄 휴대폰 액정이 손가락을 긁어 피가 났지만 그를 느낄 시간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한 철창 밖에 있는 이는….

"데리러 왔어."

"이름이… 김여주?"

검은 립스틱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하이힐을 신은, 한 여자였다.

김여주
"누, 누구,"

"뜻은 나비. 그리스어로는… 프시케랄까."

프시케. 몇 번이고 머리에 박았던 이름에 숨을 죽였다.

어째서 프시케가 이곳에 있는 걸까. 사브라가 말한 데리러 온다는 뜻이 이것이었나.

무료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프시케의 시선을 피해 뒷주머니에 껴 두었던 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이를 눈치챘는지 프시케의 눈썹이 움찔거리며 휴대폰으로 향했던 총구가 여주에게 향했다.

"사브라가 말했어. 널 데려오라고."

김여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

"음… 대충 말하자면, 우리 아지트?"

아지트라…. 조직 본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난 사브라 결정이 마음에 안 들거든. 그러니까 네가 결정해."

김여주
"……."

"나랑 같이 갈 건지, 아니면 여기서 그냥 죽을 건지."

김여주
"…뭐?"

말 같지 않은 소리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개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픈 욕구를 꾹 눌러 참으니, 이 순간이 굉장히 귀찮아보이는 프시케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뱅뱅 돌리며 장난을 쳤다.

"왜 내 얼굴을 본 사람이 없는 줄 알아?"

김여주
"……."

"내가 다 죽였거든. 내 얼굴을 본 자는 모두 다."

프시케는 자신이 죽였다는 소리를 아침에 토스트 먹었다는 식으로 참 태연하게 말했다. 그에 더 소름이 돋는 건 여주뿐이었다.

"그러니까 얼른 결정해."

"나랑 같이 갈 건지, 여기서 죽을 건지 말이야."

김여주
"……."

"물론 난… 후자가 더 좋고."

후자가 더 좋다는 말을 내뱉으며 프시케는 씩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프시케가 말하는 틈을 타 총을 장전하는 것까지 다 마친 그때,

탕–

총알이 발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