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43. 사브라 (5)

프시케가 쏜 총알은 여주가 있던 자리에 박혔다. 순간적으로 몸을 튕겨내서 총알을 피한 여주는 자물쇠로 잠겨있지 않은 문을 빠르게 열고 나가, 프시케가 다시 장전하기도 전에 발로 총을 쳐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이 돌아와서 구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빠져나오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문을 잠궈두지 않은 호석의 결정이 여기서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프시케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버린 총을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뒷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여주에게 휘둘렀다. 총을 들고는 있지만 너무 가까운 거리인지라 조준할 수 없던 여주는 그저 자신에게 향한 칼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네 선택은 후자구나. 그 선택에 후회는 하지 마."

김여주

"후회? 내가 할 소리야. 어떻게 찾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친히 나타나주니 고맙다. 프시케."

여주는 언제 겁먹었냐는 듯 전에 정국이 놓았던 의자를 던져가며 프시케의 칼을 피했다. 장전은 했지만 아직 발사되지 않은 총은 허리춤에서 흔들렸고, 프시케는 안쪽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하나 더 꺼내 다가왔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는 총보다 칼이 더 유리하기에 여주는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물고 프시케가 휘두르는 칼을 피하기만 하기에는 몇 걸음 뒤에 벽이 있었다.

"다 놀아준 것 같은데."

김여주

"…윽!"

짧은 찰나였다. 여주가 경찰서 내부 CCTV 위치와 벽 사이 거리를 눈으로 재고 있을 때, 프시케는 웃는 얼굴로 여주의 복부에 칼을 밀어넣었다.

고통 섞인 소리를 참으며 프시케의 다른 손을 붙잡자 프시케는 참 질기게도 버틴다며 비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탕–

프시케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여주는 한 손으론 프시케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는 총을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프시케의 허벅지에 총알을 발사했다.

여주는 프시케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총을 바닥에 떨어트리곤 주먹으로 프시케의 얼굴을 가격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밀려난 프시케.

김여주

"하아…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고."

빠악–!!

여주의 발이 프시케가 잭나이프를 들고 있던 손을 차, 잭나이프를 날려버렸다. 악,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른 프시케가 얼굴을 부여잡으며 옷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했지만, 여주가 조금 더 빨랐다.

김여주

"당신의 발언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 할 수 있으며."

쾅–!!

목을 밟은 여주로 인해 프시케의 몸이 큰 소리를 내며 뒤에 있던 책상과 부딪혔다.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지만 이들 중 그것들을 주울 사람은 없었다.

김여주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우윽… 야……."

김여주

"다 죽이고 다닌다면서, 쌈박질 하는 능력은 없으신가 봐. 하긴, 군인들 중 에이스로 뭉친 특별수사반을 어떻게 이기겠어."

숨이 거칠어지고 바닥에 피가 뚝뚝 흐르는 게 느껴졌지만 여주는 결코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빈정댔다. 사브라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프시케에게 돌려주는 거다.

아직도 복부에 꽂혀있는 잭나이프를 힘겹게 꺼내고는 울컥 피가 쏟아져 나오는 부분을 손으로 애써 막았다. 밖에 싸이렌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CCTV를 보고 있던 호석이 부른 모양이다.

여주는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다리를 부여잡은 채 의식을 잃은 프시케를 바라봤다. 첫 발은 공포탄. 그러니 다리를 잘라야 한다면 모를까, 목숨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저기요!! 안에 계신가요!!! 경찰입니다!!!"

희미해지는 시야 사이로 사람을 찾는 목소리를 들으며 여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이제는, 나머지 팀원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웰빙뷔페 쪽에 있던 팀원들은 시끄러웠다. 어떤 여자가 여주와 싸우고 있다는 걸 호석에게 전해들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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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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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왜. 뭔데. 어떻게 됐는데. 여주는 괜찮아? 그 시발년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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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지금 구급대원이랑 경찰관들이 여주랑 그 여자 데리고 가고 있어. 소리까지는 안 들려서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예상대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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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프시케겠네."

석진의 말에 잠시 무전이 조용해졌다. 자신들이 이곳에 올 것을 대비해 여주 쪽에 프시케를 보내다니… 사브라는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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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일단 지금은 사브라한테만 집중하자. 여주랑 프시케 같이 갔다며. 그게 여주가 프시케 잡은 거잖아. 우리는 사브라만 잡으면 되는 거야.

우리는 사브라만 잡으면 된다. 그 말에 팀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 쪽 상황도 끝났겠다, 이제 제대로 집중해 볼까 하여 석진은 사브라와 청장의 자리를 지켜봤다. 마침 웨이터로 있는 정국이 음식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간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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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불러주세요."

청장이 얼굴을 알아볼 위험을 피해 정국은 일부러 청장의 뒤에서 다가갔다.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여느 웨이터들처럼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니 앞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필요한 거라… 마침 필요한 게 하나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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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그때,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사브라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총을 꺼내 들었고 정국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로,

탕–

전정국 image

전정국

"……뭐 하자는 거야."

청장의 머리를 쐈다.

철컥–

"필요한 거 없냐며. 난 김영철 씨의 목숨이 필요해서 말이야."

정말 눈 깜짝 할 새였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총구를 피할 시간도 없이 청장은 죽었고, 그로 인해 정국의 멀끔했던 옷은 붉은 피로 검붉게 물들여졌다.

청장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시간도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찼던 총을 꺼내들었고, 사브라와 총구를 마주댔다.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태형과 지민, 석진도 총을 꺼내들어 사브라를 겨냥했고, 뒤늦게 무전으로 상황을 보고 받은 윤기와 호석, 남준 또한 주차장에서 올라왔다.

분명 일 대 다수의 상황인지라 겁먹을 법도 한데, 사브라는 달랐다. 정말 정반대였다.

오히려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툭 떨어트리곤 나지막히 웃으며 태형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름을 부르진 않았지만, 태형을 겨냥한 말이었다.

"어때, 바로 앞에서 아버지가 죽는 기분이?"

탕–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